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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명백한 위헌인 장애인 복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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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소리]

 

 

명백한 위헌인 장애인 복지법

 

 

  최근에 언론을 타고 있는 광고 중에 루즈벨트 대통령을 모델로 한 것이 있다. 취지는 장애우임에도 불굴의 의지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노력과 인내를 본받자는 의도처럼 보인다. 언뜻 보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은 이 광고는 그러나 신체적 장애의 어려움을 극복한 개인적 능력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하여 적절하지 못한 감이 있다.
  미국에서 3중 장애우로서 루즈벨트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존경을 받은 사람으로 헬렌켈러가 있다. 태어날 때는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2세가 채 안되었을 무렵 뇌염 등 중증의 병을 앓아 시력과 청력 등을 잃었다. 그러나 설리번 선생의 도움을 받아 글을 깨치게 되었으며, 그 후 각고의 노력을 거쳐 스물네살 되던 해인 1904년 래드클리트 여자대학을 졸업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수학과정에는 신체적으로 정상인 사람이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헬렌켈러 자신의 남다른 집념과 집중력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결코 간과해서 안되는 사실은 맹아학교와 농아학교를 포함하여 헬렌켈러 같은 장애우가 툭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이미 19세기 말경 미국에 상당수 있었으며,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지적 소양이 구비되어 있는 한 장애우라는 이유만으로 대학입학이 거절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헬렌켈러는 이러한 사회복지 시설의 도움으로 그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이 사회복지 예산의 규모와 관련하여 늘려야 한다는 쪽과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나누어져 우려를 자아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산규모의 축소여부와 관계없이 우리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도시에 장애우 전용 차량이 운행되고, 전철역에 장애우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며, 웬만한 주차장에는 장애우 전용주차공간이 있다. 만일 장애우가 아닌 사람이 장애우 전용 주차 장소에 차를 주차하면, 즉시 견인차량이 출동하고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따라서 앞서의 광고에서 암시하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신화적인 인생 성공담이 곧 루즈벨트 대통령 개인만의 능력에 의한 것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 그가 유일한 4선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어려운 시기를 이끈 데에는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보다 본질적인 추진력으로 적용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광고에는 이와 같은 사회복지 부분이 결여된 채, 개인적 능력만 강조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져 아쉬웠다. 미국정도의 복지정책이 일찍이 시행되었더라면 우리나라도 루즈벨트에 버금하는 장애우 정치가, 헬렌켈러에 못지않은 장애우 사회사업가를 가졌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3월이 되어 새학기가 시작되고, 설날 등의 연휴도 지나 개인이나 사업체도 의욕적인 봄의 설계를 시작할 때다. 장애우들에게 있어서도 무엇보다도 많은 공간적 이동과 사회활동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그러나 장애우들을 위한 적절한 교육설비는 턱없이 부족하며, 편의시설은 법전에만 당국의 의무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을 뿐, 현실화되기까지에는 까마득하다.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10조),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11조)라고 하여 일반적인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을 보장하는 이에, 34조에서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함으로써 장애우에 대한 국가의 사회복지증진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헌법상의 국가적 의무를 입법화했다고 하는 장애인복지법은 도로, 공원, 공공건물, 교통시설, 공동주택 등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에 설치하여야 할 각종 편의시설의 유형을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그 구체적인 설비에 관하여는 관계부처에 백지 위임함으로써, 장애우에 대한 공공시설에의 접근을 불가능한 상태로 방지하고 있다. 현재의 장애인복지법은 위헌임이 명백하다.
  정부가 하는 모든 정책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장애우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장애우가 아닌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는 입법의 미비, 잘못된 법제로 말미암아 심각하게 사회활동의 위축을 받고, 생명의 위협가지 느끼며 살고 있다.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삶의 질"은 무엇보다도 장애우에 대한 현재의 사회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장애우들이 정상적이 일상 활동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글/ 이석태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국장)

 

작성자이석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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