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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칼럼] 불우이웃돕기로 해결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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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 집안에서 얼어 죽은 사건이다. 몇 해 전 사건을 취재하러 경남 함안군 오두막집 현장에 갔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비통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떻게 문명사회에서 사람이 거리도 아닌 집안에서 얼어 죽는 게 가능한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고 한동안 그 사건을 잊었다. 어쨌든 저소득 장애인을 위해 활동보조서비스도 시행됐고, 장애 수당도 조금 인상됐고, 전동휠체어도 보급됐기 때문에, 적어도 장애인이 얼어 죽는 비극적인 사건은 과거의 일로 묻힐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그 사건의 망령이 무덤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오려고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이런 식으로 복지를 푸대접하고, 가진 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나 몰라라 외면한다면 장애인이 얼어 죽는 것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 전 헌법재판소에서 종합부동산세 부분 위헌 판결이 나왔을 때, 판결로 종부세를 감면받는 헌재 재판관들이 과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만큼이라도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고 솔직히 울화가 치밀었다.

종부세가 헌재에서 위헌판결을 받고, 그로 인해 지역 복지에 쓰이는 부동산세가 사실상 껍데기밖에 남지 않게 되면서, 여기에 더해 정부가 잇따른 감세 정책을 추진 시행하면서 어떤 대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장애인 복지 사정이 여간 심각해진 게 아니다.

불길한 예상이지만 당장 내년부터 지역에서는 틀림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장애인들이 복지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돈이 없다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장애인들이 집단으로 거리에서 단식농성을 벌인다 해도 지자체들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게 분석해 보자.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 그리고 활동보조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은 부족하지만 국고에서 지원된다고 치자. 하지만 장애인들은 쥐꼬리만한 생계비와 수당만으로는 살 수 없는데, 나머지 복지는 어떻게 되나.

더 이상의 복지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장애인들은 빈곤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의 장애인 복지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서, 지역에서 틀림없이 불우이웃을 돕자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이다. 언론들은 앞 다퉈 한계상황에 놓인 장애인을 클로즈업 할 것이고, 지자체들은 시설에 찾아가 장애인들을 줄 세워 놓고 라면 몇 박스와 과일 몇 상자를 안겨주고 사진을 찍어댈 것이다.

몇 해 전 장애인들이 목격한 아주 익숙한 풍경이고, 당사자인 장애인들은 떠올리기도 싫은 치욕스런 상황이다.
문제는 장애인들은 거부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복지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는 지자체들은 장애인들을 팔아 불우이웃돕기라도 할 수밖에 다른 선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장애인이 얼어 죽어야 했던 건 지역 복지가 실종된 상황에서 장애인이 불우이웃돕기 대상으로 남아 있을 때였다. 그래서 지역 복지가 실종될 위기에 처한 지금 장애인들은 더 큰 위기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이 불우이웃돕기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대로 장애인 복지를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하든지 아니면 부동산세 대신 복지세를 신설해서 장애인 복지에 사용하든지 둘 중 하나 선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 장애인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게 가능한 상황인가?
여담이지만 미국대통령이 된 오바마가 이런 말을 했단다. 국민 중 한계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내 문제라고, 우리나라에는 왜 말만이라도 이런 말을 하는 정치인이 없나,

분명한 점은 정치인들이 한계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인 문제를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로 생각하면 적어도 장애인을 불우이웃돕기 대상으로 전락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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