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눈에 비친 세상 읽기] 양지마을 퇴소자들이 거리를 헤매는 것이 정녕 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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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도 정보통신 시대에 발맞춰야
앞으로 정보통신 활성화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특히 장애우, 노령자들이 정보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들이 내년 이후 활발히 도입될 전망이다. 주지하다시피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정보화 혜택은 필수적이다. 이미 컴퓨터 통신을 통해 재활을 꾀하는 장애우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정보통신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들이 무리없이 쓸 수 있는 장비도 거의 없고 장애우의 경우(특히 뇌성마비 장애우)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보통신요금을 과다하게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들을 위한 정책개발이 전무했다.
비단 장애우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미 세계는 정보통신의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이나 이 분야에 있어 변변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보통신부는 지난 8월 20일 급격히 진전되고 있는 정보화 환경변화를 수용하고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화촉진 기본법’ 개정안을 마련, 21일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장애우, 노령자, 저소득자 등 사회 소외층이 정보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보통신 요금 인하, 정보통신 기기개발, 정보 이용능력 제고방안 등을 마련해 지역, 소득, 성별 등으로 인한 차별이 없도록 했다.
또한 교육부는 99년부터 장애우에게 교육, 복지, 고용 등의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우의 정보통신이용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장애인교육복지정보센터’를 구축,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의 운영을 위해 41억원의 예산을 책정, 교육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 3개 부처의 정보공유망을 연결하고 지역별, 기관별로 분산돼 있는 장애우 관련 정보수집과 정보자료를 서비스할 수 있는 특수교육협의체(가칭)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성중 장애인정보화추진협회장은 정보화 촉진 기본법과 함께 장애우복지통신 지침 마련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보화촉진기본법 제3조 ‘정보접근의 대상이 경제적·지리적 문제가 있다고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규정에 신체 장애로 인한 차별도 포함시킬 것, 정보화촉진기금을 장애우 및 소외계층에 투자할 것,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장애우 및 소외계층에게 통신과 인터넷 사용 요금 부담을 줄여줄 것, 조세감면법을 개정, 저소득 장애우의 컴퓨터 보유를 용이하게 할 것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는 복지정책도 정보통신 시대에 발맞춰 개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정보사회에 있어서 장애우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보사회의 장애우의 범위는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장애 각종 병리적인 장애 외에 컴퓨터를 활용해 지식이나 정보를 빠르게 확보해서 활용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까지 확대된다. 즉 정보를 적시 적소에 확보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의 복지비용 지출에는 정보 장애우들이 정보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비용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정보화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를 다루는 차원을 넘어서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이 정보를 교육이나 생활전반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를 필요로 한다. 또한 주어지는 정보만 받아먹게 하는 것이 아닌 정보화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장애우복지통신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양지마을 관계자들의 도덕 불감증
양지마을의 비리실태와 반인권적 만행은 또다시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지난 달 통신상의 주요 화제는 강릉병원 사건에서 양지마을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 PD수첩을 통해 양지마을의 실태가 처음으로 방송된 직후부터 양지마을 사건은 PC통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의 분노를 더욱 촉발시킨 것은 7월 29일 하이텔 플라자 난에 올라온 양지마을의 직원이라고 밝힌 김인숙 씨(sookline)의 항변이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우리들은 지난 이 주일간 소위 인권을 말하는 언론으로 인해 아주 많은 상처를 입었다.
“양지마을”에 관한 많은 보도는 종사자(교사, 의료진, 사회복지사, 일반사무원)들 입장에서 볼 때 전혀 사실이 아닌, 픽션이 더 많았고 그것을 보도하는 과정에서도 확인이나 해명절차를 요구 받아본 적이 없기에 당황스러움을 넘어 분노스럽다. 7월 16일, 그토록 인권을 중요시하는 그분(?)들은 오전 7시경 <양지마을>에 흉기에 가까운 물건들을 소지하고 30여명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담을 넘어 정문을 열고 아주 정중히 방문하였다.
원생으로 5년여의 시간을 보내다가 탈주한 박영섭 씨의 제보는 그토록 신빙성 있고 30여년 가까운 시간을 대전, 충남 지역에서 헌신한 우리 이사장님 이하 종사자들은 거짓에 가득한 위선자인가?
그들은 원생들의 단편적인 말만 듣고 직접 관계자에게 어떤 해명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이사장님의 말씀은 부랑인 복지시설 운영업무에 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듣는다면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왜곡보도하고 편집해서 시청자들을 호도했다. 양지마을은 직업보도 사업이 가장 잘되어 있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마치 노예처럼 생산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를 떠난 원생들을 기자님들이, 의원님들이, 인권단체의 여러분들이 일자리도 알선해 주고 책임져 줄 것인가? 귀가조치를 취한다는 보도만으로도 “우리는 어떻게 하냐”고 울먹이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종사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1998년 참담한 7월의 아침에 사회복지법인 천성원 직원 및 그 가족이 드립니다.>’
이에 대해 수백구의 시체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이며 온갖 착취와 성폭행을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이냐는 요지의 많은 반박문들은 김 씨의 주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한편, 검찰과 보건복지부가 진상 조사에 들어가던 지난 7월 23일 수용자 2백여명이 퇴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종사자들이 스스로 자부하는 자부심과 달리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자유인 것이다.
원생들이 퇴소한 지 얼마 후 한 지방신문은 양지마을에서 퇴소한 사람들이 조치원역이며 천안역 등을 돌아다니며 노숙하고 함부로 구걸하거나 도둑질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보도처럼 그들의 사회적응 방식은 기껏해야 그 정도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그 지옥같은 양지마을을 필요악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포크레인으로 기자들의 접근을 저지하던 양지마을 관계자들과 궤변을 일삼는 노재중 이사장이야말로 정말 이 사회에서 퇴출해야 할 정신적 부랑자들이다. 양지마을은 수심원과 함께 이 시대의 도덕적 불감증을 대변하는 단어로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에바다
한편 5월 말부터 천리안 수화사랑동호회에는 에바다농아원비상대책위원회 게시판이 개설되었다.
이 게시판을 통해 신문, 잡지, 인권사랑방 등에 실린 에바다 사건 관련기사와 그때 그때의 현황이 소개되고 있다.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농성자들의 보금자리인 해아래집 사람들에 대한 소식도 이 게시판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
중등 우리교육 4월호에 게재된 ‘해아래집 경훈이의 꿈’이라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경훈 씨는 올해 에바다 특수학교 출신 중 최초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런데 경훈 씨의 대학 진학 과정에서 에바다 재단은 농간을 부렸다. 본래 그는 각종 장애우체전의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용인체대 특수체육과에 지원하려 했다(특례입학).
경훈 씨는 에바다 특수학교 교사인 권오일 씨와 함께 에바다 재단 퇴진 시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평소 재단측으로부터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있었다. 지난해에도 농성에 몰두하느라 수업에 많이 빠졌다. 재단은 경훈 씨의 내신성적 미달을 빌미로 원서를 받지 말라고 용인대측에 압력을 가했다. 그 바람에 용인대에 원서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특수체육과의 2명 정원에 1명만이 원서를 접수해 경훈 씨는 충분히 합격이 가능했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경훈 씨는 분노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현재 해아래집에는 권오일 씨 등 교사 11명과 경훈 씨를 포함한 20여명의 학생이 거주하고 있다.
방 세 개와 부엌 한 개의 비좁은 공간에서 교사들이 나누어 내는 40만 원 정도의 생활비와 약간의 후원금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손수 에바다의 해결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채 재단의 횡포는 계속되고 있다. ‘길’지 8월 호에 게재된 에바다 사건 공동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용한 씨의 기고를 통해 현재 에바다 사건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지난 5월 10일 제2차 국민과의 대화에서의 1분도 채 안되는 대통령의 에바다 사건 해결 발언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언론이 일제히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고 내용도 잘 모르는 지방선거 후보들이 이 사건을 선거이슈로 삼았으며 별 관심이 없던 일반인들까지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2년 가까이 지리한 싸움의 끝이 당장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틀 뒤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관계기관대책회의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이 날 장애우복지심의관실에서는 ‘에바다복지회의 최근 현황 보고’라는 A4 용지 10장짜리 보고서가 배포됐다.
그런데 이 문건 자체가 완전히 왜곡된 자료였다. 첫째 최실자 원장이 파면된 것으로 보고 되었지만 농아원과 학교안에 상주하고 있고 국정감사 이후 비리관련 직원 근무 금지, 농아원 시설 관계자 이외의 자가 출입 통제 조치가 되었다고 보고 됐지만 비리 주범 최실자, 최성창, 최신향, 조성도, 함경수 등 비리주범과 친인척들이 여전히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최근 동향보고에서는 농성자들이 경찰 및 검찰 수사, 행정기관 및 감사원 감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으며 에바다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단체들이 개입하면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오히려 공대위측을 문제 삼고 있었다. 이 보고는 에바다 농아원 및 학교 운영상황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이라고 적고 있다.
에바다 공대위측이 강력히 항의하자 복지부 관계자는 평택시의 보고만을 바탕으로 작성했다며 잘못을 시인했으나 국민과의 대화 직후 5월 22일 황급히 발표된 감사 결과는 (김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인 2월 5일부터 20일 동안 이루어진 감사에 대한 결과였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평택시장 등 공무원과 에바다 법인의 비리 유착 여부 등을 조사하였으나 비리 유착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현재 감사원 감사 시정 조치의 이행 기간(2개월)인 7월 22일이 이미 오래 전에 지났지만 자격 기준 미달자가 농아원 등에 근무 금지, 공대위에서 해임을 요구한 몇몇 문제 직원 해임 등 감사원의 조치가 이행되지 않은 채 에바다 재단은 현재에도 친인척을 공공연하게 채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평택시는 비리 주범들의 친동생 최성호를 이사에서 제외시키라는 공대위의 요구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시에 환호성을 지른 것도 잠시 뿐 에바다는 여전히 열릴 줄 모르고 에바다 재단은 더욱 교활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아래 집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고...
글/ 이현준 (자유기고가 근이양증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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