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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지금도 죽어간다. 국가는 어디 있는가

끝까지 관심 밖에 머무는 신장장애인들

본문

 
↑ 서울의 한 병원 진료목록에 인공신장실이 포함돼 있는 모습
 
 
자가격리, 코호트…, 참 어려운 용어를 익혀야 했던 한 해였다. 비말이 뭔지, 팬데믹이 무슨 뜻인지, 가장 중요하고 심각했던 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이 엄청난 사태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건지를 깨닫고 대비하는 데만 한 해를 꼬박 소비했다. 그런데도 자가격리가 불가능한 이들이 있다. 코호트(집단격리)는 더더욱 불가능한 이들이다. 이틀에 한 번씩 반드시 투석을 해야 하는 이들은 어떻게든 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모여서 대규모 노숙농성이라도 해야겠다지만, 절반은 투석을 받으러 가야 하기에 농성마저 불가능하다는 자괴감 섞인 한숨을 토해내는 이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국가의 관심 밖에 머물고 있다.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도 대책이 없다. 15가지 장애유형에 분명히 명시돼 있는데도 대안을 찾을 길 없다. <함께걸음>은 지난 7월호에 이어, 막다른 생존권 끝에서 신음하는 2020년 연말 신장장애인들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전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김세룡 “가장 심각한 건 자가격리의 연속이라는 거죠. 자가격리를 할 병원이 아직 아무데도 확정되지 않았어요. 개인병원은 안 받아주니까 공공의료의 개념으로 국가가 확보해 줘야 하는데, 자가격리에 들어간 신장장애인들은 문을 두드릴 병원도 없다는 겁니다.”
자가격리는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일정기간(14일) 증상유무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고립된 상태를 유지하는 걸 말한다. 여기저기에서 자가격리 중이라는 사례들이 하도 많아져서 무덤덤해지기까지 하지만, 이것이 신장장애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된다. 우선 외부와의 단절이 불가능하다. 이틀에 한 번은 투석을 위해 반드시 외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신장장애를 가진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병원은 따로 있어야 한다. 격리투석이 가능한 입원도 필요하다. 그런데 어디에도 없다. 나오는 대책도 없다. 그들에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너무 가까이 맞붙어 있는 것이다.
이영정 “팬데믹 사태 때문에 외국에서는 더 이상 안정적인 투석을 할 수 없어, 귀국을 서두르는 우리 국적의 국민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자가격리를 하든지, 아니면 병원에 연락해 입원할 자리를 찾으라고만 합니다. 그건 보건소에서 1차 책임을 져야 하는데, ‘왜 우리한테 오는가? 직접 알아보라’는 반응이 먼저 나와요. 저희한테 연결이 되면, 어떻게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보내드려서 격리투석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그건 개인의 문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국립의료원에 들어가려면 네 개의 과가 협진에 들어가야 합니다.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신장내과, 그 네 개 과의 협진을 외국에서 갓 귀국한 개인이 어떻게 알고 일일이 신청합니까? 그렇기에 공공의료의 개념으로, 신장장애인들의 문제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거예요.”
반 년 만에 기자와 다시 마주앉은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과 이영정 사무총장은 대화의 시작부터 본론으로 들어갔다. 바뀐 게 없다는 것, 그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회의 문을 두드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의원 질의 다음에 돌아오는 정부의 대답은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이틀마다 혈액투석이 필수인 신장장애인들은 전국 각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각 지역마다 격리투석이 가능한 병원이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지역에는 없다. 그럼 어쩔 수 없이 격리투석을 위해 먼 지역까지 오가야 한다. 그것도 자비로 말이다.
게다가 격리투석은 야간에만 이루어진다. 일반 투석이 모두 끝난 오후 다섯 시 반부터 열한 시까지, 투석 전후로 방역이 실시되는 환경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격리투석자의 이동은 보건소가 담당하게 돼 있다. 오후 다섯시 반의 병원 도착은 보건소에서 해결해 준다. 그런데 오후 아홉 시인 보건소 근무시간이 끝나면, 투석을 받은 신장장애인은 ‘알아서’ 귀가해야 한다. 보건소 근무시간을 넘긴 시각이기 때문이다.
이영정 “일례로 경기도 평택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간 분이 계셨어요. 그런데 평택 지역엔 격리투석병원이 없거든요. 그래서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매번 오셨어요. 이동수단이 확보가 안 되니까, 보건소에서 제시한 방법이 사설방역 앰블런스를 이용하는 것이었대요. 하루 왕복 이십오만 원. 지역 보건소에서도 직접 이동을 보장해줄 수 없어서, 민간사설 방역차량을 부르는 방식을 제안하는 게 전부래요. 말 그대로 생명권이 왔다 갔다 하는 건데, 그걸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요?”
인공신장실이 있는 병원만 찾을 게 아니라, ‘찾아가는 서비스’처럼 이동식 투석기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순 없는 걸까? 실제로 이동식 투석기가 외국에선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대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서, 우리 지자체나 기초단체에서는 구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 한다.
김세룡 “그래서 공공의료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겁니다. 전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국가는 낮은 곳에서,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음하는 내적장애인들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신장장애를 가진 사람이 십만, 십만 명입니다. 매년 사천 명씩 증가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데,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외적 장애가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복지와 의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는 건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국회 상임위원장이 신장장애를 갖고 있다면?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활동지원, 활동보조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게 신장장애이다. 중증장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합인정표에 42점이 안 나와서 서비스를 받을 길이 없다. 42점이라는 점수에 못 미치는 몇몇 장애유형에 신장장애가 포함된다. 전국 가구의 3분의 1이 1인 가구라는 통계도 나와 있는데, 갑자기 증상악화가 진행되면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더욱이 신장장애인들은 가족과 떨어져, 또는 이혼 이후 혼자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심한 빈혈과 깊은 우울증, 쌓이는 고독감 속에서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순간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영정 “또 하나의 문제는 재판정이에요. 신장장애인들은 이 년마다 재판정을 받아야 돼요. 일반적인 장애의 재판정은 대부분 세 차례로 끝나잖아요. 그런데 신장장애만 그런 규정을 적용받아요. 신장투석을 하는 분들이 신장이식을 하면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인데, 이건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행정편의예요. 신장이식은 이미 국가의 통제와 관리 아래 진행되고 있어서, 누구든 몰래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거든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은 보건복지부 소속기관으로, 장기 등의 이식에 관한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 보통 코노스(KONOS)라는 명칭으로 더 많이 통용되는 위 관리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현재 장기이식대기자는 42,188명, 뇌사기증자는 5,941명, 사후기증자는 1,897명이라고 나와 있다. 숫자가 각각 세세하게 집계돼 있다. 그만큼 파악이 이미 돼 있다는 뜻이다.
 
 
 
 
김세룡 “신장이식을 받으려면, 코노스 등록을 해야만 대기자 명단에 들어가요. 외국에서 이식을 받고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이식을 받고 들어올 정도의 재력가라면 장애등록도 안 해요. 이식 관리는 백 퍼센트 코노스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게다가 허가 없이 의사가 수술을 해주는 경우에는 큰일이 나죠. 그러니까 의사 자체부터 시도를 안 합니다.”
이영정 “해당 관계자들한테 물어봤어요. 왜 하필 이 년이냐고. 법령에 그렇게 정해져 있대요. 그래서 매년 십삼억 원의 비용을 들여서 재판정을 진행한답니다. 더 악화되면 됐지 나아질 증상이 아니니까 그 비용 사용하지 말고 불필요한 재판정도 하지 말자고 했더니, 이 재판정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관계자들도 똑같더라고요. 문제는 법령이에요.”
김세룡 “왜 이 년인가에 대한 설명은 아무데서도 들을 수 없어요. 아마 의사 집단 같은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기간을 결정했겠죠. 의사들이 결정했으니 그걸로 끝인거죠. 문제는 신장장애를 가진 당사자들한테는 묻지도 않고, 신장장애의 인권과 의료권을 임의로 재단한다는 겁니다.”
신장이식을 한다고 해서 바로 건강이 회복되는 건 아니다. ‘남의 것’이 들어왔기 때문에, 몸 내부의 거부반응부터 제어해야 한다. 수술 직후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1년 안에 실패할 확률, 5년 안에 실패할 확률, 10년 20년, 이렇게 나눠진 구체적인 통계도 있다는데, 재판정 기간은 그 기간 설정의 이유 설명도 없이 무조건 2년이다.
김세룡 “우리나라도 신장장애를 중증장애로 분류하죠. 전 세계에서도 중증장애로 우선 꼽는 장애유형이 신장장애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보건과 복지에선 뒤로 밀려나고 있어요. 제가 심한 표현으로 가끔 하는 말인데, 아주 유명한 인사가 신장장애로 숨졌다고 해야 신장장애가 알려질까요? 신장장애를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만 국회 의원질의 내용에 포함될까요? 이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데도, 왜 변화되는 게 하나도 없을까요? 답은 한 가지뿐이에요. 우리가 약자라는 거죠.”
 
 
 
 
 
 
10만의 국민이 신음하고 있다. 안 들리는가?
2019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신장장애인은 9만2천 명에 이른다. 고혈압과 당뇨의 끝이 신장장애이기에, 신장기능에 이상이 있는 국민은 총 25만 명 내외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매년 4천 명씩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에는 치료방법도, 어떻게든 해볼 방법도 없어 그냥 죽어갔다고 한다. 월요일에 보자며 금요일 저녁에 헤어진 사람을 죽음으로 맞이하는 게 다반사였다는 김 회장의 설명이 뒤따랐다.
김세룡 “신장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죠. 그런데도 사천 명 내외씩 매년 증가합니다. 의료가 발전하기 때문에 ‘안 죽는다’는 거예요. 일본에는 오십 년 넘게 투석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장장애를 가지면 언제 쓰러질지 아무도 몰라요. 자신도 모르죠. 그러다가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면서, 눈앞이 순식간에 새카맣게 변합니다. 혈액이 뇌까지 올라가지 못하니까, 그대로 가라앉고 주저앉는 거예요. 그 징조가 느껴질 때는 ‘아, 이거 죽는구나’ 하는 실감이 정말 실제 현실로 확 다가와요. 무조건 누워야 합니다. 누워서 발을 평상이나 벽에 걸쳐서, 머리보다 높게 올려놓아야 합니다. 피가 다시 머리로 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조금만 늦어도 의식을 잃습니다. 추운 겨울날 길을 걷다가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혼자 쓰러졌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게 모든 신장장애인들의 오늘 이 시간의 생존인 겁니다.”
이번 취재기사를 진행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서울 시내 곳곳의 인공신장실을 파악해 봤다. 반나절을 검색한 결과가 14곳이었다. 위치와 동선을 살펴본 뒤, 실제 현장에 가서 몇몇 곳의 인공신장실 외부를 촬영했다. 분명 그 안에는 촬영하던 그 순간에도 십여 명 또는 그 이상의 신장장애 당사자들이 나란히 누워 투석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다음날 하루를 위해 격일의 일상을 변함없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영정 “우리나라는 균일한 규격으로 인공신장실이 개방돼 있죠. 병상 옆에 투석기, 그 옆에 다음 병상과 투석기, 이렇게 스무 명 넘는 당사자들이 같은 자세로 나란히 누워 투석을 받는데, 일본은 달랐어요. 한 명씩 들어가는 밀폐된 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우리는 야간투석이 밤 열한 시에 끝나잖아요. 일본은 올나잇(밤새도록)이에요. 저녁 여섯 시에 투석에 들어가서 아침까지 계속해요. 기계는 천천히 돌아가죠. 그렇게 투석을 하면서 그 상태로 주무시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회복한 뒤 출근을 하죠. 휴식(잠)과 함께하고 부작용도 훨씬 적으니까, 격리병원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게 돼요. 방역만 확실하게 하면, 언제든지 가까운 밀폐형 공간에서 격리투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거죠. 이런 사례처럼 신장장애를 바라보는 보건과 복지의 시각이 획기적으로 바뀌면 좋겠어요. ‘획기적’이라는 게 어마어마한 건 아니죠. 신장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눈높이로 모든 치료와 행정을 바꾼다는 거예요.”
김세룡 “신장장애인이 자기가 원해서 콩팥이 망가진 게 아니잖아요. 그냥 살다 보니까 깨지게 된 건데, 신장장애라는 중도장애를 갖게 되면 대부분의 가정이 무너지게 돼요. 경제적인 것보다 심정적인 게 훨씬 더 힘든 상태가 되죠.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니, 거의 다 저항정신이라는 건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돼요. 자기방어 형태로 실내에 박혀 있는 삶이 돼버리는 거죠. 이런 현실을 정말로 깨버려야 합니다. 중증장애유형 중에서 활동지원이 가장 필요한 장애가 신장장애입니다. 혼자 쓰러지면 끝이잖아요.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종합인정표 42점, 그건 누구를 위한 조사인지, 무엇을 하자는 표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이영정 “일반 의사들한테 ‘피수치가 9이면 어떻습니까?’ 물으면, 백이면 백 모두 ‘아이고, 큰일 납니다’라고 답을 해요. 그런데 신장장애인들은 12 정도의 힘을 갖게 하기는커녕 8 아니면 9에서 살게 투석을 시켜요. 완전 영양실조 상태인 거죠. 그걸 깨우쳐주는 책임자가 하나도 없어요. 대한민국에 십만의 신장장애인들이 있습니다. 그 숫자가 훨씬 더 많아져야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걸까요? 숫자로 규모를 헤아리는 건 복지가 아니죠. 복지는 약한 사람을 찾아내고 발굴해서 도와주고 살게 만드는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입니다.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보태주는 게 복지가 아니라, 먹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사회 안전망 속에 끼워 넣는 적극적인 행위와 실천이 뒤따라야 해요.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역으로 신장장애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이미 돼 있습니다. 죽음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연명해야 하는 국민들 앞에 국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저희는 그 대답을 진심으로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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