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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에서 멀어지는 장애인

[편집장 칼럼]

본문

멀리 북극에서 찬바람이 슬금슬금 몰려오고 있다. 따뜻한 봄날인데, 장애인들이 오싹 한기를 느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복지비가 삭감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이 정권, 이 사회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수용시설 문제, IPTV 문제, LPG 연료 면세 문제를 비롯해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들이 치솟는 물가 때문에 마이너스 힘든 삶을 살고 있어도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마디로 규정짓는다면 이 시대가 성장의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면, 이 정권 핵심인사들도 그렇고, 18대 국회에 진출한 정치인들도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여기에는 야당 정치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니 막말로 성장의 걸림돌로 여기는 장애인 계층의 목소리를 누가 들으려고 하겠는가.

   
▲ ⓒ함께걸음 자료사진
때늦은 후회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장애인들은 전 정권에서 연금이 됐든 수당이 됐든 어떻게든 장애인 몫을 늘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어야 했다. 최소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준 것을 뺏어가지는 않을 테니까, 그랬으면 지금 다른 것은 몰라도 가난한 장애인들이 적어도 먹고 사는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게 진보와 보수의 차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진보정권 아래서 사는 것과 보수정권 아래서 사는 것과의 차이다.
진보는 분배를 얘기하고 평등을 얘기한다. 그래서 형식적이라도 장애인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하지만 보수는 다르다. 그들 말대로 퍼줘야 할 대상이기에 장애인은 성장의 걸림돌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성장을 부르짖는 시대에서는 장애인은 설 자리가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관해서, 때 이른 우려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보수정권 아래서 살면서 가장 염려되는 게 장애인의 사회참여 부분이다.
진보정권이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전 정권은 정책 수립 과정에서 어떻게든 장애인을 끼워 넣으려고 했다.

수많은 위원회들이 지탄을 받지만, 전 정권은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장애인을 참여시키려고 애썼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장애인는? 이라는 물음표를 달고 고민하는 흔적을 내비쳤다.

이런 장애인의 참여, 장애인이 주체로 인정받는 것이 현 정권 아래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지금 시점에서는 비관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이 성장에 무게 중심을 두고 국정을 운영하는 한 장애인의 국정 참여 통로 자체가 막힐 수밖에 없고, 설령 참여가 이뤄진다고 해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가능한 것이다.

역시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장애인의 국정 참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 정권에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리고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위기 또한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지금이 위기의 시대다. 사회 참여 통로가 막히고, 설상가상으로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한다면, 장애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렇다고 정권을 탓해 봤자 소용없다. 장애인들도 본인 손으로 선택했으니까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정작 장애인들이 불운을 곱씹어야 할 부분은 다른 데 있다. 이 위기의 시대에 헌신적인 지도자 한 명 제대로 찾아볼 수 없는 장애계 내부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살아남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 몫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몫을 늘리기 위해 싸워야 하는데, 지금 장애계는 어떤가. 위기의 시대에 한가하게 장애인 장애인이 어쩌고, 또 지엽적인 당사자주의를 붙잡고 핏대를 올리며 날을 새고 있다.

얼마 전 한 잡지에서 기가 막힌 기사를 봤다.
한 장애인의 장례식에 모인 동료 장애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사망한 장애인을 향해 죽어서 좋겠다는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얘기인가. 많은 장애인들이 죽지 못해 살고 있어서, 그래서 세상을 떠난 장애인을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이 비극적인 현실이 이 땅 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인 것이다.

더 얘기해 봤자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자각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그 바탕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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