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복지칼럼(마지막회)] 분단 조국과 장애우 > 대학생 기자단


[김종인의 복지칼럼(마지막회)] 분단 조국과 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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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킨다. 민족과 조국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고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기리며 그분들의 숭고한 뜻과 유지를 받드는 그런 달이다.

  일제 36년간의 식민통치에 항거하여 조국독립을 위해 싸워 쟁취해온 남과 북은 물론 세계도처에 흩어져 사는 독립유공자에 대해 민족상장의 6.25등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라를 사수하다 앞서 간 선열과 장애우가 되신 분들은 예우받고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해마다 6월이 되면 민족과 조국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의해 분단되어 사상적·이념적·체계적으로 나뉘어 사는 남과 북의 현실을 다시금 직시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같은 민족이면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세계에서도 유일한 분단국 즉 <장애국가>라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조국, 남한에서는 IMF시대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고 있다. 외환위기로 시작된 불황의 시대는 실업자가 양산되고, 소득이 격감되는 경제적 상황만이 문제가 아니라 도둑이 늘고 자살이 사고·사건 사망 1위로 진입하는 등 사회병리적 현상까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대상이 장애우라는 것이 판명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우리 땅 저쪽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식량부족으로 인해 야기된 북한의 위기는 경제 전반에 있어서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영양실조 등으로 인한 유아사망률이 증가하는 등 그 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와 같은 북한의 현실 속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장애우>라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그러니까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우리 조국은 <분단이라는 장애>의 아픔과 함께 실제 육체적·정신적 결함이나 손상을 입고 있는 2중, 3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분단된 우리 조국을 하나로 만들어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이산의 아픔을 해결하려는 우리의 통일노력도 필요한 일이라 하겠지만 남과 북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 장애우의 문제 즉 장애우의 양육에서부터 의료재활, 사회·심리재활, 교육재활 그리고 직업재활을 어떻게 개발·시행해야 하며 또한 남과 북의 장애우가 사회통합과 통일의 주체가 되느냐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 그것도 제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장애우에 옥수수와 밀가루를 직접 공급해 오던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선교사의 증언을 통해 우리는 북한 장애우의 실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선교사의 말로는 함경남도와 함경북도 사이에 새로이 만든 량강도에 삼봉이라는 한 시골에 장애우들을 위한 집단촌이 형성되어 있는데, 그 곳에는 오갈데 없는 장애우 1천1백여 명이 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곳의 장애우도 정신장애라기 보다는 지체장애이며, 시각·청각장애도 일부 있지만 전문적·체계적 장애우의 분류나 정리가 되어 있지 못하고 재활프로그램 또한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죽 한 그릇을 먹고는 햇볕을 쪼이며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것이 고작이라는 설명이다. 아동시설과 노인구호소와 더불어 있는 장애우 집단소를 북한에서는 <장애자학교>로 공식적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한인선교사는 북한 장애우에게도 잔존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활프로그램이 요청되는데 특히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연구와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말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에는 또 다른 장애우가 있다는 설명도 전해주고 있다. <예우장애자>가 바로 그 사람들인데, 이 예우장애우는 군대나 산업현장에서 장애를 입은 사람들로서 이들에 대해서는 북한 당국에서 영웅으로서의 칭호와 함께 극진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북한 여성들이 장애우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나 편견 혹은 차별없이 결혼배우자로 선정한다는 것도 이 같은 <예우장애자>덕택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예우장애자>가 되면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 주택과 소득보장이 나름대로 완벽히 이루어짐으로써 결혼적령기 여성이 <예우장애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갖고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와 같은 장애우에 대한 사회보장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인해 장애우 전반에 대한 인식이 북한 전역에 있어서는 긍정적·전향적으로 개선되고 있음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남한에서도 마찬가지로 보훈장애우에 대해서는 국가적 예우와 특별한 대책이 있다.

  또한 보훈대상자에 대한 예우에 관한 법이 마련되어 있고, 제도적·행정적 체계도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보훈대상자에 대해 결혼을 하려는 마음이 열려 있는 비장애여성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장애와 비장애에 대한 갈등과 차별의 골이 있음을 알 수 있겠다.

  필자는 분단 조국과 장애우를 생각함에 있어서 남·북한 장애우의 삶의 비교나 만족도를 조사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또 북한이나 남한 장애우의 재활이나 복지정책이 어느 곳은 좋고, 어느 곳은 나쁘다고 따지고자 함도 아니다. 하지만 한민족으로써 분단의 아픔도 서러운데 장애의 고통까지 안고 살아가는 남 ·북한 장애우의 삶을 논하고 서로간의 안부와 교류를 증대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한 장애우가 주체가 되어 교류와 협력 그리고 화해의 문이 열렸으면 한다.

  첫째, 남북한 장애우의 실상과 복지제도 그리고 장애우의 삶 전체를 다시금 점검하기 위해서 우리는 UN(국제연합)의 장애우분과와 더불어 실태조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물론 서로의 인격과 예의를 존중하면서 말이다.

  둘째, 장애우 문제는 이미 국경이나 이념 그리고 종족을 초월한지도 오래다. 때문에 남과 북의 장애우 대표들이 하나의 공통된 위원회 가칭으로 <한민족장애우복지공동체위원회>같은 것을 결성하여 남북한 장애우 복지대책을 수립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셋째, 향후 2년 후면 우리는 2000년대를 맞게 된다. 이 21세기에는 분명 분단된 조국이 아닌 통일된 조국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것으로 확신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때를 대비해서라도 남·북한 장애우의 교류와 협력이 요구되며, 통일 이후의 한민족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장애우가 결집된 힘으로 이룩해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하겠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과 남북한 장애우의 재활과 복지성취, 이 두 가지의 주제가 엄청나게 어려운 난제라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육체는 썩어도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라는 책을 지은 이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올해 팔순이 된 한 할머니의 고백이 생각난다. “보통 맹인은 글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은 점을 더듬어서 촉각이나 지각으로 읽지요. 그러나 나병과 시각장애라는 중복장애를 가지게 되면 입술로 읽게 됩니다. 하지만 나와 같이 더 중증이 되어서 입술마저 마비되어 버리면 남은 기능인 혀로 점자를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행복해요. 그런데 한 가지 지금까지 이산가족이 되어 떨어져 사는 남편의 생사여부라도 알고 싶은 마음은 극복하기 힘든 저의 운명이군요.”

  이 장애할머니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이산의 아픔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마다 맞는 6월이지만 이번 6월에는 남북한 모두 경제적 위기와 아울러 분단의 고통을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남북한 6백여만의 장애우에 대해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더구나 남북한 장애우들이 앞서는 <두동강난 토끼>를 새롭게 살리는 운동, 즉 용서와 화해 그리고 통일의 그날을 위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겠다. 남북한 당국은 정치논리를 배제해야 하며, 남북한 장애우들은 체계·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와 인류애 그리고 민족사랑정신을 발휘하여 복지통일국가건설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글/  김종인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

작성자김종인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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