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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스티븐호킹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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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스티븐 호킹의 다짐

 

 

  "아인슈타인의 후계자", "20세기 후반의 가장 위대한 천재" 심지어는 "우주의 지배자"라는 신성 모독적 찬사까지 받고 있는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루게릭병이라는 불치의 근육마비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다니던 21세 때였다. 의사는 그에게 앞으로 2년 정도밖에 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청년 호킹은 절망했다. 절망에 빠져 폭음으로 날을 지새기도 했다.

  그때 그에게 삶의 희망을 준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병상 맞은편 침대에서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이름 모를 소년이었다. 그는 그 소년을 보며 이 세상에는 자기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만약 자신에게 내려진 사형선고가 유예될 수 있다면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해야 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그 다짐으로 그의 영혼은 마비돼가는 육신을 뚫고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그는 마침내 40kg밖에 나가지 않은 바싹 야윈 몸. 혼자 힘으로는 고개조차 일으켜 세울 수 없는 몸을 간호인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깊이 파묻은 채 지구 곳곳을 누비는 슈퍼스타가 됐다.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컴퓨터 합성장치로 어렵사리 의사를 표현하고 정력적으로 강연하고 학회가 참석하며, 수십 개의 권위있는 과학상을 수상했다.

  지금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로 과학과 대중 사이에 만남의 광장을 열어놓은 이 세기의 천재는 모든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로 떨어졌을 때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올바로 깨달았노라고 술회했었다. 한 마디로 절망의 바닥에서 희망을 건져 올린 것이다. 그 불가사의한 자기 구원의 힘은 어디서 발원한 것이었을까.

  지난 1일로 55세 생일을 넘긴 그를 오늘날까지 "건강하게 지탱해온 것은 다름 아닌 신체적장애가 정신적으로까지 장애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 불굴의 정신력"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훨씬 "다행한" 육체적 조건 속에서도 허물어져 버리고 마는 장애우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면서 "당신 스스로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한다.

  그의 눈은 빛난다. 어둠으로 둘러싸인 육체에 가린 정신 속에 그가 품고 있는 광채가 빛을 발하는 창은 오직 눈뿐이다. 그는 숨쉬고 말하고 움직이는 모든 기능이 기계를 통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자주 유머를 던진다.

  그러나 장애우가 절망하지 않고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이 얼마나 혹독한지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는 7∼8년 전 미국 사우스 탤리포니아대학에서 열린 과학자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청중들에게 말했다.

  "장애아들이 같은 또래 아이들과 섞여 뛰놀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외톨이가 된다면 어떻게 인류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장애우를 격리하는 것은 또 다른 인종차별입니다. 컴퓨터나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우에 대한 공정한 태도입니다."

  장애우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질타하는 절절한 호소다. 그러나 그가 이 호소를 끝맺은 다짐은 더 절실하다.

  "장애우에 대한 시민들의 태도를 비난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여성과 흑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사회적 인식을 바꿔 놓았듯이 장애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장애우 자신들뿐입니다."

 

글/ 김종심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작성자김종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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