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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되어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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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관찬 기자 ⊙ 사진. 채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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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장애등급제의 폐지에 따라, 장애의 ‘등급’ 기준에서 접근하던 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번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에서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1년이 지난 지금, 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과 비교해 어떻게 변화했고 어떤 상황인지,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의 인터뷰와 함께 정리했다.


상황 1. 내 서비스 시간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모른다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장애인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기능제한·사회활동·가구환경 등을 통해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 즉 활동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측정한다. 이를 2019년 7월 이전까지는 ‘장애인 활동지원 인정조사(아래 인정조사)’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후에는 ‘서비스 종합조사표(아래 종합조사)’에 의한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를 측정하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에는 ‘1~3급’의 등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전체’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그 범위가 넓어졌다. 그만큼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맞게 서비스 여부를 측정할 수 있도록 종합조사의 세부 지침에 많은 변화가 있게 된다. 그런데 새로 도입된 약 600점 만점의 종합조사의 애매모호한 계산법은,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여간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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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현장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는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변재원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이 필요해서 신청하는 건데, 종합조사에 따라 받는 점수를 환산하는 계산식이 정말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Qx+Wy+Ez+C=?’와 같은 계산식이고, 여기서 또 ‘C’는 상수가 아니라 ‘Qx’에 연동되는 함수입니다. 그래서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과 종합조사에 의해 나온 점수를 파악하려면, ‘Qx’와 이에 연동되는 ‘C’의 계수 값 등의 채점 근거를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모릅니다. 종합조사의 결과에 따라 매월 특정 시간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왜 자기가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를 모르는 겁니다.”
가령 A씨는 2019년 7월 이전 인정조사에 따라 150시간의 활동지원을 제공받고 있었는데, 2020년 초 종합조사에 따라 130시간으로 활동지원시간이 하락했다. A씨는 무슨 근거로, 왜 활동지원시간이 20시간이나 줄어들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근거’와 ‘왜’에 대한 설명을 속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 없고, 종합조사에 의한 적용을 받은 장애인 이용자 대부분이 이러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곽남희 “제가 이번에 활동지원서비스 갱신기간이 되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심사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공단 직원이 저에게 심사를 위해 했던 질문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이전과 거의 똑같았어요. 혼자 옷 입을 수 있는지, 샤워 가능한지, 식사 가능한지 등에 대한 질문이죠. 그리고 (종합조사에 따라 나온) 제 점수가 왜 이렇게 나온 건지 알고 싶다고 공단에 문의했는데, 권한이 없다고 알려주지 않았어요. 제 주변 장애인 분들 중에는 갱신 신청 후 활동지원시간이 몇 시간 오른 분도 있고, 무려 100시간이 하락한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도 왜 그런 결과가 나온 건지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공단에서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를 측정하기 위해 하는 질문이 인정조사와 마찬가지로 종합조사 체제 하에서도 같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측정하는 종합조사의 계산 방식이 인정조사 때와 달라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종합조사는 장애 유형별로 지닌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제대로 된 점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단에서 한다는 질문 중 하나인 ‘혼자 샤워하기’의 경우, 시각장애인은 종합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 보는 데 어려움이 있어도 화장실의 구조와 세면도구가 있는 위치를 기억해두는 등의 방법으로 시각장애인 혼자서 충분히 샤워가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시각장애인이 샤워를 할 때 굳이 활동지원이 없어도 된다. 그럼 ‘혼자 샤워할 수 있느냐’의 질문에는 ‘할 수 있다’고 대답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반면 전신마비가 있는 장애인은 혼자 샤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반드시 활동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장애유형에 따라 활동지원의 필요 여부가 전혀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관된 질문으로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를 측정하여 점수로 계산하는 것보다, 장애유형을 충분히 고려한 질문을 하고 그에 따른 장애인의 활동지원 욕구를 측정하는 게 맞지 않을까. 등급별로 장애인을 지원하지 않고,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장애등급제 폐지의 본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곽남희 “솔직히 시각장애인은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면 시간이 더 떨어질 수 있는 내용이 많거든요. 혼자 옷 입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경우만 해도, 시각장애인은 정말 애매모호한 입장이에요. 시각장애인은 옷 같은 경우 색깔을 구별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그게 옷을 혼자 못 입는 건 아니잖아요. 이렇게 장애의 유형과 특성을 고려해서 질문을 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어 있고, 그렇다 보니 장애인들이 종합조사에 의한 점수나 시간이 나오면 어떤 과정(계산)에 의해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무척 궁금한 건 당연하죠. 그런데 그 계산 내용을 모르니까 너무 답답한 상황입니다.”
변재원 “서비스 수혜자가 서비스 시간의 판정 근거를 알지 못한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보건복지부에서 판정 근거를 알려주면, 당사자들끼리 점수를 비교해 보고 그 형평성을 분석해서 따질까봐 여태껏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건 마치 평생을 좌우하는 시험을 본 학생이 선생님께 ‘제가 왜 70점인가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이 ‘그건 비밀이란다’라고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의 삶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생존권과 직결될 정도로, 시간이 적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그 시간과 점수를 왜 받는지에 대한 근거는 당사자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합니다.”


상황 2. 1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종합조사는 하루 24시간 중 취침시간 8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동안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일 지원시간을 기존보다 늘려 최대 16시간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인정조사에 따르던 활동지원 4등급을 종합조사에서는 16구간으로 세분화했다. 16구간 중 가장 높은 구간은 1구간으로, 활동지원이 그만큼 많이 필요한 경우가 여기 해당된다. 그런데 종합조사가 도입된 후 2020년 8월 현재까지, 월 48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1구간에 배정받은 활동지원 수급자는 단 한 명도 없다.
16구간으로 세분화하면서 일 최대 활동지원 가능한 시간을 16시간으로 기존보다 늘렸다고 하지만, 취침시간을 제외했다는 것부터가 잘못 접근한 것이다. 장애인 중에는 취침시간에도 활동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취침 중 호흡기가 떨어졌을 때 활동지원사가 다시 달아줘야 하고, 취침 중에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체위변경을 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 최대 16시간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 이용자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1구간의 경우 480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재까지 1구간에 해당하는 수급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종합조사에서 1구간에 해당되는 ‘높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재원 “종합조사에 의한 계산식은 앞서 설명했듯 정말 복잡합니다. X1과 X2, X3 등 세 가지 변수가 서로 다른 계수값을 가지고 있고, 이에 더해 가중치를 별도 부여하는 C 계수값까지 포함되면서 극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공식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떠한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느냐만이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도입된 복잡한 수학 공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 것입니다. 고시개정전문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종합조사 도입 이후 19.52%에 해당하는 장애인의 서비스 시간이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중증장애인의 점수입니다. 과연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가 그 사이에 비장애인이 되었거나, 변덕적인 대답을 해서 하락의 결과를 맞이하게 된 걸까요? 아닙니다.”
변 국장이 설명한 X1, X2, X3은 각각 기능제한(X1)·사회활동(X2)·가구환경(X3) 영역의 점수를 의미한다. 이 세 영역 중 사회활동과 가구환경에서 많은 활동지원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으로 만점이 나왔다 하더라도, 다른영역인 기능제한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게 되면 1구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지 못한다. 반대로 기능제한과 사회활동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더라도, 가구환경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1구간에 속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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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토론회에서 의견제시를 하고 있는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곽남희 “1구간에 해당되는 점수를 받으려면 기능제한·사회활동·가구환경 세 영역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기능제한과 가구환경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장애인이 있더라도 사회활동 영역에 해당하는 직업생활까지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보기 힘듭니다. 기능제한 영역이 신체적 기능에 많은 불편함이 있는 분에게 해당하고, 가구환경 영역은 독거에 해당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직업생활까지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되어야 한다

2019년 7월 1일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했는데, 그건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과정이 진행된다는 거지 완전히 폐지된 건 아니다. 그래서 장애학생 도우미 신청서나 장애인 보조공학기기 신청서 등 일부 장애 관련서류를 작성할 때 장애가 ‘몇 급’인지를 적는 란이 존재하는 것처럼, 여전히 장애등급제 폐지 이전의 모습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시행 후 1년이 지났다고 하지만, 계속 시행착오를 겪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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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25일 광화문농성장을 방문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통령의 뜻을 전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국민명령 1호로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 권리보장법을 통해서"라는 박 장관의 발언 내용이 자막으로 보인다. 


곽남희 “처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기대를 많이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애계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관련해서 계속 농성을 하고 투쟁을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활동지원서비스가 장애등급제 폐지 후 장애계가 바라는 만큼의 제도가 된 건 아닙니다. 그래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분명한 것은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를 체감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변재원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이젠 등록장애인이라면 장애등급과 상관없이 누구나 활동지원서비스 자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5년 이후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기 이전까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장애 1급부터 3급까지만 자격 심사 대상으로 신청 가능했다면, 현재는 등록장애인 누구나 활동지원서비스 자격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제도 상 경증장애인이라고 판단되었던 분들도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들이 분명 있는데, 이제 이분들께서도 장애등급제 폐지로 동등한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급부터 6급으로 나뉘어 있던 장애등급제에서는, 각 등급에 해당하는 서비스와 지원만을 받을 수 있었다. 즉 갖춰진 틀에 사람을 맞추는 형식이었는데, 이러한 틀을 뒤엎고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지원을 모든 장애당사자들에게 서비스와 제도로 맞춰주는 게 이상적인 장애등급제 폐지의 모습이다. 그렇기에 단계적 폐지의 과정에 어떠한 시행착오가 발생한다고 해도, 반드시 개선점을 찾아 ‘진짜’ 장애등급제가 완전하게 폐지되어야 한다.
변재원 “2019년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일상생활영역’, ‘이동지원분야’, ‘소득 및 고용지원’에 대한 장애인정책 내용과 기준이 대거 바뀌고 있습니다. 앞으로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장애등급제 폐지 후 위 모든 분야에 대한 정책 논의가 새롭게 시작되고 결정될 것입니다. 한번 결정되고 제도화되면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장애등급제가 ‘진짜로’ 폐지될 수 있도록, 그 본래 취지에 맞게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의 니즈(needs, 필요)에 맞는 서비스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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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지역을 대표해서 서미화 소장이 결의대회 무대 위에서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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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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