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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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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 신문에서 기가 막힌 광고를 봤다. 장애우들에게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무료 공급한다면서, 이를 위해 영업사원을 모집하는데 월수입 1000만원을 보장한다는 광고가 버젓이 실려 있었다.

장애우들에게 고가의 전동휠체어와 스쿠터를 그냥 주겠다는 의도도 의심스럽지만 영업사원에게 월 수입 100만원도 아닌, 무려 1000만원을 보장해준다는 문구는, 장애우 보장구를 둘러싼 세금 도둑질이 도를 넘어서 갈 데까지 갔다는 비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물론 말 그대로 광고인만큼 과장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 광고는 악덕업자가 장애우에게 휠체어와 스쿠터를 무료로 주고도, 또 장애우를 끌어모으는데 어마어마한 수당을 주고, 거기다 고액의 광고비를 지급하고, 그래도 남는 게 있으니까 하는 짓거리라는 것이다.

보장구 시장에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수십만 원대의 저가 휠체어와 스쿠터를 들여와 장애우들에게 넘기고 막대한 폭리를 취하는 악덕 업자가 활개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들은 수백억 원의, 사실상 세금인 건강보험료를 노리고 사기를 치고 있다.

건강보험에서 장애우 보장구 구입비로 지원하는 돈이 휠체어와 스쿠터 한 대당 2백만 원대이다. 그런데, 업자가 수입하는 가격은 대당 평균 50만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업자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하면서 장애우들에게 안전과 A/S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싸구려 보장구를 넘겨, 결과적으로 장애우들의 양질의 보장구를 가질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파렴치한 짓거리가 악덕업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약간의 돈에 눈이 멀어 악덕업자에게 협조하는 일부 장애우와 단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악덕업자의 합법의 탈을 쓴 세금 도둑질이 가능한 것이다.

일반론적인 얘기지만 장애우와 관련해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지원과 서비스의 배경에는 장애우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자리잡고 있다. 단 하나의 지원과 서비스도 결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휠체어와 스쿠터 같은 보장구 지원 제도 배경에는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장애우들의 지난한 투쟁이 있었다.

이쯤에서 대놓고 하고 싶은 말은 장애우들이 악덕업자 배불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업자뿐만 아니라 일부 장애우와 단체도 보장구 구입비로 지원되는 연간 수백억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가 먼저 차지하면 장땡이라며 임자 없는 돈 취급하고 있다. 심히 안타까운 실태가 아닐 수 없다.

재삼 강조하지만 공공의 이름으로 제공되는 장애우와 관련된 모든 복지 제도와 서비스에는 예외없이 국민의 혈세가 투여되고 있다. 때문에, 효과 이전에 반드시 투명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도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혜택과 서비스를 받는 장애우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국민이 낸 세금은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쓰여져야 하며, 수혜자인 장애우가 이 점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뻔한 얘기를 다시 강조하는 것은, 알려진 것처럼 4월부터 중증장애우를 위한 활동보조인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우려라고 폄하 할 수도 있겠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보장구 경우처럼 결과적으로 활동보조인제도도 세금 도둑으로 전락하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장애우가 활동보조인을 이용하지 않고도 이용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미거나, 일부 장애우 단체가 고용보조금 탈법 사례처럼 장애우들을 허위로 모은 다음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활동보조인 지원제도 예산을 역시 임자 없는 돈이라며 축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특성상 세금 도둑은 악덕업자가 아닌 장애우와 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더더욱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장애우와 관련된 서비스에 지원되는 예산을 사욕을 위해 탐내는 행위는, 제도를 가능하게 했던 장애우들의 목숨을 건 싸움을 헛되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악질적인 범죄라고 규정지을 수 밖에 없다. 제발 다른 건 몰라도 장애우들은, 그리고 장애우 단체들은 세금 도둑이라는 오명은 쓰지 말자.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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