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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위해감주는 존재?

[중증장애인 일상다반사] 장애때문에 술집서 쫓겨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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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일에 바빠 활동하는 일로써 만나는 것 외에는 사적으로 자리 내기가 어려웠던 후배 안영호(가명, 남, 30세, 뇌병변장애2급)씨, 우연히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만난 것은 1월의 마지막 날 밤 10시가 채 못 된 시간이었다.

2년 만에 처음 만나기도 하거니와 대학시절 학내 장애인편의시설 개선활동을 위해 서로의 학교를 오가며 교직원들을 괴롭혔던 추억들이 떠올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술이나 한 잔 하자”길래 기쁜 마음에 의기투합한 일인데, 그것이 석 달 동안이나 나를 괴롭힐 일의 시작일 줄 누가 알았으랴.

'술이나 한잔'이 고통의 시작일줄이야...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는 터여서 마땅히 잘 아는 술집도 없었지만, 후배 안씨가 전동스쿠터를 이용했기 때문에 이동의 편의를 고려해 지하철역에서 가장 가까운 술집을 찾아 들어갔다.

우리가 찾아간 술집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술집이 그러하듯 전동스쿠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술집은 아니었다. 그래서 안씨는 술집 출입문 옆 한 켠에 전동스쿠터를 세우고 술집으로 들어오려고 했고 나는 후배를 배려해 술집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술집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한근엄(가명, 남, 50대)씨가 내게 “무슨 일이냐?”며 출입문 근처로 다가왔다.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휠체어를 탄 손님이 있어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고, 주인이 밖으로 나와 후배 안씨를 힐끗 보더니, 다짜고짜 “술 안파니 나가라”고 했다.

순간 당황한 나는 ‘혹시 영업이 끝났나’ 해서 시계를 보니 밤 10시 반이 채 되지 않았었고, 가게 안을 보니 대여섯 정도의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사람이....’라고 울컥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수치심은 둘째라고 쳐도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화가 났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장애인들과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술집은 물론 식당, 노래방, 찜질방 등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이 내키면 언제라도 쉽게 가볼만한 곳에서 장애인들 상당수는 거부당해왔다. ‘근데, 이런 일이 나에게도...’

몸이 불편해 술을 팔 수 없다고?

‘그래 왜 우리에게 술을 안 파는지 이유나 한 번 들어보자’ 하는 생각에 나는 주인에게 술을 안파는 이유를 물었다.

“왜 술을 안 팔아요?” / “몸이 불편한 사람한테 술을 팔 수 없지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술을 안파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마치 미성년자에게 “넌 아직 안 돼” 하고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마냥 근엄한 표정을 짓는 술집 주인.

“그럼 술을 안 먹고 음료수를 마시면 되나요?” / ‘문제는 술인가?’라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도 뻔한 이야기였다.

“우리 가게는 음료수를 안 팔아” 갑자기 반말이다. / ‘진짜?’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럼 왜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는 술을 팔수 없나요?”

‘몸이 불편하니까 보호하고 걱정돼서 그러지’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손님들에게 위해감을 줄 수 있어서 안 판대두. 그리고 내가 사장인데 손님들에게 위해감을 안 느끼게끔 해줄 의무가 있어. 주인이 술 안 팔고 어서 나가라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고 화를 내며, 눈을 부릅뜨고 금방이라도 칠 자세로 손을 들었다 놨다 했다.

‘위해감?’ 그런 말이 있기나 하는 말인가?
‘위화감’은 들어봤지만 국문학을 전공한 나지만 전혀 생소할 따름이었다. 그럼 결국 장애인이 자기 술집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면 다른 손님들이 기분 나빠한다는 것인데,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나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술집 주인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허나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에라 모르겠다’ 경찰에나 물어보자.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으니 지금 경찰을 부를 것이고 경찰에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사장님이 제게 지금 한 말을 경찰에게 똑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하지. 내가 이겨. 물어보나 마나지. 그러니까 어서 나가.”

10여분이 지났을까 경찰이 술집에 도착했다. 나는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또한 나와 후배에게 사과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술집 주인에게 “손님이 장애가 있다고 하여 술을 안파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말하면서 “좋게 사과하시고 술을 내주세요”라고 권했다.

그러나 주인은 “손님에게 위해감을 준다”, “몸이 불편해 술 먹고 죽으면 어쩌냐?”, “영업하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달라”고 변명과 핑계만 늘어놓을 뿐 사고할 생각은 하지 않는 듯 했다.
더 이상 듣기가 어려워 나는 경찰에게 “사장을 고소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경찰은 거래상 문제이니 소비자보호원이 더 낫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이 위해감을 준다거나 술 먹으면 죽는다. 음료수를 팔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단순히 거래의 문제가 아니라 심하게 기분이 나쁘고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고소를 하고 싶다.”고 하자 해당 경찰이 그렇게 하셔도 될 것 같고 경찰서 민원실에 고소를 하면 된다고 했다.

고소 이야기가 오고가자 그때서야 술집 안에 있던 여성이 황급히 나와서 내 소매를 붙잡고 몇 번이고 “참으세요. 잘못했어요. 기분 좋게 풀고 가셔야죠”라고 했다.

나는 “술집 주인이 사과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선생님(여성)은 술집주인이 아니잖아요. 제가 사과받고 싶은 분은 술집주인이에요”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고소장 접수도 산 넘고 물 넘어

고소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고소장을 작성하고 경찰서를 찾아가서 민원실에 고소장을 내고 민원실에서 배정받은 부서에 가서 접수증을 내고 조서를 쓰고, ‘이게 뭐하는 짓일까?’하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더욱이 조사를 맡은 형사는 “고소인이 가해자 이름하고 연락처는 알아 와야죠”라고 “고소인이 그 정도도 협조를 안 해주면 자기들 일 못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게 아닌가.

“아니 지금 피해자더러 가해자에게 가서 ‘내가 당신을 고소하려고 하니 이름하고 연락처 알려 주소’ 하라는 것입니까?”라고 물으니 그렇게 하란다.

좀 아니다 싶어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연락을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사건 당일 출동한 경관에게서 “가해자 이름이나 연락처 등을 몰라도 고소할 수 있고 가게가 확실하니 가해자 인적사항은 담당 경찰이 조사할거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가해자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청문감사실에서는 “조사관이 편의상 그런 것이니 오해하지 말고 곧 연락하겠다”고 답변을 주었다. 그리고 정확히 5분 뒤, 담당 조사관에게서 연락이 왔다.
“경찰서에서 가해자 신원 파악됐으니 사실조사 받을 날짜만 잡으면 된다고 하더라.

사실조사 과정에서 경찰들은 합의를 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서로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 “가해자가 크게 나쁜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용서를 해줘라” 등등의 말들을 해왔다.

심지어는 “나이도 어린데, 참아라”는 식의 말도 했던 거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도 합의하는 게 좋다. 시간도 절약되고 어차피 고소이유가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받기 위해서니까.

하지만 합의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때에 가능한 것 아닌가.
사실조사 당일 가해자는 “자신도 장애6급”이라며 “서로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기분 풀라”고 했다.

이게 사과인가? 또한 “위해감”이라고 말한 부분과 “장애인은 술 먹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안했다”고 완강히 부인하다가 “그런 비슷한 말을 했다”, “손님들이 술에 만취한 듯해서 집에 돌아가라고 한거다(후배 안씨가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임에도 술취한 줄 알았다는 이야기)”는 식으로 점차 말이 변하더니 나중에는 “영업하는 사람 입장이 있는 거 아니냐?”고 자기가 그런 말을 한 이유는 나와 후배 안씨가 소란을 피워서 그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사실조사를 받는 동안 “미안하게 됐다”라는 말을 여러 번 하기는 했지만 도대체 뭐가 미안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가해자에게 합의조건으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문서로 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실조사 후로도 가해자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한편 사건조사 초반 어떻게든 합의를 보려고 했던 여러 가지 말을 건넸던 경찰관들은 내가 내민 장애인단체 명함을 보고난 후에는 경찰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내게 합의를 권하는 일도 없어져버렸다. 그렇게 사건은 해결의 기미 없이 형사절차대로 진행되어 검찰로 넘어갔다.

피해자보다 우선되는 가해자 입장에 분통

2월말 검찰에서 연락이 왔다.
검찰조사를 받으란다. 그래서 검찰청에 갔다.

검찰에서도 가해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고, “영업하는 사람 사정을 봐달라”는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검찰 관계자가 “어찌 할 거냐”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내 의향을 물었다.

“모욕죄라고 다 죄가 되는 것은 아니죠. 가령 ‘0새끼’ 욕 한번 들은 거랑 몇 시간 들은 거랑 다른 거고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느냐도 중요해요.” 검찰 관계자의 말이다.

“제 사건은 욕 한번 들은 거랑 같다는 것인가요? 조서는 읽어보셨나요? 저는 한 시간 넘게 사장으로부터 별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맞지는 않았잖습니까?” / ‘맞아야 되나?’

“전 가해자에게 분명하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문서로 요구했고 시간도 한 달이면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의 합의에 대한 이야기는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법대로 처분해주세요.”
자포자기였다.

가해자 얼굴을 더 보고 싶지도 않았고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최소한의 요구를 강제하기보다 피해자로 하여금 권리구제를 멈추게 하고파 하는 검찰의 태도에 짜증이 났다.

경찰에 고소장을 내러 가는 날, 평소 알고 지내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걸 이성적으로 대처하면 어떻게? 어떻게든 구타유발 시켜서 맞아야지”라고 농담을 던지길래, “야, 너 변호사 맞냐?”라고 했더니 “변호사니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지”라고 해서 크게 웃은 적이 있는데, 그냥 쓴웃음만 나오더라.

우리나라 처음으로 가해자 사장 모욕죄 혐의로 벌금 30만원 명령 내려져

검찰은 지난 3월 12일 가해자 사장을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청구했다.
그리고 4월 12일 재판부는 이를 결재해 “피고에게 모욕죄로 벌금 30만원을 내라”고 약식명령을 확정했다. 재판부에서는 술집 주인이 4월 말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명령은 그대로 확정이 된다고 했다.

주위에 물어보니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기소처분이고 명령이란다. 참으로 기가 막힌 설날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정작 나는 전혀 기쁘지 않다. 아직도 세상 사람들은 내게 “몸도 좋지 않은데 몸에 좋지도 않은 술을 왜 먹냐?”고 되려 묻기 때문이다.

작성자조병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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