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 보호해 줄 테니, 집 내놔!” > 대학생 기자단


“내 방식대로 보호해 줄 테니, 집 내놔!”

지적장애가 있는 형제의 집마저 빼앗는 무정한 가족들

본문

“평생 여기서 살 거다, 어쩔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는 최근 지적장애인들이 본인의 거주지에서 쫓겨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김광명 씨(가명, 지적장애, 남, 39)의 누나인 김광희 씨(가명)는 광섭 씨의 집을 되찾을 수 없겠냐며 상담을 의뢰했다.

김광희 씨가 전하는 얘기는 이렇다.
김 씨의 부모님 사망 후, 광희 씨는 광명 씨를 서울로 데리고 와 이십 년 넘게 뒷바라지를 했다고.
동생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과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광희 씨는 1988년부터 광명 씨는 취업시켰고, 광명 씨는 지금까지도 그 회사에 성실히 다니고 있다. 광명 씨는 누나의 지원으로 20년간 받은 월급을 모아 본인 명의로 작은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아 독립했다.

그런데 6~7년 전 갑자기 광명 씨의 형인 김광수 씨가 광명 씨의 보호자로고 주장하며 아파트로 들이닥쳤고, 지금은 광수 씨 가족이 아예 광명 씨 아파트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광명 씨에 따르면, 6~7년 동안 형이 폭언과 구타를 계속 가했으며 최근에는 형의 구타로 머리에 상처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광명 씨는 형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할 수 없이 집에서 나와 다른 곳에서 기거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희 씨와 광명 씨가 집을 비워줄 것을 요구했지만, 현재 광수 씨는 오히려 “평생 이 곳에서 살 테니 맘대로 해봐라.”라며 폭언과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한다.

막내 집 탐하는 두 언니들

5월 14일, 박은미 씨(가명, 지적장애, 여, 55)의 둘째 언니인 박은실 씨(가명)는 은미 씨가 공급받은 영구임대아파트에 큰언니인 박은수 씨(가명)의 아들 부부가 살고 있다며, 은미 씨의 영구임대아파트를 되찾을 수 있냐고 문의했다.

박은미 씨는 동거하던 외할머니 사망 이후 일정기간 언니들과 번갈아 같이 살다가 임대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정작 집 주인인 은미 씨는 이곳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은미 씨의 큰 언니 아들 내외가 살게 된 것.
지난 2003년, 은수 씨에 의해 은미 씨 소유의 영구임대아파트에 자신의 아들 신혼살림을 차리게 한 것이다. 졸지에 집을 잃게 된 은미 씨는 은수 씨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됐다.

은미 씨의 둘째 언니는 “큰언니가 은미 씨를 천덕꾸러기로 취급하고 있으며, 이젠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은미 씨가 자신의 영구임대아파트로 하루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담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들어났다.
제보를 한 은실 씨 역시 은수 씨와 마찬가지로 가정부처럼 부렸으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때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전후 상황을 살펴볼 때 은미 씨가 자신 소유의 영구임대아파트로 돌아갈 경우 은실 씨가 그 집에 들어가 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적장애인의 재산, ‘풍전등화’ 위기

위 사례들은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재산이 어떤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형제간일지라도 성인인 형제에게 동거를 부탁하는 것은 사실 서로에게 쉽지 않다. 그런데 김광명 씨나 박은미 씨의 형제들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봐주겠다는 명목으로 당사자의 집으로 밀고 들어왔고, 지금은 아예 주인 행세까지 하고 있다.

형제들이 이런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동생의 장애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형제들이 동생의 장애를 악용하고 있는 사례인 것이다.
김광명 씨나 박은미 씨가 아직 명의를 빼앗긴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쫓겨나 전전하고 있으니, 사실상 주거지를 박탈당한 상태다.

대한민국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 펀드 등 온갖 방법으로 재산 증식에 몰두하고 있는데, 지적장애인들은 증식은커녕 있는 재산마저 주변인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풍전등화(風前燈火) 위기에 놓인 지적장애인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바람막이’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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