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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과 부모역할

장애여성호주(Women with Disabilities Australia : WWDA)의 2009 국가 정책 보고서

본문

지난 5월, 장애여성호주(Women with Disabilities Australia : 이하 WWDA)는 호주 정부에 장애여성과 부모역할 (Women with Disabilities and Parenting) 이라는 국가 정책제안서를 내놓고 전 세계 네트워크에 공개했다. 이에 호주 장애여성들의 ‘부모로서의 장애여성의 역할’을 함께 살펴보고 장애여성의 모성과 부모역할에 대해 의미 있는 고민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장애여성에게도 흔히 생물학적 조건으로 자녀를 임신하고 낳고 먹이고 양육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결혼한 그 집안의 자녀를 건강하게 임신하고 낳아주는 역할이 의무로서 주어져 있고, 특히 대를 잇는 아들을 낳았을 경우 이후 그 집안의 어머니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일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러한 모성적인 역할은 장애여성부모에게는 ‘혼자서는 자녀들에 대해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또 여성의 몸이 재생산력을 생물학적으로 갖추고 있지 못한 남성의 종속적인 존재라는 관점도 일부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장애를 가진 여성은 사회적 편견에 의해 어머니로서의 자격이 이미 상실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어머니란 존재는 최소한 신체적·정신적으로 정상(?)적인 몸이어야 자녀를 건강하게 낳고 잘 양육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한(?)이 주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생각은 장애여성호주(WWDA)의 정책보고서에서도 주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내용이다. 장애가 있는 여성의 몸은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여성의 장애가 사회적 범위로 확대 적용되어, 장애여성의 부모역할은 왜곡된 여성성에 의한 가부장적인 모성 이데올로기와 장애로 인한 차별과 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왜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이렇게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장애여성호주(WWDA)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호주의 장애여성 국가 정책 제안서에서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 부모 역할을 하거나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직면하는 문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고 있다. 이는 대다수 장애여성이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없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불편한 집안 구조, 공공 환경, 사회적 고립, 복합적으로 겪는 차별 경험, 폭력과 학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지원 부족, 그리고 장애여성은 엄마나 부모로서는 걸맞지 않는다는 공공연한 사회적인 편견 등이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이 제안서는 ‘부모로서 장애여성은 지뢰밭에 서 있는 것처럼 위험하고 심각한 수많은 편견들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장애여성은 전통적으로 아이를 갖거나 양육할 수 있는 자격을 거부당해 왔으며 그 이유는 장애여성이 성인이 되어도 어른이 아닌 아이처럼, 무성적인 존재로, 의존적이며 불안전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그 삶이 수동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여성이 아이를 낳거나 양육하는 것에 대해서 가장 가까운 가족과 활동보조 및 건강 관리자, 그리고 심지어 잘 모르는 사람들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장애여성들은 ‘불충분한 부모’로 판단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부모로서의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비장애 엄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며, 자녀를 돌보는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장애여성호주(WWDA)는 밝히고 있다.

어떤 경우는 자신이 스스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것을 내보이기 위해, 사회나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과 도움조차 거절하기까지 한다고 전한다.

장애여성호주(WWDA)는 장애여성이 겪는 세 번째 어려움으로, 무엇보다 장애여성의 부모 역할을 도와주는 의료적 정보와 지원이 부족하고, 서비스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 관련 사회복지 또는 재활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자녀양육에 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또한 보통 장애여성들은 의료와 관련된 경험을 청소년기에 주로 경험하는 재활치료 프로그램들을 통해 하고 있는데, 이 시절에 여성으로서 중요한 몸의 변화나 이와 관련된 의료적 교육 등이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사춘기나 청년시기 장애여성들은 자신들의 몸과 여성성에 대한 정보를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면서 얻는다고 이 제안서는 표현하고 있다. 장애여성은 부모로서 자신의 장애를 고려해 자녀를 건강하게 임신·출산을 할 수 있는 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과 출산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의 자녀출산과 관련된 정책에서 ‘장애여성들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된 게 장애여성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사실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은 비장애엄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하기 마련인데,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것을 돕는 돌보미 등을 고용할 수 있는 비용이 부족하고, 베이비시터 비용 등이 장애연금이나 가정 지원금 등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으며 부모로서의 역할을 돕는 보조 생활 도구도 미흡하다는 점이 장애여성 스스로 자녀를 낳는 것을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둘 다 장애인인 부부의 경우 아예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보고서는 호주에서 장애여성의 부모와 관련된 정책적 지원이 부재한 주요 원인으로 ‘장애여성이 장애인 정책 서비스와 어린이를 위한 정부 보육관련 서비스 틈새에서 어느 쪽에서도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부모로서의 역할을 돕는 서비스는 장애인 정책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부모의 ‘장애’에 초점을 맞춘 개인적 활동보조 지원만 있을 뿐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우리나라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엄마는 돕지만 활동보조인이 그 자녀를 돌보는 것은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장애엄마가 자녀를 양육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다.

또 장애여성호주(WWDA)는 구체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적합한 보조기구 등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 장애여성이 부모로서의 역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들 방을 정리하고 가구들을 관리하는 것은 대다수 장애엄마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데, 장애여성이 일상에서 자녀들을 입히고 먹이고 잠자리를 돌봐주는 데 필요한 보조기구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본다면, 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은 반드시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고민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애여성호주(WWDA)는 이밖에도 ‘자녀양육과 관련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부족’도 장애여성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지적한다. ‘접근성’이란 휠체어가 갈 수 있는 경사로나 편리한 화장실 등 전형적으로 간단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좀 더 넓은 개념으로 장애인이 적합한 형태로써 서비스를 제공 받는다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개념을 장애여성의 부모역할과 관련하여 고민해 본다면, 비장애인이 쉽게 얻고 있는, 자녀를 양육하는 것과 관련된 정보에의 접근에 장애여성도 마찬가지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아가사랑’이라는 사이트에 장애 부모, 특히 장애여성의 임신출산과 양육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조사가 실시된 바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애여성 부모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장애여성호주(WWDA)는 장애여성이 부모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장애여성이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서와,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이 충돌하는 데에서 파생하는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장애여성 부모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활동보조인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모이기 때문에 자신의 자녀를 돌봐야 하는, 어쩌면 모순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흔히 의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장애여성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부모로서 역할과 권리가 존중 받지 못하고 무시된다. 이로 인해 장애여성의 자녀들도 돌봄을 받지 못함은 물론 안전에 위협을 받으며, 부모가 겪는 비슷한 편견에 직면하게 되고, 또래 어린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생활 문화와 다른 생활 방식을 무시당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지적한다.

또 사회복지 서비스 제공자들이 장애여성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해서, 장애여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적장애여성들은 편견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 등에 의해서 아이를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복지서비스 제공자들이 지적장애 엄마에게서 자녀들을 빼앗아가는 주요 이유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위험한 존재라는 것과, 지적장애는 부모로서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호주장애여성(WWDA)은 ‘그 무엇보다 장애여성이 부모 노릇하기 어려운 것은 부모인 장애여성에 관련 연구와 자료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장애여성 부모와 관련된 연구는 부모가 된 장애여성들의 경험을 근거해야 하며, 단기적인 것이 아닌 전 생애적인 과정을 바라보고 연구 기간 역시 장기적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현실화되려면 반드시 정책과 연계되어야 하며,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상의 장애여성이 부모로서 겪는 어려움을 정리하면서 장애여성호주(WWDA)는 현재 부모이거나 향후 부모가 되고자 준비하고 있으며, 또한 자녀를 낳는 것에 제한을 당하고 있는 호주의 장애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여성의 부모역할과 관련한 9개의 주요 권고 내용’을 호주 정부에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비단 호주 장애여성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여성들에게도 필요한 제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권고 내용들을 첨부하면서 글을 갈음하고자 한다.

장애여성, 모성으로서만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부모로서 그 독립이 완성될 때까지 파이팅 !

<장애여성의 부모역할과 관련된 장애여성호주(WWDA)의 9가지 권고문>

   
첫째, 최소 3년에 걸친 질적 양적 연구를 겸비한 장애여성의 부모역할에 관한 연구를 실시 하고 이를 위한 국가 재정을 지원하라. 이 연구의 목적은 장애여성의 부모 역할에 관한 주제를 보다 분명하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동안 관련된 법률과 정책, 그리고 서비스 등에서 광범위하게 무시되어 온 부모로서의 장애여성의 권리와 역사를 드러내고 그 내용을 인권의 영역으로서 목소리를 갖도록 하는 연구가 되어야 한다.

둘째, 호주정부는 장애여성의 부모역할을 지원하는 관련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관련된 서비스 개발을 위해 적절한 통계들과 현재 호주의 장애가 있는 부모들에 관한 연구 자료들을 수집하라.

셋째, 임신과 출산 지원, 입양, 후견, 적합한 자녀 양육 장비 제공 그리고 그밖의 통상적인 부모로서의 역할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장애를 가진 부모를 위한 국가 단위의 자원센터를 설립하고 정기적인 재원을 지원하라.

넷째, 즉시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들을 과도하게 돌보고 보호하는 행위들을 중단하라. 이러한 행위들은 지적장애와 정신장애 등을 가진 부모들로부터 자녀들을 빼앗는 원인이 되고 있으며, 장애로 인해 부모로서의 역할과 권리가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장애여성이 자율적으로 자녀를 낳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이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조사하라. 이를 위해 관련된 법과 조약 등에 ‘접근성과 재생산권과 관련된 의료적 테크놀로지의 지원 등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환경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애아동, 특히 장애소녀들의 불임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어른의 경우에는 개인의 동의와 아무런 정보제공 없이 불임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여섯째, 장애여성의 자율성을 증진하는 것을 돕고, 돌봄 대상으로써의 정형화되어 있는 장애여성의 이미지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장애인 정책과 가족지원정책을 분리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이러한 지원들은 특히 장애여성들의 부모 역할이 가능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일곱째, 장애여성들에 관한 내용이 인권과 관련된 기구들의 정기적인 보고서에 포함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장애여성들이 실제 경험하고 있는 것이어야 하며 그 권리와 관련된 것들이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진전되고 진보되며, 직면한 어려움과 방해물들이 제거될 수 있는 권리들이어야 한다.

여덟째,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집행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조직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장애여성 조직들을 지원하고 강화시키는 일이며 네트워크와 그룹들이 운영되게 돕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은 장애여성에 의해 규정된, 장애여성들의 관심사를 추구할 수 있는, 장애여성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어야 한다.

아홉째, 장애여성의 사회적 소외가 국가 단위의 연구에서 주요 지표로서 포함되는 연구에 포함되도록 지원되고 그 재정이 함께 마련이 되어야 한다.

장애여성호주(Women With Disabilities Australia :WWDA)

   
장애여성호주(WWDA)는 호주 내의 장애와 여성 관련 모든 영역에서 장애여성이 소외되어 왔다는 것을 깨달은 모든 유형의 장애여성들로 구성되어 왔으며, 장애여성과 관련된 단체들과 연대를 구성하고 있다. 1995년에 설립된 이후 8년 동안 호주국제장애인연맹(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 Australia : DPIA)내에서 전국 호주 장애여성 네트워크로서 조직적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호주에서 그 조직적 규모에 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단체로서 사무국은 호주의 남동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에 있다.

장애여성호주(WWDA)는 호주사회에 장애여성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평등을 추구하고 빈곤을 근절하며 차별과 폭력을 중단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장애여성에 의해, 장애여성을 위한 조직으로 모든 장애여성들의 삶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폭력 예방, 장애소녀와 장애여성들의 불임과 재생산, 그리고 건강, 리더쉽과 멘토링,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공학, 주거, 건강과 웰빙, 교육, 노령화, 고용과 임금 그리고 인권 등과 관련된 정책개발과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1999년 호주폭력방지상 수상, 200년 유엔새천년여성평화상 후보, 2001년 호주 인권상 수상 그리고 2003년 프랑스의 인권상 수상 후보로 오른 바 있다. 현재 호주에는 200만 명의 장애여성이 있으며 이는 전체 호주여성의 20.1%에 이른다.

작성자김미주(장애여성문화공동체 대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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