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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데 시설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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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행형인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사태와 인권위원회 조사 발표로 사태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진 광주 우석재단 사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장애우 수용시설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들 시설에서 드러난 비리 양상이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것이어서 지금 이 땅에 수용시설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들 시설들은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국고 보조금을 수 십 억원씩 떼먹고 그것도 모자라 장애우들을 노예 부리듯이 부려먹고 또한 인권을 유린했으며 성폭행까지 자행했다. 이 모두가 직원도 아닌 시설 운영자들에 의해 저질러진 일들이다. 한마디로 현대판 나치 수용소가 따로 없는 것이다.

혹자는 비리를 저지른 시설은 일부이고, 나머지 시설들은 건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수용시설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런 낙관은 설득력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을 수용해 놓은 곳에는 반드시 관리자에 의한 억압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인간의 자유의지는 말살당하며 위계와 폭력을 비롯해 온갖 비리가 난무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고 해도 관리라는 명분 아래 억압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게 시설의 속성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시설의 본질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장애우들을 보호한다며, 격한 표현이지만, 마치 쓰레기 치우듯이 치워서 사회에서 격리된 섬인 수용시설에 보내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시설 수용을 반대하고 장애우들이 어떻게든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그 동안 수 천 수 만 번도 더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무한 메아리뿐이다. 사회에서 잊혀지고 버려진 장애우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그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를 비롯해서 그 누구도 대안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시설 문제는 비리가 문제가 아니라 시설이 존재하는 자체가 문제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그러면 대안은 뭔가.

광주 인화학교가 속해 있는 우석재단 비리를 조사해서 발표한 인권위 보고서에 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실려 있다. 학교는 제외하고 재단이 운영하는 수용시설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을 나눠보니 원생 1인당 평균 연 1천만원이 지원됐다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연 1천만원이라면 한 개인이 부족하긴 하지만 적어도 사회에서 굶지는 않고 살 수 있는 돈이다. 이 비용에다 저렴한 임대주택같은 주거 공간을 제공해 주면 장애우들이 굳이 자유가 없는 시설에 들어가서 살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설에 대한 지원은 가능하고 장애우 개인에 대한 지원은 절대 안 된다고 뻗대는 정부 태도는 뭘 의미하나.

추측컨대 정부가 장애우 정책에서 수용시설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얼마 전 헌법재판소 때문에 관습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장애우는 시설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관리의 편리함, 예산을 들여 보호하고 있다는 생색내기 정도가 이유가 되겠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너무 많은 장애우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면 보기 싫고 장애우는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동정의 대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비장애우들의 잘나빠진 우월감 표출이 장애우 수용시설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는 말하기도 지쳤지만 이런 반인권적이고 차별에 바탕을 둔 왜곡된 인식 때문에 장애우가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더 늦기 전에 수용시설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하고 만약 시설이 정 필요하다면 수용 인원 다섯 명이 넘지 않는 소규모 시설이 건립되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수용시설을 없애고 장애우가 개인의 의지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게 정책의 근본 틀이 바뀌어야 한다.

작년인가, 미국의 장애우 운동가가 방한해 자기가 받고 싶은 최고의 선물은 수용시설 해체로 버려질 건물 잔해 벽돌 하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하물며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수용시설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수용시설의 존재가 문제가 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수용시설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사람을 잡아 가두어 놓는 곳이다. 그래서 그렇지도 않지만 어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수용시설의 존재가치는 없다고 감히 말 할 수 있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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