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견 사업 축소, 장애인 권익 걸림돌 우려된다 > 지난 칼럼


보조견 사업 축소, 장애인 권익 걸림돌 우려된다

[김형수의 세상보기] 삼성 안내견 사업 ‘먹튀?!’

본문

 

  지난 10월 노회찬 전 진보신당의 트위터로 폭로된 삼성 안내견 센터의 구조조정은 구조견, 청각장애도우미견 사업 철수와 관련 종사자 대량 해고 등으로 여전히 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업은 직접 지원하고 있던 삼성생명뿐만 아니라 삼성 전체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큰 사업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삼성 에버랜드의 수익성 악화 때문이란 삼성 측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에버랜드는 단순 운영 주체였기에(장애인 도우미견 사업은 에버랜드 국제화팀이 전담해왔다.) 이번 삼성의 안내견 사업 축소는 다분히 정치적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이런 해석의 근거는 첫째, 기본적으로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안내견 센터가 고가의 미술 작품을 빼돌리는 창고로 보였기 때문에 센터 자체의 홍보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었을 것이며, 둘째, 2002년 이 사업을 시작했던 이건희 회장이 세계안내견협회 공로상 수상까지 했는데 최근에 삼성에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안내견 센터 사업도 정리 단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 셋째, 2005년 국가인권위가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안내견학교 대표이사와 9·11테러 당시 안내견과 함께 그 건물을 탈출한 인사까지 초빙해 강연회를 열어 장애인 보조견 활성화에 대한 정책 권고를 보건복지부와 건설교통부, 그리고 각 지자체에 보냈는데 이는 삼성을 제외한 민간 도우미견 기관들이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삼성의 안내견에 대한 독점 효과가 점점 옅어지게 된 것 등이다. (실제로 삼성 관계자가 시각장애인연합회간부와의 면담에서 ‘안내견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기업 차원에서 사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안내견 등과 같은 도우미견에 대한 삼성의 투자 자세를 살펴보면 일면 이해가 된다.

  장애인 보조견 사업은 처음부터 삼성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삭도우미개학교(現,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1993년 10월 시각도우미견을 국내 처음으로 무상 분양한 것이 그 시초이다. 더불어 1992년 한국안전시스템주식회사(현재의 삼성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 사업을 실시하여, 1994년 4월 30일 제1호를 분양했다. 이렇게 이후 삼성이 시각도우미견 보급에 집중하자,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청각도우미견에 눈을 돌렸다. 1999년 6월, 청각도우미견을 국내 처음으로 무상 분양하자, 뒤이어 삼성이 2003년 6월 청각도우미견 분양사업을 시작했으며,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이후 지체도우미견 분양사업을 시작했다. 마치 중소기업이 블루오션을 개척하면, 대기업이 거대 자본으로 밀고 들어와 시장을 독점해오다가 시장 자체를 붕괴시켜 버린 것과 같은 일이 반복돼 왔다.

  이번 삼성의 사업 축소가 크게 비판받는 점은, 그동안 국내 장애인 보조견 사업을 거의 독점해오다시피 해서 다른 민간단체의 참여나 다른 기업의 기부를 막아 공익사업 자체의 성장을 막아 왔는데, 이제 와서 경영 논리로 사업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숙련된 전문가들을 해고시켜버림으로써 단순히 사기업의 구조조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보조견 사업 자체를 크게 후퇴시켜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내견 사업을 기업이 하는 경우가 삼성밖에 없었다는 삼성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 삼성이 안내견 사업을 독점했기 때문에, 국내 관련 비정부 기구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의 논리라면 다른 보조견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안내견 사업부터 축소해야 함에도 다른 보조견 사업부터 축소한 것은 바로 이런 ‘독점’을 쉽게 양보하지 않으려는 자세인 것이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삼성의 논리대로 수익성 악화 등이 그 이유라면, 안내견 사업을 포함한 장애인 보조견 관련 사업을 민간기구들에게 무상으로 출원 내지 기부하고 그 운영 노하우까지 전수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그동안 공공연히 안내견 관련 사업을 ‘영업상의 기밀’로 다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삼성은 그동안 안내견을 팔아 홍보와 마케팅 효과만 보고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한 사건이다. 2007년 삼성의 의욕적으로 대경대학과 MOU까지 맺으며 추진했던 대경안내견학교도 흐지부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 눈이요, 발이며 동료이다. 중증지체장애인의 전동휠체어나 활동보조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존재는 아니란 뜻이다. 삼성이 그러한 사회적 공공재이자 인프라에 대해 경영을 변명으로 축소하는 것도 참으로 글로벌 기업답지 못한 처신이다. 또한 그동안 이런 사회 공공재를 대기업에만 맡겨둔 채 방관했던 국가도 그 책임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안내견처럼 시각장애인의 이동권과 사회 참여에 필요한 공공재와 관련하여 그동안 기업에만 의존했던 장애인계의 각성도 필요할 것이다.

  세계 각지의 활발한 시각장애인의 활동에는 항상 안내견이 함께 해 왔다. 1992년 미국 뉴욕 연방법원 판사로 천거되자 보수언론에 강한 반대에 걸려, 1997년 민주당 정부에 와서야 연방판사로 임명된 리처드 케이지 변호사 곁에는 그의 안내견 ‘바니’가 있었고, 영국의회에서 공식 직원 자격까지 부여했던 ‘루시’는 데이비스 블런 영국 교육부 장관의 안내견이었다.

  우리가 안내견과 같은 장애인 보조견 사업을 사회 공공재로 육성하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선택하지도 하지 않은 장애를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증명해야 하는 부당한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안내견의 역사

  안내견(Guide Dog for the Blind)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관한 확실한 자료는 없으나 근대 안내견 사업이 시작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의 화학전에 노출된 많은 군인들이 시력을 상실함에 따라, 1916년 독일 몰덴부르크에 맹인안내견학교를 개설한 것에서 비롯된다.

  1923년 독일 포츠담(Potsdam)에 독일훈련학교(The German Training School)가 세워진 것이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지역적이던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세계로 확산시킨 사람은 미국 도로시 유스티스 여사 (Mrs. Dorothy Harrison Eustis)로 그녀는 독일의 안내견 학교를 견학 후 ‘The Saturday Evening Post’에 개들이 시각장애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The Seeing Eye’라는 제목의 기사(1927년 11월 5일자)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미국 최초의 안내견학교 The Seeing Eye’(www.seeingeye.org)가 설립되고, 이후 1931년 만들어진 영국안내견협회(GDBA)는 매년 800여 마리의 시각도우미견을 무상으로 분양한다. 70년대에는 일본(1970), 뉴질랜드(1973) 등에 최초의 안내견학교가 탄생했다.

 

   
▲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세계도우미견협회(ADI)는 1987년에 만들어졌다. 12개 나라 107개 기관이 회원이다. 27개 나라 84개 단체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 안내견 연맹(IGDF)’은 1989년 발족되어 영국의 레딩(Reading)에 본부를 두고 있다. IGDF 발족과 안내견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세계 안내견의 날’로 지정했다. 삼성은 두 단체에 모두 회원으로 가입했고, 5~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삼성을 제외하면 모든 가입 단체가 민간 비정부기구다.

  근대 한국 최초의 안내견 사용자는 대구대학교의 임안수 교수로 1972년 말에 미국유학을 마치고 세퍼드종인 안내견 ‘사라’와 함께 귀국하였다. 이후 외국기관으로부터의 분양이 몇 차례 있었으나, 사후관리의 어려움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웠다.

  2005년 1월에 SBS에서 방송된 안내견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는 안내견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큰 계기가 되었다. 실존 안내견 토람이는 영국 태생의 골든 리트리버로, 뉴질랜드에서 안내견 교육을 받고 분양되었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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