벼랑끝 장애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대학생 기자단


벼랑끝 장애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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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시대 희생 0순위 장애우

  모든 것이 어두운 소식뿐인 요즘 시각장애우 오현문 씨와 김동암 씨가 히말라야를 등정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3/20)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이들이 얼음길 위에 넘어지며 300m의 칼날같은 직벽을 넘어 10일간의 사투 끝에 그 어렵다는 히말라야를 등정한 것이다. 새삼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이란 없구나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이켜보면 보통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음에 이내 무기력해지고 만다.

  매스컴에서 연일 벼랑 끝에 몰린 실직자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때 번듯한 업체의 사장이었거나 평범한 사원이었거나 하루 아침에 지하철을 전전하는 홈리스(Homeless)로 전락했다는 얘기들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하는 세상이다. 실직자들의 갖가지 사연 속에 장애우 실직자의 사연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제난은 몇 달 후에나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미 장애우를 둘러싼 환경은 빙하기를 맞고 있다. 하기는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는 축제의 시절에도 장애우들에게는 단 한번도 축제의 기회가 주어진 적이 없었으니 지금의 그 때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루에 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은 정든 직장에서 쫓아내는 정리해고 열풍은 그나마 기업가들의 눈엣가시와 같았던 장애우 고용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능력과 관계없이 장애우라는 이유만으로 해고의 칼날 0순위가 되는 현실은, 이제 축제는 끝나고 빈곤의 시대가 왔으니 너희들 장애우들이 가장 먼저 희생해줘야겠다는 논리로 들린다. 그것이 효율이란다. 어느 분야건 비효율이 판치고 있던 이 사회에 갑자기 효율이라는 이념이 등장하면서 아이러니하게 장애우의 삶은 더욱 옥죄어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책으로 전면 시행중은 병원과 관광호텔을 제외한 모든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 설치된 승강기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일부 운행 중단은 장애우들에게 아슬아슬한 곡에를 강요하고 있다. (3/2 영남일보) 부산 교통공단은 지난해 12월 8일 러시아워 시간에만 에스컬레이터를 운행하던 방침에서 노약자, 장애우의 편의를 위해 서면역, 부산역, 남포동역, 자갈치역 등 혼잡한 4개지역 22대 에스컬레이터를 하루 8시간에서 15시간으로 연장 운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사회는 장애우와 노약자들의 편의도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각박해져 있었다. 시민들은 IMF시대에 막대한 전력을 낭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운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97/12/19 국제일보)


장애우를 옥죄는 것들 희망은 어디에?

  장애우들이 그나마 경제적으로 기댈 곳이 없어지자 정부가 장애우의 자립을 위해 지원하는 자립지원금의 원금상환과 이자회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이자연체율이 25%에 이르러 보증을 선 장애우들까지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는 형편이다. 대구시의 경우 신용협동조합을 이용하는 장애우들이 상호보증을 섰다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마땅한 보증인을 구할 수 없는 장애우들이 서로 같은 처지의 장애우의 보증을 서다 도리어 낭패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3/27 영남일보)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애우를 상대로 한 사기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는 ‘한국장애인재활후원회’라는 유령단체 대표가 장애우후원기금 마련을 빌미로 관공서를 돌며 유명작가의 작품으로 속여 미술품을 강매하는가 하며 후원을 핑계로 한 사기성 바자회를 일삼은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대구지부 북구지회장이 고발당하기도 했다.(3/25 영남) 부산에서도 서울장애인복지회 소속이라는 유령단체의 직원이 장애우복지기금을 마련한다며 20만원 상당의 병풍을 강매하는 일이 발생했다. (3/24 국제일보) 한편 음성군청에는 최근 양말이나 의류 등을 판매하는 외래상인들이 장애우돕기나 불우이웃돕기 명목으로 물품구입을 강요,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3/9 동아일보)

  사면초가의 현실에서 쥐꼬리같은 혜택이나마 붙잡으려는 심정인지 장애우등록도 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6만 3천2백99명이 등록해 등록인구는 48만1백88명으로 늘어났다.(저년 15.2% 증가) 89년부터 96년까지의 연평균 증가율 9.7%, 96년 3만 8천 5백 66명이 증가한 것에 비하면 대폭 늘어난 숫자이다.(3/10)


장애우 고용으로 성공하는 기업들

  장애우의 실직 문제는 언론들이 주요기사로 다룰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 의하면 장애우 실직의 사례가 장애우 취업자 수가 지난해 11월 4백 80여명에서 12월 2백 70명, 1월 1백 20명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97년의 장애우 고용률은 여전히 2%에 휠씬 못미친 0.46%를 기록하고 있다. 2천 1백84개 사업체 중 장애우를 전혀 고용하지 않은 업체가 5백 76개에 달했다. 취업장애우들조차 평균임금이 불과 67만 3천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장애우의 해고가 능력이나 성실성하고 관게없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은 전가의 보도처럼 생산성을 핑계대지만 그 동안 숨어있던 장애우에 대한 차별의 양태가 난국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당대우에 대한 적절한 항거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장애우를 해고 0순위로 두는 이유로 보여진다.

  그러나 장애우를 적극 채용함으로써 위기를 타개해나가는 기업들도 있다. 그동안 기업들의 관심을 거의 끌지 못했던 다양한 장애우 고용지원 제도가 일부 기업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은행대출의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금리가 높아 돈을 꾸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우를 채용했을 경우 적지않은 지원금이 주어지는 이 제도들이 기업들의 매력을 끄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장애우를 고용하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케이피씨를 들 수 있다. 95년 설립한 수평기 제조회사인 이 회사의 생산직 근로자 20명 중 14명의 장애우다. 2년전만 해도 이 회사의 경영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96년 6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3억원을 융자받아 2층 공장을 신축하고 이후 3명이었던 장애우 ms로자를 14명으로 늘림으로써 견실한 성장을 시작했다. 이 회사가 그동안 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은 내역을 살펴보면 엘리베이터 및 자동문 설치에 무상지원금 2천 3백만원, 장애우고용시설 융자금 1억4천만원, 장애우고용보조금과 장려금 1천 4백만원 등이었다.

  이런 다양한 지원으로 인건비는 물려 20%나 줄었고 이러한 경쟁력을 발판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최고의 회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IMF 위기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덕에 오히려 동남아, 미국, 일본시장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3/14 한겨레)

  89년 설립된 자동차부품제조 및 CCTV 설치업체인 무성산업은 2년 전부터 장애우들ㄹ를 고용해 현재 전체 근로자 1백 50명 중 23%인 35명이 장애우이다. 이 회사는 정부로부터 연리 3%의 시설융자 2억 8천만원과 연간 8천만원에 달하는 장애우고용 보조금․장려금을 무상으로 지원받는데다 생산품의 우선 수주혜택 등 장애우고용에 따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우 직원들이 기여도 30%가 넘는 생산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 회사의 버팀목이다.

  올해는 공단 대구사무소에 연리 3%, 2년 거치 5년 상환의 조건으로 장애우 고용에 따른 작업장, 기숙사, 편의시설 설치 등의 비용에 대해 융자를 신청할 계획이다.(2/12 매일경제, 1/30 영남일보)

  브레이크 생산업체인 상신브레이크도 외환과 금융위기로 연간 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역시 장애우 채용비율을 늘리기로 한 후 위기를 극복했다. 상신은 올해 장애우 채용비율을 20명까지 늘릴 예정인데 한해 1억 원의 절감비용을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되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최근 기업에게 장애우를 고용했을 경우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3/14 무등일보) 1월 30일자 영남일보는 장애우 채용으로 IMF를 넘는 다는 제목으로 장애우 고용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을 소개하고 장애우를 고용했을 때 주어지는 다양한 지원책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기존의 가치체계로는 IMF를 넘을 수 없다.

  IMF시대에도 흔들림 없는 이들 견실한 기업들의 성공사례는 장애우들을 한낱 경쟁력 없는 걸림돌로 여기는 기업들의 풍토에 던지는 무언의 웅변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의 잘못된 가치체계를 갖고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되찾기는 커녕 국가전체로도 경제난국의 구렁텅이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발상으로 앞서 나가는 시각장애우들의 애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7명의 시각장애우들이 삼성화재 보험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진출했다. 이들은 최근 보험감독원에서 실시한 보험 대리점 설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들은 이후 상계동에 복지대리점을ㄹ 공동개설 운영할 계획이다. 계약내용은 특수컴퓨터를 이용해 점자로 출력하고 음성이 나오는 글자판을 사용해 영업활동을 하게 된다.(3/2)

  첫머리에 소개한 히말라야를 등정한 시각장애우들과 말미에 소개한 시각장애우 보험 설계사 7인은 이 시대에 한 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들은 볼 수 없고서는 할 수 없다고 여겨진 일들에 도전해 우리들의 굳어진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버렸다. 한치 앞 미래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두운 이 시대에 오로지 필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잘못된 가치체계를 거부하는 발상의 전환 뿐이란 것이다. 발상의 전환의 가장 중요한 핵심에는 당연히 장애우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도 포함된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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