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부패는 김치같이 필수적이라는 비아냥 > 대학생 기자단


한국사회의 부패는 김치같이 필수적이라는 비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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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의 시작 그리고 끝

현재 한국의 모습은 승천하는 용의 몸뚱아리를 그리고 머리만을 남겨둔 채,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해 다시 개천으로 처박히는 형상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은 척박한 환경하에서 선진국과 후진국들의 질시와 추앙을 받으며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다. 김영삼 정권 초창기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절정기를 구가한 시기였다. 꿈에 그리던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하고 급기야는 선진국의 사교클럽인 OECD국가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겉모습에 취해 자각증세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한국은 병마가 퍼질 대로 퍼져 치유불가능의 사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병의 유래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연유한다.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이 병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노태우, 전두환 정권을 거치면서 중증에 빠져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 병을 한국병이라고 처음으로(?) 명명했다. 민자당 총재시절인 1992년 10월13일 국회연설에서 소위 "윗물론"을 내세우며 한국병의 가장 근원은 윗물이 흐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한국병"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은 대선유세 때마다 한국병이란 용어를 빼놓지 않고 사용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인 93년 9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한국병을 고치지 않고서는 경제활성화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같은 대통령의 의지는 94년 12월 재정경제원의 탄생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책 수단의 70%를 쥐고 있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합쳐진 재경원은 경제정책 수단의 90%이상을 장악했다. 이에 따라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농림수산부 등 다른 경제부처들은 사실상 재정경제원의 산하기관이 되었고,(94/12 한겨레) 김영삼 정권의 신경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재경원의 요직을 경제성장론자들이 장악했다. 이렇듯 모든 것을 경제정책에 쏟아 부었음에도 무역규모 11위의 국가에서 하루아침에 부도국가가 되어버린 것에 대해 국민들은 무척 당황하고 있다.

  이제 와서 국민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이며 국민의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자초한 결정적인 책임은 김영삼 정권이 지고 있다.
나라가 이 지경에 빠진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경부고속전철이나 신공항 건설 사업, 최근의 서울지하철 건설 과정에서 빈번한 설계변경으로 4천억 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 등 방만한 사업 운영을 들 수 있다. OECD가입도 중대한 실책이었다. OECD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불량한 경제국가로 전락해 IMF의 신세를 지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현 정권의 국가 경영 철학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사회 구조의 왜곡에서 비롯된 (주)한국의 부도유예

   김영삼 대통령의 형식에 치중한 해외나들이도 눈총을 받고 있다. 국가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대통령의 국제 나들이가 빈번해지는데 김영삼 대통령은 현재 밴쿠버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태경제협력(APEC) 정상회의를 포함해 역대대통령 중 가장 많은 14회의 해외순방을 기록했다. 선진국의 정상들이 형식에서 벗어나 수행원 10여 명만을 수행하고 비즈니스성 방문외교에 치중하는 경향과는 달리 김영삼 대통령은 국빈방문 형식을 중시했다. 매번 기자단을 제외하고도 100명이 넘는 대규모의 순방단을 이끌었다. 물론 대다수는 비공식 수행원이었다. 규모만큼 비용지출도 많아 한 번 외유에 30억에서 70억원이 소요되었다.(10/22일자 주간조선)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김 대통령이 그렇게 부르짖던 한국병에 있다.

  김 대통령이 지상목표로 삼았던 한국병이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되어 곪아터지게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며 자신들의 집권기간 내에 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나 현재의 경제위기는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왜곡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유럽국가들은 한국을 더 이상 욱일승천하는 용으로 보고 있지 않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이들에게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도 경외의 대상도 아니다. 미래의 지배권은 경제력에 있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프랑스의 조스팽 총리는 "21세기는 문화와 교육, 국민의 자질이 최대의 자산이 되고 창조성과 자기 혁신의 이노베이션, 그리고 국민 전반의 인텔리전스의 지적 수준이 불꽃을 튀기며 전쟁을 벌이는 시기"라고 보고 있으며 하버드대학은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경제발전은 맹목적인 경제 위주의 정책만으로 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지도자와 공직자의 부패, 과도한 정부 규제와 취약한 인프라, 내각의 빈번한 교체, 경제정책의 불안정성, 법제도의 미비, 낮은 교육 수준, 정치불안 등이 경제발전의 저해 요인이라는 것이다.(10/22 문화)

  그러나 아시아국은 뿌리깊은 정치 부패와 크로니 캐피털리즘이라는 패거리 정치의 비뚤어진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거리에만 들면 부패든 무엇이든 용서가 되고 묵인되는 구조하에서는 고도의 정신력과 창조성, 국민의 지적 수준이 승패를 결정짓는 21세기의 국가간 대륙간 경쟁에서 패자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유럽 언론들은 한국을 일컬어 부패가 김치와 같은 것이 되어 부패를 말하는 사람이 도리어 따돌림을 당할 지경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한 21세기에도 세계의 지배권은 자기네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세계 열강의 지도자들이 문화와 교육과 복지와 창조를 말하며 21세기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전히 경제만을 부르짖고 있음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5년 안에 경제를 회생시키겠다고 약속하느니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미래에 안정적인 국가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사회구조적인 모순을 해소하는 일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경제만이 만사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국의 위기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전례없는 말잔치 속 대선토론회도 부익부 빈익빈

 한편 한국의 경제 위기는 당장 사회복지 정책에 직접적인 차질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에 대한 IMF의 실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IMF는 한국정부에 대해 긴축재정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하지 않은 분야의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고, 그 표적은 복지예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1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 장애우 복지예산은 4.25% 증가에 그친 1천억8천4백만 원에 머물렀다. IMF실사가 영향을 미친다면 계수조정 과정에서 더욱 삭감될 가능성도 있다.

  일부 분야의 복지비용의 전액 삭감도 잇따르고 있다. 국립의료원을 매각한 뒤 국립응급의료원으로 개편하려는 계획에 따라 배정된 국유재산특별회계 3백34억원 전액이 삭감되었고(97/11/11), 노인과 장애우의 틀니와 보청기에 대한 보험급여도 전면 백지화됐다.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설치 촉진기금 조성을 위해 요구한 30억 원의 정부출연금도 반영되지 않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97/9/26) 서울시의 경우 사회복지 예산이 12.5% 증액돼 배정되었지만, 올 7월 발표했던 시민복지5개년계획을 이행하는데 커다란 차질을 가져오게 되었다. 장애우를 위한 리프트장착 시내버스 운영도 취소되었다.

  한편 12월18일 대선을 앞두고 각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한층 열기를 띠고 있다. 15대 대선의 가장 달라진 특징은 대중집회성 유세가 사라지고 매스컴을 통한 토론회와 정책대결이 빈번히 개최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단체 등 다양하고 방식에 있어서도 TV토크쇼 형식에 통신을 통한 토론회까지 등장하고 있다. 토론회의 내용도 인터넷이나, 통신을 통해서 제공되고 있어 후보의 정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회의 내용이 지나치게 몇 개 분야에만 치중돼 다양한 계층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토론회의 내용이 경제 분야에 주로 편중되고 있는 반면 장애우 등 소외계층의 복지나 사회복지에 대한 내용은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선후보들에게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토론회 주최측이 이 분야에 대한 질문을 포함시키지 않는 데 있다. 말하자면 토론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스컴을 통한 토론회가 일부 기득권 유권자들의 구미에만 맞추어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패널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항을 선거법에 포함시키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작성자이현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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