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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함께 사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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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 통계이기는 하지만 일본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주택 안에서 사고가 생겨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교통사고와 수와 거의 비슷한 비율이라고 하였다.

  주택의 안전하지 못한 시설이나 재료의 처리에서 의외로 많은 사고가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이나 불구의 상태에까지 이른다.

  계단이나 튀어나온 도출부에 굴러 떨어지거나 부딪쳐 치명상을 입기도 하고 미끄러운 마루나 화장실의 타일 바닥 때문에 심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사람이 출입하는 문이나 창문의 구조도 크게 안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다만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통계에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그 피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쉽다.

  어디 주택 뿐이겠는가.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 - 실내건 공공장소건 장애발생의 위험은 도시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도시가 과밀해지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활동이 비장애우도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날이 갈수록 복잡하게 되어간다. 이 도시에 안전지대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할진대 장애우가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위험도로 말하면 온통 살얼음판이나 지뢰밭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입장에서 보면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공공건물에서 지하철역에서 제대로 장애우의 편에서 고려된 시설은 극히 드물다. 가령 법이나 제도에 맞추어 시설이 되어있더라도 그 시설에 접근하는 방법이 말도 되지 않도록 불편하여 사용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아예 시늉만 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민으로서 찾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사회적 배려가 수준 이하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설사 마련된 시설이라 하더라도 장애우가보통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구석진 곳에 감추어져 있다면 그 또한 허울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역시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출퇴근 때에 지하철 역에서 지체가 부자유한 장애우를 자원활동자들이 들어서 옮겨줄 때 당사자가 가장 모멸감과 곤혹을 느낀다는 조사가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휠체어가 제댈로 회전하지 못하거나 바퀴에 걸려 더 이상 물체에 접근하지 못하는 화장실 같은 경우는 수없이 많다. 또 각도가 지나치게 급한 경우이거나 폭이 너무 좁아 바퀴 돌ㄹ리기도 힘든 경사로도 흔하다. 문제는 사용자의 편에서 시설했다가 보다 제도나 지침에 따라 할 수 없이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아무리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개발도상국가라 하더라도 정상화(normalization)의 개념이 따르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후진국에 다름없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스웨덴(1975), 프랑스(1981), 미국(1990) 등의 외국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생활과 이동을 보장하는 공공건물과 주택, 교통에 관한 법과 제도를 개정하거나 창설하였다.

  이러한 개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개념은 장애우의 생활에 지장을 가져다주는 장벽(barrier)이라고 하는 물리적 환경을 제거하고 주택이나 도시시설, 교통 등에서 장애우 차별을 금하도록 하는 사회적 의지이다.

  물론 이러한 외국에서의 발전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만치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의 도시와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문제와 앞으로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야 하고 이를 위하여 엄청난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따르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르러 우리도 경제개발의 성장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표면화되어 여러 단체가 힘을 모아 법령도 정비하고 시민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극히 미미한 단계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움직임이(외국에서도 그러하였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나 도시시설을 만들어나가는 건축가나 도시설계자의 참여가 소극적인 것에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장애의 가능성을 안고 있고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시민 모두의 심각한 자각이다.
 

글/ 조성룡 (조성룡도시건축연구소 대표)

작성자조성룡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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