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Z작전, ‘키트’(KITT)가 필요해!? > 대학생 기자단


전격 Z작전, ‘키트’(KITT)가 필요해!?

[김형수의 세상보기] 어느 목발 뚜벅이의 생애 주기별(?) 이동권 투쟁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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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키트가 되면…

1980년대 미국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모은 ‘전격Z작전(원제:나이트 라이더 Knight Rider)’이란 미국 외화가 있었다. 키트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스스로 운전하고 대화도 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인공지능 자동차이다.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 중증장애인이 운전할 때 가지는 의심과 걱정, 두려움의 가장 큰 근거가 ‘운전하기에 충분한 운동 능력과 정보 감각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면, 키트처럼 알아서 운전하는 자동차가 실제 등장하면, 장애인 운전의 논쟁과 편견은 사라질 수 있을까?

물론 얼마 전부터 청각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외국 대학 연구진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는 외신도 있었고, 국내 차량부품회사가 차선유지 등과 같은 운전편의기능을 연구하고 있다고 신나게 홍보하는 뉴스도 있었다. 시각장애인이 스포츠카를 모는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라는 ‘기계’를 발명하고 발전시킨 가장 큰 이유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일 텐데, 그 기계가 우리 사회에 문명이 되고 문화가 되기 시작할 무렵부터는 오히려 인간의 ‘능력’과 ‘자격’을 따져서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것은 재미있는 역설이다.

자동차가 수동변속기어에서 자동변속기어(오토)로 바뀌고 ABS 브레이킹 시스템을 거의 모든 자동차에 장착하게 된 이유가 운전하는 사람들이 전문 레이서들처럼 정교하게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자동차 운전에서 신체 능력을 검사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해준다.

원래 장애인 운전보조 장치로 개발된 스티어링 휠(핸들)에 붙이는 파워봉도 원래 장애인을 위한 기구였는데, 오히려 여성운전자들이나 긴 시간 운전해야 하는 기사들이 많이 달고 있지 않은가? 지금 운전면허 당국의 논리라면 그런 운전 보조기구를 단 모든 비장애인 운전자 역시 운동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장애인의 신체적 조건으로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자동차 산업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이며, 편견이자 상상력의 결핍인 동시에 궁핍한 돈벌이를 위한 변명일 뿐이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무턱대고 자신의 신체 능력에 대한 고민 없이 운전하려고 덤비지 않는다. 본인도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하고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차량을 빌려서 몇 시간이고 핸들도 돌려보고 브레이크 페달과 액셀 페달도 밟아보며, 혼자서 안전벨트는 맬 수 있는지, 기어와 열쇠는 오른손으로 조작 가능한지 공터에서 하루 종일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었다.

심지어 운전면허를 발급받고 나서는 구매하려는 차가 내 몸에 잘 맞는지 전시 차량을 찾아 시승도 해보고, 같은 모델의 차량을 렌트해서 여러 가지 실험과 연습도 반복했다.

그런 과정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 어느 홈페이지를 뒤지고 차 동호회를 찾아도, 실제로 장애인 당사자가 차를 구매하거나 운전할 때 긴요한 옵션이나 기능에 대한 설명을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장애인 자동차 구입에 관한 정보를 그마나 기본적으로 담은 곳은 ‘현대자동차’ 정도였다. 오른손의 소근육 운동이 힘들어서 스텝 기어나 버튼식 스마트키를 옵션으로라도 달 수 있는지, 왼발 브레이킹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약간 왼쪽으로 달거나 더 길게 달 수 있는지, 아예 운전석 위치를 일본 수출 차량처럼 오른쪽으로 배치할 수 있는지, 타고 내리기 용이하게 차량 시트 높이는 얼마인지, 시트 앞뒤 위치 조정은 자동으로 가능한지, 진정 나는 알고 싶었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내 생애 첫차를 사야 할 때 난 그런 정보의 갈증을 느꼈다. 혹자는 돈을 더 들여서 그런 옵션이 기본으로 달려 있는 고급차나 사제로 나중에 장착하면 된다고 하지만, 단순하게 돈을 더 들이고 안들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완성차 업체에게 사회적 책임을 위한 불쌍하고 힘든(?) 장애인이 아니라, 게시판 글 하나에도 신경 잔뜩 쓰는 장애인이란 다양성을 지닌 소비자이고 싶은 것이다.

    ▲ 장애인 차량용 핸드콘트롤러 ⓒ김라현 기자 소심한 소비자 운동, 편견에 스스로 도전하기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구매한 차에는 장애인 운전을 위한 보조 기구는 하나도 달지 않았다.
다만 어쩔 수 없이 기본 옵션에 손가락이 자유로울 수 있는 스텝 게이트 기어를 장착해 운전석 높이 조절이 가능하면서, 승차감보다는 운전하기 쉬운 차량으로 선별해서 구매했다.

내가 차량에 오를 때마다 신기하게 오랫동안 관찰하며 나중에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이것저것 물어봤던 사무실 건물의 아저씨 아줌마들, 주차 때문에 연락받고 뛰어나가면 한참 동안 불안함에 떨고 있는 상대방 운전자들에게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난 당신 차도 언제든지 몰 수 있다.’, ‘차 운전은 운동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센스와 경험치로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다. 어느 심리학자 교수의 말처럼, 편견은 다양한 경험과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운전자를 직접 보고 경험해 보길 기대하면서.

같은 이유로 요즘에 말 많은 장애인용 하이패스도 아직 장착하지 않았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실수 없이 요금을 내고 잔돈과 할인카드를 빨리 받아야 뒷차의 빵빵거림이 없을 거라는 긴장감 때문에, 온몸은 경직되고 목소리도 떨려서 더욱더 하이패스에 강한 유혹을 느꼈다. 실제로 처음에는 정산소와 차량의 위치를 잘 맞추지도 못했고, 당황해서 통행료도 준비 못한 채 우왕좌왕해야 했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옆에 탄 친구에게 통행료를 미리 준비시키는 여유가 생겼고, 이제는 할인카드와 통행료 동전을 같이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되었다. 이런 훈련과정 중에 지문을 인식해 할인된 요금으로 징수가 가능한 하이패스가 시중에 나왔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할인된 요금을 편하게 내겠다는 하이패스가 너무 고가여서, 일반 하이패스를 사용했을 때와 기회 비용발생에서 실감 효과가 없었다. 또한 나처럼 오른손 소근육 운동에 경직이 있는 뇌병변 장애인에게 지문인식을 하게 하는 것은 몹시 모멸감을 느끼게 할 뿐더러, 장애인을 그렇게 지문 인증이 필요할 만큼 예비 범죄자 취급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아마도 장애인을 위한 하이패스 모델이 합리적으로 개발되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커질 때까지는, 하이패스를 사용할 마음이 도무지 생기질 않을 듯 하다.

이제는 매일 매일 얼굴 보고 인사해서 장애인 고속도로 통행 할인 카드를 보지 않고도 정산해 주거나, 팔이 긴장되어 잘 뻗지 않으면 손수 나와서 잔돈을 챙겨 주시는 친절한 직원 분들을 위해서라도 얼마든지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작업 치료(?)를 기꺼이 반복하련다.

운전하면 누가 운동 부족에 살이 붙는다고 했나?!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구매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사실 걸어 다니기 힘든 체력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위함이었는데, 뜻밖에도 차량 운행 보름 만에 10년 가까이 쓰던 나무 목발을 교체해야 했다. 전동 스쿠터와는 달리, 자동차는 원거리 근거리 이동은 탁월하지만 ‘주차’라는 것 때문에 일상의 도보거리는 오히려 크게 증가해버린 것이다.

한번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신혼부부를 에스코트한 적이 있는데 공항의 장애인 주차구역(지상 단기 주차장 H구역)에 온통 장애인 주차 표지가 없는 영업용 차량으로 모두 들어차버려서, 비행기 출발지까지 배웅해야 하는 김 기사는 주차장을 몇 십여 분 동안 빙빙 돌다가, 결국 공항 단속반에 민원을 제기해서 위반차량들을 통째로 단속시켰던 경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일반 주차장에서 걸어야 하는 거리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으로 나는 법률에서 장애인주차장을 왜 ‘전용’으로 규정하며 과태료까지 부과하는지, 주출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거리에 장애인 경사로를 둬야 하는지 온 몸, 온 피부로 느끼게 됐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오랜 나무 목발은 그만 과로사 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알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하고 슬픈 사실은, 나무로 만든 목발은 국내에서 더 이상 생산하지 않으며 외국제품도 찾는 사람이 없어 수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 모비딕에 어울리는 패션 목발을 찾고 있는 나는 자동차를 얻은 대신 무언가 소중한 것을 영영 잃어버린 데 충격을 받았다. 편하고 폼 난다는 이유로 한 달 만에 차를 사고서는 30년 넘게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오랜 조강지처를 내친 느낌이랄까?

그 실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이렇게 자가 운전 때문에 늘어난 도보와 차를 타고 내릴 때의 번거로움은 자연스레 미국의 드라이브 인(DRIVE-IN),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자동차 문화를 떠올리게 했다. 그 자동차 문화는 ‘자동차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해결한다’는 의미로, 현금 지급 기능이나 심지어 예방 접종까지 차에 탑승한 채로 가능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장애인 주차장도 찾기 힘든 정말 바쁜 점심시간에는, 미국 드라마에서 본 것과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점이라도 간절했다. 그러나 자동차 주문이 불가능한 매장을 오히려 찾기 힘든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높은 지대로 인해 그런 요건을 갖춘 매장은 대도시에 한두 곳 있을 뿐이다.

    ▲ ⓒ김형수 지난 <함께걸음>의 큰 실수, 1995 차량 번호 비밀을 알려 주마

자동차 운전에 대해 첨으로 글이 실린 지난 호 <함께걸음>은 사실, 저자에게 엄중한 실수를 했다. 글 상단에 올린 본인과 차가 함께 나온 사진을 보면 차주와 차량번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차량번호가 누구에게나 노출되어 있는 개인 정보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이 차주의 실명이나 얼굴과 함께 나오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개인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차량번호를 살짝 작업해주는 감수성이 아쉽다.

실제로 원고가 나간 이후, 차 번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고백하건데, 원하는 차번호를 받기 위해 약간의 자잘한 권력과 인맥이 작용했다. 19□□ 번호가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에게 인생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 95 숫자를 다른 차가 가져가기 전에 얼른 가서 받은 것이다.

1995년은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분기점이었다. 혹독했던 재수 생활과 대학별 본고사를 치르고 서울로 유학 온 해이며, 내 인생 처음으로 물리적으로 홀로 독립생활을 시작하며 10년 넘게 꿈꿔온 공부를 마음껏 시작한 시기였다. 그리고 1995년 3월 최정환 열사의 분신은 장애인 운동을 각성하게 한 큰 사건이었다.

이렇게 1995년은 학교-집-병원으로 한정적이었던 내 삶의 궤적을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으로 바꾸어 놓았다. 동시에 불타는 청춘으로 내가 공부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내 육체적 고통과 장애의 차별과 타인의 시선을 참고 견디며 직면하기를 결단했던 한 해였다.

과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피가 나도록 목발을 짚으며 넓은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그 통증을 이기기 위해 매일 매일 진통제를 복용했던 95학번 새내기였다. 그로부터 15년 뒤 2010년 6월 17일, 나는 하루 반경 400km 이동이 가능한 자가 운전자가 되었다.

내 생애 첫 차 ‘모비딕’의 차량번호 1995는, 수동적이며 의존적인 이동권을 부여 받던 인간에서 능동적이며 생산적인 이동권을 창출하는 인간으로 변모하는 또 하나의 큰 인생 전환점이 될 것을 기대하는 ‘드라이빙 새내기’임을 각인하는 상징이며, 그 대학 새내기 때의 뜨거운 열정을 되새김질하고 싶은 숫자이다.

대학 캠퍼스에 머물러야 했던 20대의 인권 운동이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아니 일본에서 만주를 넘어 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을 종주하는 아시아 하이웨이를 관통하는 드넓은 인권운동으로 확장할 수 있기를 꿈꾼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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