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성폭력,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 대학생 기자단


지적장애인 성폭력,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전국성폭력상담소ㆍ보호시설협의회(146개소)ㆍ장애인성폭력상담소ㆍ보호시설 성명서]

본문

최근 불거진 지적장애 청소녀 성폭력사건들을 올바르게 해결하고,
지적장애인 성폭력 조장하는 사회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지난 2010년 7월 22일, 언론을 통해 공주지역 작은 마을에서 마을주민 9명이 지적장애 청소녀를 2년간 성폭력 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피해 청소녀가 비싼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 담임교사가 상담을 하면서 성폭력피해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마을공동체에서 피해 청소녀는 ‘모자란 아이’로 낙인 된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래서 또래들에게는 놀림과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어른들에게는 성착취와 성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것이다.

공주사건이 언론보도 된 비슷한 시점에, 대전지역에서는 채팅을 통해 지적장애 청소녀를 유인해 16명의 청소년들이 집단적으로 성폭력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청소녀가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고 가해자들이 서로 연락하여 집단으로 성폭력 한 사건이다. 피해 청소녀는 이미 두 건의 성폭력피해를 경험한 상태였고, 그 중 한 건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동네에 사는 피해자 아버지 친구로부터 당한 것이었다.

또, 청주지역에서는 지적장애 청소녀를 돌보고 가르치던 교사가 수년간 성폭력을 한 혐의로 구속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피해 청소녀는 평소 신뢰하던 학교 교사에게 중학교 동창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제보를 했는데, 이에 가해자는 ‘어떻게 당했는지 그대로 해보라’며 도리어 성폭력을 가했다. 가해교사와 피해학생의 집은 한 마을 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고, 피해학생의 부모는 모두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이와 같은 사건들이 전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지적장애여성이며 동시에 아동·청소녀인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성폭력사건들이 연일 사건화 되자,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다시금 분노하고 있으며, 수사기관들은 피해 청소녀들이 가진 지적장애라는 장애에 대해 또다시 당황하거나 의심의 시선을 들이대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에는 강릉 음촌리 마을에서 한 지적장애 청소녀가 마을주민들로부터 7년간 집단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던 사건, 그리고 2003년에는 울산에서 10대 지적장애 청소녀가 이웃으로부터 5년간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던 사건 등 최근 벌어진 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고, 그때 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당시 사건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수사기관이 지적장애인에 대해 잘못된 시각을 들이대 결국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게 되었으며, 그리고는 빠르게 여론의 관심에서 사건들이 잊혀 졌다는 것이다.

소름끼치게 끔찍한 우리 사회의 건망증과 싸우며, 전국의 장애인성폭력상담소들을 중심으로 우리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고, 이를 위한 근본적인 대안 모색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드러난 사건들만 보더라도,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사회적 차별이 얼마만큼 체계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한 목소리로 이 사회에 촉구하는 바이다.

먼저, 최근 불거진 지적장애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들에 대해 수사기관이 비장애·남성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장애 특성을 반영하여 사건에 접근해야 할 것이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에 따라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은 모두 가족과 사회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보살핌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특히 지적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와 학교 등에서 더욱 세심한 지원과 교육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폭력피해 지적장애여성들은 일생동안 소외와 차별, 박탈의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적장애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보호하는 가족(부모가 장애를 가지는 경우는 더욱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들을 위해 사회가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성폭력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다. 때문에 성폭력특례법 제6조 장애인조항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피해자가)장애로 항거불능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그 피해가 법적으로 마땅히 구제받아야 한다는 법의 취지를 살펴 볼 때, 위의 피해자들은 장애 그 자체의 특성은 물론이고 장애를 둘러싼 주변의 환경으로 인해 ‘항거불능’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성폭력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뚜렷한 폭행이나 협박이 아닌 작은 유인만을 사용해도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순종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가해자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작은 호의나 관심만으로도 가해자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복종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수사기관이 의심하는 것과 같이 피해자들의 장애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어서도 아니며, 가해자 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피해자가) 좋아서 성관계를 한 것’도 아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들이 일상에서, 지역사회에서, 학교에서 겪는 배제와 소외, 일상적인 폭력들에 대해서 먼저 성찰할 때, 그리고 지적장애 특성에 대한 더 나은 이해가 수반될 때, 우리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며, 집단적인 성향을 띠며 발생하는 지적장애여성 성폭력사건의 발생 원인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장애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폭력과 차별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이 사회가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깊이 성찰하기를 촉구한다.

최근 정부가 아동·청소년 등에 대한 성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고 있고, 언론매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발생하는 성폭력사건을 집중 보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 반복적으로 수박겉핥기 식의 대책을 내놓는데 급급해하기보다, 이 사회가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을 양산해 내는 사회적 구조적 체질과 문제들에 대해 먼저 깊이 있게 성찰해 내기를 바란다.

폭력을 당한 장애여성들은 폭력의 경험을 치유하고 보호받으며, 아픈 경험을 딛고 되돌아 갈 수 있는 사회기반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폭력 피해의 후유증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또 다른 피해에의 노출 가능성 또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것은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일부 폭력피해 장애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애초에 장애여성들이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사회활동에 참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되지 않고 있고, 장애와 성性에 대해 심각하게 낙인을 찍고 왜곡하는 우리사회 구조는 많은 장애여성들이 일생 동안 수많은 폭력피해에 노출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해 분노하고 더 강력한 처벌수단을 내놓기보다, 장애여성들이 지금도 음지에서 폭력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는 우리사회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안 수립을 위한 장기적인 전망이 세워져야 한다.

하나. 최근 발생한 지적장애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사건들에 대해 수사기관 및 재판부는 비장애·남성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가해자들을 엄중하게 처벌하라!

하나. 정부는 지적장애 청소녀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실질적인 예방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장애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폭력과 차별을 방관하고 있는 사회는 근본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작성자함께걸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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