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마저 지적장애인 외면? > 대학생 기자단


인권위마저 지적장애인 외면?

정신병원서 숨진 김지승씨 사건대해 인권위 기각결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내사종결이 기각사유? 인정할수 없어"

본문

내사종결이 인권위 결정의 근거?

지난 7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경기도 오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숨진 김지승 씨(지적장애 2급) 사건에 대해 ‘각하 및 기각’ 결정을 했다.

   
▲ 김지승씨가 사망한 정신병원 전경. 인권위는 실종된 채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김지승씨 사건에 대해 경찰의 내사종결 등의 사유를 들어 기각결정을 내렸다. ⓒ전진호 기자
이 사건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2001년 실종된 김지승 씨는 실종 직후부터 집 근처 정신병원에 계속 입원돼 있다가, 2007년 5월 17일에 격리실 관찰구에 머리가 끼어 질식사했다.
이에 김 씨 부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혀달라며 2007년 6월 25일 인권위에 사건을 진정했다.

당시 주요 언론들은 ‘6년 전 실종된 정신지체 아들, 10분 거리에 두고 몰랐다니’, ‘10분 거리인데…실종 장애인 어이없는 죽음’, ‘ 6년 전 실종 장애인 집 옆 병원서 수용돼 있다 숨져’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인권위는 사건을 진정한지 13개월이 지나서야 ▲피해자 김지승의 사망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각하’ ▲ 피해자 및 무연고 행려환자 신원확인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에 따라 ‘기각’ 한다는 결정을 했다.

인권위가 근거로 내세운 국가인권위원회법 해당 조항의 주요 내용은 각각 아래와 같다.
․ 제32조 :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에는 진정을 각하함.

․ 제39조 : 조사결과 제3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인권침해나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 이미 피해회복이 이루어지는 등으로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진정을 기각함.

․ 제30조 :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수행(국회의 입법 및 법원·헌법재판소의 재판을 제외한다)과 관련하여 「헌법」 제10조 내지 제22조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법인, 단체 또는 사인(私人)에 의하여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 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단체는 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다.

인권위는 위 법조항을 근거로 ▲ 관할경찰서의 내사종결 ▲ 정신보건법상 행려환자의 신원확인에 대한 병원장의 의무가 없다는 점이 각하 및 기각을 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즉, 경찰이 김지승 씨의 사망과 관련해 관할구청과 정신병원에 대해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하고 내사를 종결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인권사각지대 놓인 지적장애인, 인권위마저 외면

그러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이번 인권위 결정을 전혀 납득할 수 없다.
법률전문가에 따르면 ‘내사’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사건 수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제3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는 주지하다시피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내용이다.

지적장애인 김 씨는 실종 직후 관할구청과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즉, 공권력에 의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때문에 김 씨 부모는 자식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격리실에 격리되어 있다가 관찰구에 머리가 끼어 숨진 것은 병원 측의 환자에 대한 보호 및 관찰은 물론 병원 시설에도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각 결정을 했다는 것은 김지승 씨의 죽음이 헌법 제10조에 비추어 인권침해를 당한 결과가 아니거나, 이미 사망했으니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는 것이 인권위 입장이라는 것인데, 여기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또 있다.
인권위는 경찰의 내사종결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내사는 작년 10월 28일에 종결됐다.
그렇다면 올해 7월에서야 결정을 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에는 지적장애인과 실종, 그리고 정신병원의 삼각구도로 이뤄진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분명 존재한다.

김지승 씨의 죽음은 이러한 사회구조가 한 개인을 어떤 지경까지 몰아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올해 2월, 인권위는 중점사업목표 중의 하나로 정신장애인 등 인권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 인권증진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인권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때문에 사망한 김지승 씨의 사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지적장애인이 처한 사회구조적 위험에 대해 인권위가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는 한 것인지 개탄스럽기만 할 뿐이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팀  prota10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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