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들의 한 표를 살려 달라! > 대학생 기자단


[기고] 아들의 한 표를 살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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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마다 갖게 되는 서글픔

  지난 6월4일에 있었던 지방자치선거를 포함한 매 선거 때마다 아들의 투표문제 때문에 적잖은 걱정을 하고 있다. 27세 된 정신지체인을 둔 부모로서 아들과 같은 정신지체인의 복지문제, 예컨대 교육, 의료, 직업, 주거 나아가 부모 사후의 문 등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애우 복지에 관심과 의지를 가진 후보를 선거를 통해서 지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데는 부모는 물론 당사자인 아들도 참여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글을 읽지 못하고 선거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하여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동행하여 투표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 5월12일 국회복지포럼이 주최하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주관한 ‘장애우의 선거의식과 선거환경, 어디까지 와 있나’라는 주제의 공청회에 참석하여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논찬자로 참석한 한 분의 말씀한 내용이 정신지체인 자려는 둔 부모의 입장과 이해가 다른 것 같아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인지능력이 부족한 정신지체인 보조요원을 대동하고 투표할 경우 시설에 있는 몇십 명, 몇백 명의 표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재가장애우의 경우는 입장이 다를뿐더러 부모가 보조요원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신지체인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기에 선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일 시설의 경우라도 그 숫자나 또는 방식을 개선하면 악용될 소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나 현행 선거법상 제 157조 제 6항의 규정에 의하면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어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하는 2인을 동반하여 투표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명시된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라는 표현은 장애로 인하여 스스로 투표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자‘라는 뜻일 것이며, 정신지체인도 이 규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57조 제6항의 규정을 대다수 정신지체인의 실정에 맞게 해석한다면 ’비록 부모가 대신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신지체인 그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애용은 지극히 당연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에서는 ‘정신지체인도 선거권이 주어지고 스스로 투표할 수 있기에 보조요원을 대동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한다. 이러한 방향은 정신지체인의 투표율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고 실제로 많은 정신지체인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나는 지난 95년 3월17일 서초사회복지관 강당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지방화시대의 장애우복지실현과 참여’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한 후 이러한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나의 발언에 공감한 참석자중 한 분의 소개로 참여연대에 연결돼 그 단체의 의견을 구하고 법적 투쟁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를 관철해보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 개선절차가 너무 복잡해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선관위원에게 요청해야 하나

  나는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의 결과와 상관없이 아들과 함께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여 정신지체인의 복지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때 나는 아들과 함께 투표장을 찾았다. 다행히 평소 알고 지내던 분들이 그날 투표소에 선관위원으로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들과 함께 기표소 안까지 들어가겠다는 나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 주었다. 그래서 아들의 손에 기표용지와 기표대를 잡게 하고 내가 아들의 손을 이끌어 투표를 마쳤다. 어떻게 보면 그러한 행위가 현행 선거법 규정에는 저촉되었을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아들과 나의 염원대로 장애우 복지행정을 개선시킬 후보에게 한 표라도 더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많은 장애우 가족들이 매 투표때마다 선관위원에게 일일이 요청을 하기 보다 정신지체인 선거권이 보다 효율적으로 행사될 수 있는 방안이 법제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장애우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가 정신지체인을 포함한 중증장애우에 대해서는 작은 부분에도 배려를 하여 주었을 때, 그것이 말로만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니라 진정한 통합사회가 이루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글/ 임용옥 (정신지체인권익실천을위한 성남부모회 이사)

작성자임용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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