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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변화하는 주거환경

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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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관찬 기자 ⊙ 사진. 함께걸음 자료사진


존재조차 몰랐던 칸막이
이 글은 시청각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입장에서 쓴다.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간이뷔페 형식의 한 식당에 간 적이 있었다. 종종 가던 곳이라서 혼자서도 큰 어려움 없이 음식을 식판에 담고 자리로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그날도 줄을 서서 차례가 될 때마다 식판에 직접 음식을 담으며, 틈틈이 먼저 음식 담기를 끝낸 직원들이 어느 지점에 앉아 있는지 확인했다. 미리 확인해두지 않으면, 음식을 다 담은 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찾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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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음식을 담는 곳과 가까운 위치에 직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안심하고 편하게 음식을 식판에 담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앉은 식탁 쪽으로 갔는데, 내가 서 있는 쪽은 이미 자리가 다 잡혀 있어서 식탁을 돌아 건너편 자리에 앉아야 했다. 나는 식판을 건너편의 빈자리에 먼저 올려둔 뒤에 자리로 가서 앉을 생각으로, 식판을 건너편의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아니, 올려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퍽!” 분명히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평소에도 거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식판은 내 의도와 달리,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건너편의 빈자리로 놓여지기 전에 뭔가 벽 같은 물체에 부딪혔다. 식판이 거기에 부딪히면서, 식판 위에 담아둔 음식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다시 시도해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식탁 위에 ‘뭔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동료 직원이 대신 내 식판을 들고 빈자리에 올려놓은 뒤, 내 손을 잡고 식탁 위에 있던 ‘무언가’를 만지게 해주었다. 거기엔 투명한 디자인의 칸막이가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인해 거리두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식사 중 침이 튀지 않도록 식탁마다 칸막이를 설치해둔 것이다. 그런데 저시력인 시각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칸막이는 너무 투명한 디자인이라서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남지현 ㈜밀리그램 디자인 연구원은 “이렇게 칸막이를 투명하게 하고 그 모서리에 스티커를 붙여둔 경우가 많은데, 그 스티커도 너무 작아서 아무래도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식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줄무늬 등으로 칸막이의 존재 여부를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칸막이는 비용이 그만큼 많이 들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라며, “문제가 된 이 칸막이는 모서리 부분에만 스티커를 붙여 놓았는데, 차라리 칸막이의 테두리를 다른 색으로 마감했으면 좀 더 구분이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식사 후 입을 닦으려고 휴지를 찾았는데, 휴지는 칸막이 ‘위에’ 올려져 있었다. 팔을 뻗어 휴지를 뽑아서 사용하면 되는데, 칸막이의 높이가 조금은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 연구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이나 어린이가 이 식당에 앉아 있다고 생각해 보면, 칸막이의 높이가 높아서 휴지를 꺼내기가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너무 낮으면 칸막이를 설치하는 게 무의미해지니까, 대략 60cm 정도가 칸막이의 높이로 괜찮지 않을까? 그리고 휴지를 꼭 칸막이 위에 두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사람들마다 이용하는 데 불편할 것 같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지금 내가 몇 층을 눌렀지?
요즘 대부분의 엘리베이터 안 층별 버튼은 원하는 층을 누르면 색깔이 선명해지는 디자인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누르기 전의 버튼에 정확히 무슨 숫자가 적혀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층이 아닌 다른 층의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자주 이용하는 층의 버튼이 있는 ‘위치’를 기억해두고 감(感)으로 잘 눌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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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평소처럼 자주 이용하던 엘리베이터를 타고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 내 각 층별 버튼이 있는 곳에 항균필름이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놀랐던 정확한 이유는 그 항균필름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그 항균필름이 버튼을 모두 덮고 있어서 내가 눌러야 하는 버튼의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남 연구원은 “아무래도 항균필름이 두꺼워서 버튼이 잘 보이지 않았을 것 같다. 두꺼우면 점자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도 버튼에 디자인된 점자를 제대로 읽기 힘들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항균필름이 감염예방에 도움이 되는지 그 효과성은 아직 입증되기 않았기 때문에, 조금 얇고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항균필름의 필요성도 중요하겠지만,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며 항균필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도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식당 칸막이와 버튼의 항균필름 같은 조치들은 감염의 방지와 세균이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지만, 그러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어린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에게도 많은 불편함을 끼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아무리 긴박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그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함에 있어 그 대상에 장애인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장애인에게 편하면 모두에게 그 편리함이 공유된다는 것, 그건 이미 이 사회가 충분하게 학습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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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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