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웠던 속초여행, 그러나 아쉬움이 > 대학생 기자단


즐거웠던 속초여행, 그러나 아쉬움이

[일상다반사] 여행서비스 받는 이들 위해 보다 치밀한 준비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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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의 매력 흠뻑느낄 수 있었던 여행

지난주 19~20일 양일간 R+Tour에서 진행하는 속초여행을 다녀왔다. 새벽 6시에 기상하여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니 30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 이였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7시 배차시간 때문에 6~7시 사이가 콜이 다소 안 떨어질 수 있다는 대답에 장애인콜택시를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광화문에 도착했더니 벌써 버스와 담당자는 기다리고 있었고 확인절차를 거쳐 버스에 올랐다.

   
▲ 버스 모습 ⓒ박성준
버스에 탄 나는 깜작 놀랐다. 장애인과 노인이 대상인 돌봄여행에 장애인은 나와 시각장애가 있는 2명이었고, 나머지는 다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 이였다. 나중에 보니 나보다 나이어린 사람이 다른 버스에 타고 있었지만, 어머니와 동행하고 있어 혼자 간 나로서는 조용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침요기로 떡과 물을 나누어 주어 요기를 하고 간단하게 여행일정을 듣고는 이른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인 탓에 피로가 몰려왔다.

한숨 자고 일어난 곳은 양평의 한 휴게소. 양평에서 미시령터널을 넘어 속초 가는 길은 그나마 터널이 뚫려 그리 꼬불꼬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도쪽 휴게소들은 최악이었다.
장애인화장실이 있다고는 하지만 시설이 노후돼 사용하기 불편하였다.

   
▲ 임시로 설치해 놓은 식당 경사로 ⓒ박성준
점심식사는 초당순두부를 먹었다.
식당으로 오르는 계단은 공사장 철판이 깔려있어 그나마 휠체어가 갈 수 있도록 돼 있었지만 임시방편 이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테이블 자리가 2개 있어서 신발을 벗기 불편하거나 좌식으로 앉는 것이 불편한 사람은 이쪽 자리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다음날에도 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여행에서의 가장 큰 재미중 하나는 식도락인 점을 생각해보면 한 곳에서 두 끼를 해결한다는 것은 많이 아쉬운 점이었다.

처음 간 관광지는 설악씨네라마.
대조영세트장인 설악씨네라마는 휠체어가 이동 가능한 곳이었다. 휠체어 동선으로 보면 계단 있는 쪽을 돌아서 세트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날씨가 서서히 바람이 세지더니 슬슬 빗방울이 쏟아졌다. 비가 오는 가운데 이동한 곳은 통일전망대. 먼저 통일전망대에 가기위해서는 출입신고를 해야 했다. 신고를 한 후 통일전망대 옆의 6.25기념관에 입장을 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영령들을 잠시 생각해보고, 안보다큐를 보면서 전쟁의 가슴 아픈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렸다.

No War. 이 땅의 모든 전쟁이 사라지기를 기원해본다. 통일전망대는 이동이 용이하였지만 전망대에 이어진 옆 전망대에는 계단으로 이동해야 돼서 가긴 어려웠다.
그곳에서 비오는 북녘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곳을 갈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 통일전망대 전시관 ⓒ박성준
   
▲ 북녘땅 ⓒ박성준
우리가 머문 숙소는 설악한화리조트였는데 객실하나에 5명이 함께 묵었다.
우리 객실에는 나와 함께 어르신(노인 65세 이상) 3분과 요양보호사 1분이 사용했다. 저녁 식사 후 서먹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맥주 4캔과 음료수 1개를 사들고 객실에 들어갔다. 한 어르신은 연신 리모컨을 손에 꼭 쥐고 약주 안하신다고 하시고 나머지 분들도 안 먹는다고 하신다. 무안해 하고 있는 나를 최고령이신 어르신께서 한잔하신다고 하셔서 다행이었다.

밤 11시가 되자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고 하시면 다들 취침하셨다. 하지만 평소 1~2시에 자던 내가 11시에 누우니 잠이 와야지! 1~2시간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새벽 5시 반부터 어르신들의 기상이 시작되었다. 잠은 깼지만 일어나기 귀찮아 누워있는데 6시 반에 나를 깨운다. 씻고 7시 15분쯤 식사를 하러갔다. 아침메뉴는 황태해장국.
7시부터 식사라고 해서 일찍 일정이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버스탑승시간은 8시 반.

드디어 설악산으로 출발하였다.
이번 돌봄여행에서 속초를 선택한 이유는 ‘설악산’을 가본 적이 없어서였다. 1시간여를 달려 설악국립공원에 도착했다. 10여분을 걸어가니 케이블카가 보인다. 케이블카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휠체어도 먼저 입장시켜줘 케이블카 타기는 용이했다.

   
▲ 케이블 카 ⓒ박성준
   
▲ 설악산 케이블 카 전망대 ⓒ박성준
   
▲ 설악산 전경 ⓒ박성준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까지 오르니 동쪽으로는 속초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울산바위가 보였다. 날씨가 흐려 아주 먼 곳까지는 볼 수 없었지만 가슴이 딱 트여왔다. 전망대에서는 계단으로 된 산책로가 있어 보행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그 쪽 산책로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산에 가본 적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설악산에 대한 기대가 컸다. 신선한 공기와 높은 곳에 올랐을 때의 고막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 짜릿하다.

산을 내려와 식사를 한 후 많은 어르신께서 강원도에 왔으니 특산품을 사야한다고 해 대포항으로 이동했다. 대포항에는 젓갈, 오징어 등 다양한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버스에 오르는 여러 어르신들은 양손에 한가득 무언가를 사들고 오셨다.

   
▲ 대포항 풍경 ⓒ박성준
이제 서울로 출발. 강원도는 막힘없이 뻥 뚫리더니 서울을 넘어서니 차량행렬이 줄을 선다. 다시 서울이다. 답답한 일상에서 여행이 주는 일상의 변화는 내 자신에게 활기를 충전시켜 준다. 여행의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즐거운 여행, 그러나 아쉬움이

덕분에 1박 2일의 속초여행을 잘 다녀왔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해 잠깐 얘기해 보려 한다.

우선 장애인의 활동보조는 요양보호사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분명 요양보호사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이들이다. 어르신에게는 요양보호사가 필요할지 몰라도 장애인에게 요양보호사보다 활동보조인이 더 합당한 역할 아닐까.

또 장애 및 연령에 맞는 타켓집단 모집. 장애유형이나 연령에 맞는 또래집단이 없는 경우 혼자 갈 때 버스에서나 숙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대화상대가 없었다. 또한 노인성 질환인 어르신인 경우 장애에 대해 쉽게 얘기를 하거나 어르신과 같은 객실에 묵으니 나이가 어린 장애가 있는 사람은 숙소에서도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R+Tour에서 앞으로 다양한 여행상품을 개발한다고 하니 돌봄여행을 이용했던 나로서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위의 아쉬운 부분이 보완된다면 장애인이나 노인 모두가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 라고 기대해 본다.
작성자박성준 (장애우문화센터 팀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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