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의 세상형편] 강릉병원 인권침해 공방과 의료분쟁 실태 > 대학생 기자단


[장애우의 세상형편] 강릉병원 인권침해 공방과 의료분쟁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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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에는 사회를 읽기 위해서는 언론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싫든 좋은 보수언론에 기대어 사회를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컴퓨터통신이 보편화되면서 기존 언론에 반감을 갖고 있는 대중들이 직접 뉴스의 현장에 뛰어 들어 불특정다수에게 자신의 생각을 배포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컴퓨터통신은 제 4의 언론이라 불리울만큼 여론형성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처 기사화되지 않거나 언론이 다루기 껄끄러워 하는 사건들도 통신에서는 거리낌없이 전달되고 있다.

  지난 6월 한 달간 통신인을 분노하게 한 강릉병원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6월 19일 한 통신인에 의해 강원도 속초시 대포동에 거주하는 김음강 씨(지체장애 1급)의 아픈 사연이 여론광장(PLAZA)에 올려져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아직 언론 매체에 보도조차 되니 않은 사건이었다.


 아내의 치부를 방치한 병원에 대한 남편의 분노

  김음강 씨는 속초시 대포항에서 오백원짜리 커피를 팔아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해왔고(95년 3월 KBS「사람과 사람들」보도) 현재는 모 장애우 관련 신문사 속초지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가슴 아픈 사연은 이러하다.

  김음강 씨는 아내인 김복순(25) 씨를 교통 사고로 잃어야 했다. 그런데 그가 통신에 장문의 기고를 통해 하소연하고 있는 내용은 그의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사망하기까지 병원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인권유린에 대한 것이다.

  김복순 씨는 지난 4월 26일 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자정쯤 아산재단 강릉병원 (원장 서병택) 순환기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그런데 5월 1일 새벽 간호사가 신경질을 부리며 소리는 질러대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아 갑자기 호흡이 가빠져 생사의 기로에 섰다고 한다.

  김복순 씨는 골반에 심한 골절상이 있었으며 콩팥 및 방광이 파열되었고 폐렴증세까지 겹친 데다 평소 지병인 심한 간경변증이 있어 상태가 심했다. 7일 김음강 씨가 담당의사를 면담해 당시 대변독이 올라 엉덩이가 심하게 짓물러 있었다. 의사가 설사를 통해 배에 찬 가스를 빼기 위해 설사를 방치해 대변독이 오른 것이었다. 독이 장에 침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5월 8일 오전 6시 30분 김 씨가 면회를 갔을 때 김복순 씨는 대변독치료를 위해 아랫도리가 벗겨진 상태에서 간호사들이 아무 것도 가려놓지 않아 하체가 다 드러난 채 면회 온 남자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다. 이에 김 씨는 “환자도 인격이 있으니 면회시간에는 좀 가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일 오후 1시 또 다시 면회를 갔을 때도 여전히 하체가 드러난 채 아무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음강 씨는 분노해 수간호사를 만나 항의했으나 간호사는 바쁘다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당일 오후 7시 세 번째 면회시에도 여전히 차렷자세에서 벌거 벗겨진 채 환자복 상의로 배만 형식적으로 덮여져 있었다. 커텐조차 쳐있지 않아 면회온 환자 가족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었고 김복순 씨는 수치감에 옆으로 고개를 돌린채 덜덜 떨고 있었다. 이에 김음강 씨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수간호사에게 항의했다.

  이후로 김복순 씨는 수치심으로 남편의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수시로 강릉병원에 더 이상 있기 싫다는 의사를 비췄다. 결국 김복순 씨의 요구에 따라 병원측은 속초의료원으로 옮기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생명이 1시간밖에 안남은 상태에서 12일 오전 속초의료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고 한다.

  이후 김음강 씨는 병원 원장과 면담을 요청해 책임자처벌, 공개사가, 위령비설치를 요구하며 면담을 했으나 도중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총무과 직원 5~6명이 김음강 씨의 휠체어를 강제로 끌어냈다.


 강릉병원 사건으로 들끊는 PC통신

  김음강 씨의 호소문이 뜬 후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 4대 통신의 여론광장(PLAZA)에는 분노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특히 4대 통신 모두에 강릉병원사건을 주제로 한 토론실이 개설되었다. 민감한 사회문제가 아니고서는 4대 통신 모두에 토론실이 개설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7월 2일 현재 유니텔 토론실에는 5백여건, 천리안, 하이텔에는 1백여건의 글이 쏟아졌다. 10여일간 4대 통신사에 올라온 강릉병원에 관한 글은 1천건이 넘는다. 장애우에 대한 인권탄압이라는 시각에서부터 의료계의 어려움을 옹호하는 글들이 쏟아져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강릉병원 인터넷 홈페이지의 항의방문도 잇달아 6월 19일부터 6월 30일 사이에 항의 사과요구를 하는 게시물이 6백여건에, 총조회수가 4만회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이 게시판에는 게시물이 17건에 불과했다.

  이런 항의에 대하 강릉병원 수간호사 이미경 씨는 김음강 씨 주장에 반박문을 강릉병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미경 씨의 주장은 김음강 씨 주장과 상반된다. 이미경 씨는 김복순 환자가 상태가 심한 데다 평소 지병이 심한 간경변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심한 설사가 하루 20~30회나 계속되었고 담당 간호사는 진료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써야 할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유로 환자의 하의를 벗겨놓고 치료할 수밖에 없었고,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커튼을 치고 간호 행위를 계속했으나 시트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커튼을 열고 출입하느라 일시적으로 불가피하게 커튼 밖으로 환자의 몸이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음강 씨의 반박문이 올라왔다. 김음강 씨는 5월 8일 알몸상태를 연출한 오후 1시까지는 커튼이란 물건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병원에 있었던 15일 중에 커튼이 설치된 날은 아내가 숨을 거두기 전까지 3일하고 반나절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음강 씨는 현재 병원측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증거사진과 20개 분량의 녹음테이프 등 자료를 들고 방송사와 신문사에게 찾아가 보도요청을 해둔 상태다. 그러나 젊은 기자들은 기사를 쓰고 싶었지만 언론사 팀장이나 부장들이 가로막고 있어 기사화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통신인들 사이에는 이사장이 정주영 씨라는 거물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김음강 씨는 통신인들의 지원에 힘을 얻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강릉병원측에서는 아무런 사과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고 병원측의 과실이 밝혀질지도 미지수이다.

  다만 중환자실의 경우 환자가 누워 있는 침대 사이로 옆 환자와의 시선을 차단하고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 커텐이 각 침대마다 타원형으로 둘러치도록 하고 있고 간호사들이 치부를 드러내어 간호를 해야 할 경우는 스크린 등을 쳐서 반드시 개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게 되어 있다. 김음강 씨의 주장이 옳다면 병원측의 과실은 명백하다


 의료분쟁 1년에 1만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강릉병원 사건과 관련된 통신인들의 반응은 대단히 적극적이다. 통신인들의 움직임은 게시물을 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강릉병원에 대한 항의전화와 김음강 씨에 대한 격려 전화로 이어지고 있고 재미교포라고 밝힌 한 통신인은 세계인권보호단체에 전자메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일부 통신인들 사이에는 김음강 씨와 함께 강릉병원 사건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어찌 보면 과잉되기까지 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강릉병원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쌓였던 의료계에 대한 분노가 터진 것으로 해석된다.

  1년이면 1만건이 넘는 의료사고가 발생하지만 환자측이 이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의료에 대해 무지한 환자측에 대해서 의료계는 집단이기주의로 서로 편들어 주기를 일삼아 왔던 게 사실이다.

  일부 병원들은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고가 치료제를 외부약국에서 구입하도록 강요를 하는가 하면(4/13) 진단서 발급과 관련해 복지부 기준가격을 어긴 채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를 받는 사례(서울시내 일부 병원)도 비일비재하다. 일반진단서(1만원)와 사망진단서(1만원)는 최고 5만원, 사체검안서(3만원)는 최고 12만원, 초진 재진 진찰료도 상한선이 6천6백원, 3천3백원으로 규정돼 있으나 일부 병원에서는 상한선보다 훨씬 높게 받고 있다. 물론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것도 병원의 불친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88년부터 중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제정도 이해집단간의 알력으로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복지부는 6월까지 특례조항과 조정전치주의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안을 상정한 방침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의사도 처벌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과 복지부의 배상재원의 의사전부부담 주장 등에 이견이 엇갈려 지지부진한 상태이다.(3/23) 이런 상황에서 의료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의료분쟁소송에 대한 의사의 잇따른 패소, 의료계의 경종

  그러나 최근 들어 의료분쟁소송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잇달아 의료계에 경종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97년 11월 병원측 실수로 하반신이 마비된 황 모 씨가 H병원을 운영하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헌법상 행복추구권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근거로 의료과실에 대한 보상금 뿐 아리나 외출 쇼핑, 여행 등 행복추구를 위해 드는 개호비까지 병원측이 물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97/11/14 세계)

  지난 4월 3일에는 김 모 씨가 아들의 다리 절단에 대해 대전 J병원 담당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환자가 수술 직후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담당의사가 다음 날 휴가를 가는 등 병원측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의료 과실이 인정된다”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환자에게 1억 원 상당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4/3 경향)

  지난 5월 15일 회복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부인의 퇴원요구에 응해 치료를 중지하면 곧 바로 숨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게 해 곧바로 숨지게 한 의사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 파문이 일었다. 이 판결 이후 대부분의 병원에서 의사들이 환자 퇴원 판단을 병원측에 미루는 등 책임회피를 하거나 중환자 진료나 적극적인 지료를 회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5/19 서울) 중환자실마다 퇴원을 시키면 죄인이 된다며 퇴원을 만류하는 의사와 환자 보호자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의사들은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보호자에 대해 살인의도가 있다고 검찰에 신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6/21 한국)

  의료분쟁에 있어서 투명성을 보장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산고법은 의료분쟁사건의 해결을 위해 의사,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조정위를 구성 운영하고 있고, (4/25 한국) 최근에는 의료사고분쟁시 병원기록을 전문적으로 번역해주는 현대의료사고번역분석원이라는 단체가 생겨 장당 4~5천원의 정도의 비용으로 번역과 분석을 해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6/9 중앙)

  6월 9일자 중앙일보는 의료분쟁시 폭력을 자제하고 병원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것, 주치의를 면담해서 사고의 원인, 예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녹취와 자필서명 및 각서를 받을 것,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할 것 등 보호자측의 대처요령을 상세히 일러주고 있다.

  의료분쟁은 어느 한 곳에만 책임전가를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전 홍대 의대 학장이 의사입장이던 자신의 암환자가 되어 몸소 겪은 일부 의료진들의 고압적인 자세에 대해 성토했을 만큼 일부의료인들의 무책임이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의료는 직업이기 이전에 신성한 것임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글/ 이현준 (자유기고가 근이양증장애우)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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