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장애인에게 왜 이렇게 냉정한가 > 대학생 기자단


정부는 장애인에게 왜 이렇게 냉정한가

[편집장 칼럼] 더욱 암울해져만 가는 장애인 현실

본문

곳곳에서 장애인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얼마 전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는 한 장애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1급 장애인이었다. 이 장애인의 하소연에 따르면, 가족 없이 혼자 사는데, 몸이 아파 미루고 있던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병원에 소견서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의사가 정부에서 개정된 장애 판정 지침이 시달됐다며, 혼자 밥을 먹을 수 있고, 혼자 거동이 가능하고, 혼자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으면 1급 장애인이 아니라며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통보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장애인을 만났다. 장애인은 뒤뚱 뒤뚱거리며 겨우 혼자 걸었다. 의사소통은 거의 되지 않았다. 경직 때문에 양 손을 사용하지 못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틀림없이 1급 장애인이었다. 하지만 그 장애인은 개정된 장애판정 지침에 따라,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상처 딱지가 가득한 다리로 겨우 걷고,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보다 바닥에 흘리는 음식이 더 많지만 그래도 수저는 들 수 있기 때문에, 또 뒤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늘 찜찜한 상태지만 혼자서 대소변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됐다.

그 장애인은 1급 장애인에서 탈락하면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장애인연금도 못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나더러 죽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새해 들어 정부는 중증장애인 등록 기준을 까다롭게 규정한 새로운 장애 판정 지침을 등록기관에 시달하고, 활동보조인 지원서비스 대상자 재심사를 의무화 하는 등의 엄격한 잣대를 잇달아 장애인에게 들이대고 있다.

이런 정부 조치는 한 눈에 봐도 장애인에게 들어가는 돈을 줄이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명백해 보인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정부는 다른데 쓰느라 예산이 없으니까 억지로 장애인들을 일정한 틀에 꿰맞추려 하고 있다.

이게 정부가 장애인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이고, 모르긴 해도 향후 장애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시도는 단순히 활동보조인 지원 서비스 대상자를 축소시키는 데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7월에 사실상 ‘1천원 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 또 얼마나 많은 장애인을 탈락시킬지는 안 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대다수 장애인이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실제로 고통스런 현실에서 죽지 못해 겨우 살고 있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아주 쉽게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통한 자립을 얘기하지만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는 게 현실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정부 스스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정부 지원이 끊기면 굳이 경증이나 중증장애인을 구분할 필요 없이 장애인이 단 며칠을 버티기 힘들다는 점도 정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원 대상자를 까다롭게 규정하지 않으면 장애인들이 복지병에 걸려서 놀고 먹으려 할 것이라는 논리는 적어도 장애인에게만은 적용될 수 없다. 그런데 장애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정부가 지원 대상자를 늘리기는커녕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장애인을 지원 대상자에서 탈락시키는데 혈안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산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정부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쉽게 얘기해 보자. 집권 후 이명박 대통령의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은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은 국가가 돌보겠다는 말 한 마디에 그치고 있다. 지금 추세로 보면 그마저도 지켜질 리 없는 요원한 실정인데, 더 큰 문제는 이 정부는 장애인들을 그들이 지상목표로 내세우는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눈치가 빠른 장애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정부 들어서 장애인들의 일자리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이다.

장애인이 일을 통한 소득 창출이 힘든 실정에서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돌보겠다는 대통령 말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기다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부 대안도 없다. 가령 장애인연금, 지금은 껌 값 수준이지만 향후 얼마를 올려주겠다는 립 서비스도 이 정부는 하지 않는다. 결론은 장애인에게 너무나 냉정한 정부인 것이다.

지금 심정으로는 솔직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통령의 신앙에라도 기대를 걸고 싶다. 대통령이 믿는 종교는 약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진정 신앙인이라면 장애인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작성자이태곤 기자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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