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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보상으로서의 기본 삶이다

[편집장 칼럼] 용산 철거민 사건을 보며 장애인계를 되돌아 보다

본문

철거민이 숨진 용산 참사에 대해 난장이가쏘아올린작은공의 작가 조세희는 “군대의 총칼만이 폭력이 아니며, 배고파 우는 아이의 울음을 달래지 않고, 그냥 두는 것도 폭력”이고, 그래서 “경제를 위해 가난뱅이들에게 죽어라 하는 한국 사회는 매일매일 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재개발 지구 세입자도 되지 못하고, 그래서 철거민 학살의 대상에도 끼지 못하는 기층 장애인 입장에서 ‘배고파 우는 장애인 현실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사회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아픈 과거를 상기시키면, 장애인도 철거민처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자신의 몸을 불태웠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차디찬 냉대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며 산다고 얘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사회의 가장 아래 밑바닥에서 신음하고 있고, 장애인 문제에 무한책임이 있는 정부는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하며 사실상의 사회적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

나는 분명하게 장애인의 주적은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물어볼 것도 없이 장애는 절대 개인이 책임질 부분이나 영역이 아니라는 불변의 원칙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일부 개념 없고 상식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도 장애가 개인의 책임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위정자들도 그리고 정부도 장애 문제는 사회와 국가 책임이라고 분명하게 강조한다. 이렇게 장애 문제는 국가 책임인데, 국가가 방기하고 있으니 국가의 다른 말인 정부는 장애인들의 반대편에 있는,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덧붙이면 사람들은 흔히 장애문제를 얘기하면서 정부 책임이라는 이 분명한 책임 소재의 원칙을 잊는다. 심지어는 장애인 자신조차도 권리로서 복지를 얘기하기보다는 시혜로서의 복지를 얘기하며 굽실거린다.

한 번 생각해보자. 내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잘못으로,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정책을 잘못 시행해서 원치 않는 장애인이 됐으면, 그러면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받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이게 잘못된 생각인가.

또 하나 국민들이 합의해서 만든, 국가 존립의 근거인 헌법은 약자인 장애인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분명하게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국민들의 합의물인 헌법을 사문화 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나쁜 정부라고 얘기하는데 이게 잘못된 얘기인가,

우리나라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여서 약자에게 베풀 여력이 전혀 없는 나라라면 굳이 이런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경제규모 12위의 잘 사는 나라로 분류되는 국가이다, 그런데 이 얘기도 상식에 속하는 말이지만, 경제 규모에 걸맞게 장애인들이 대우를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나, 바로 아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기 때문에 분개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역설적이지만 장애인들이 지옥에 살면서 꿈꾸는 낙원은 현존하고 있다고 본다. 거창한 것을 꿈꾸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현실 가능한 낙원이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모델은 나와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낙원은 최소한 장애인들이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하지 않는 사회이다.

불행은 이 낙원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목격할 수 있는 낙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시기에 다행히 장애인이 거리에 내쳐져서 굶어죽었다는 외신 보도는 없다. 우리나라처럼 영세 사업장에서 장애인이 먼저 해고되고, 거리의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장애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관건은 합리성과 장애인에게 보장해 주는 보상으로서의 기본 삶이다. 다른 나라들은 장애 문제가 정부 책임이라는 확고한 전제 하에 연금과 특별한 혜택으로 최소한의 장애인의 삶을 떠받쳐주고 있어서 거리에서 노숙하는 장애인을 발견할 수 없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장애인의 기본 삶을 전혀 보장해 주지 않고 장애인을 향해 입만 열면 일을 해야 한다고, 그들만의 언어인 생산적인 복지를 강요하고 있다. 그러다가 경제 위기가 닥치면 장애인이 제일 먼저 그나마 알량한 직장에서 해고되고 쫓겨나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되풀이해 시행하고 있다.

나는 이런 정부가 장애인에게 욕을 먹어도 싸다고 본다. 지금 당장 정부는 일을 통한 자립이라는 허울뿐이고 불안정한 복지정책을 집어치우고 장애 문제가 정부 책임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서 먼저 장애인의 기본 삶을 보장하라. 이게 장애인들의 요구라고 나는 믿는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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