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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돈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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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있다. 수해가 났을 때도 얼마만큼 재산 손해를 입었는지 돈으로 환산하여 발표한다. 이른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가치를, 돈값까지 포함하여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세상에는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유명한 스포츠 선수가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요즘 한창 인기절정에 있는 미국의 두 박(朴) 선수 경우만 봐도 보통 월급쟁이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받고 있지 않는가? 그들의 노력과 고된 훈련과정을 견뎌낸 가치를 인정한다 해도 스포츠라는 것 자체가 그만큼 엄청난 돈으로 살 만한 것인지 생각해본다면, 과연 돈이란 물건이 세상의 가치를 재는 척도로 바르게 사용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돈은 결코 가치척도가 될 수 없는 물건이다. 다시 말하면 많은 돈을 받는다 해서 그 가치가 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돈과 가치는 전혀 별개다.

  투수는 공을 잘 던질수록 돈을 많이 받는다. 골퍼는 공을 적게 때릴수록 많은 돈을 받는다. 투수가 공을 잘 던진다는 말은 타자가 방망이로 치기 어렵게 빠른 공을 던지든지 휘어진 공을 던진다는 말이다. 골퍼가 공을 적게 때린다는 말은 잔디밭에 파놓은 구멍에 공을 때려서 넣는 일을 잘 한다는 말이다.

  공을 던지든 때리든 아무튼지 간에 그것은 놀이(게임)일 뿐이다. 놀이란 것은 하면 재미있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예컨대 야구나 골프 같은 것은 안 해도 그만이지만 농사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내가 과문이어서 그런지는 모르나 아직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받는 연봉만큼 많은 돈을, 어느 농부가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감자를 생산했다고 해서 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돈이라는 물건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보다 안 해도 괜찮은 일 쪽으로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가고 있는 것을 날마다 보면서 살아가는 게 오늘 우리의 운명이다. 그러면서도 너나없이 ‘돈’의 위력 앞에 전전긍긍이다. 정말이지 한심하고 딱한 일이다.

  어째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멸시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수해현장이나 장애우 시설 등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땀 흘려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상한 일(사람이 짐승과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가치’가 스포츠 선수들의 그것보다 못하다고 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돈은 오늘도 자원봉사자를 외면한 채 스포츠계 ‘스타’에게로 쏠려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의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세태에 대하여 그것을 거역하기는 그만두고 이상스레 여기지도 않으니,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업신여기는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스포츠와 스포츠에 종사하는 이들을 가볍게 보자는 말이 아니다. 아울러 ‘돈’을 경멸하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돈’으로 모든 가치를 환산하는 것에 대하여 그와 같은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한 번쯤 진지하게 반성해보자는 얘기다. ‘자본(돈)’이 주인 행세를 하는 세상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그것을 ‘생명’이 주인 노릇을 하는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아마도 그것은 돈에 대한 터무니없는 애착과 경멸에서 벗어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돈 때문에 사물을 잘못 인식하는 일을 더 이상 계속하지 않겠다는 단단한 각성이 필요하다.


글/ 이현주 (목사)

작성자이현주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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