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하는 일터에서 장애인노동자를 보고 싶다
[중증장애인 일상다반사] 노동자 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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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혁 |
푸른 5월의 첫날답게 구름 없이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이 날의 행사를 반기는 듯 했다. 우리 장애인운동 진영도 여의도 이룸센터(장애인개발원) 앞에서 사전대회를 마치고 여의도공원 본 대회에 결합했다. 4만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넓은 여의도공원을 매워가기 시작했고 우리들도 맨 앞자리에 자리 잡고 본 대회 행사를 지켜봤다.
특히 올해의 본 대회는 용산 철거민 참사 등 각종 사회문제들과 어울려 그것들을 노동문제들과 결부해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장애인의 문제는 여전히 뒷전인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 대오를 빼고 어디서도 장애인노동자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대규모 집회에서 항상 등장하는 수화통역사도 없었으며 중앙무대 역시 높은 계단의 비장애인 전용이었다.
하긴 장애인노동자를 찾아보기 힘드니 이런 노동절 집회에서 장애인은 항상 연대차원에서의 들러리일 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장애인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수지만 장애인노동자는 분명 있다. 가까이는 IL센터 등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장애인노동자일 것이고 중소기업이나 상업이나 농업 등에 고용되어 일하는 장애인들도 존재할 것이다. 또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들도 있다.
하나같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아닌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들도 있다. 하지만 그 정책들의 구조적인 허점들로 인해 제대로 그 힘을 발휘 못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과 같은 재벌들은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겠다는 발상으로 매년마다 열심히 벌금을 내고 있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듯 절대 다수의 장애인들이 노동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으며 설령 일하고 있는 장애인이라 해도 노동자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노동의 현장에서 노동자 아닌 노동자로 취급받기 일쑤다. 우리는 언제쯤 노동절 무대에서 연대차원이 아닌 당당한 주인공으로 참가할 수 있을까?
노동절 무대에서 청각장애인 노동자들이 수화로 자신의 의사를 비장애인 노동자들에게 당당히 말하고 그것을 수화로 통역하는 모습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노동자들이 경사로가 설치된 무대에 올라가 현란한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를 내지르는 아름다운 모습을 내년 노동절에는 이런 모습 한번 기대해 볼까?
작성자박정혁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교장)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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