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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과 사회적 자본

재난과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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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대한 당사자의 경험
“이번 산불로 우리 식구들은 사회적 약자로서 보호받은 것보다 소중한 한 사람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¹⁾
 
(고성 아모르뜰 장애인 거주시설 거주자, 연합뉴스 발췌)
1) 연합뉴스(2020.05.16.) https://www.yna.co.kr/view/AKR202 00515105100062?input=1195m
 
위의 이야기는 2020년 고성 산불 발생 시 도움을 받은 장애인 거주시설 당사자의 이야기입니다. 2020년 5월 고성에서 산불이 났는데 인근에 장애인 생활시설이 있었죠. 장애인 생활시설의 거주자들은 신속하게 방문한 소방대원, 공무원, 민간협회(속초시 살수차 연합회), 국군 장병에 의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 6월 서귀포시의 한 건물에서 불이 나자 옆 건물에 거주하던 시민이 119에 신고 후 불이 난 건물에 들어가 거동이 불편한 20대의 남성을 업고 나왔습니다.
장애인은 자신이 가진 장애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대피할 수 없어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17년에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²⁾ 혼자 사는 이현호 씨는 지진 발생 후 여동생이 집에 방문하기까지 30분 동안 두 다리를 가슴에 붙인 채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아 진동이 멈추기만을 기다렸다고 합니다. 30여 분 동안 아무리 인터넷을 찾아봐도 건물이 왜 흔들리는지 알 수 없었고, 인근 복지관에도, 119에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지금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이현호 씨에게 재난 상황에서 어떤 도움이 가장 필요한지 물어보니 ‘사람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에게 지금은 방문해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자력으로 대피하거나 누군가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오기까지 가만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방법이고, 피치 못한 상황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서 재난 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인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었노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이러한 상황은 한 사람이 가진 신체적 기능의 제한으로 인해 당면한 문제이며, 그것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장애의 개인적 모델로의 환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 몇 년 전부터 재난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돕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 비마이너(2017.11.29.) https://www.beminor.com/news/ articleView.html?idxno=11622
 
재난에 대한 사회적 준비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2016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을 통해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안전 취약계층’으로 정의했습니다. 장애인 분야에서 재난에 대한 대책으로 2017년도에 ‘장애인 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여 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재난과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장애인 활동공간을 안전하게 조성하는 것, 안전 교육 및 훈련을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5년 동안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2019년도에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장애 유형을 고려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여 장애인 이용시설, 거주시설, 특수학교 등에서 재난 발생 전, 발생 시, 발생 후에 대한 행동 요령을 장애인 당사자와 조력자로 구분해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재난 상황에 관한 다양한 연구도 시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에게 미리 예견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앞서 제시한 사례, 그리고 많은 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즉각적인 도움을 받은 것은 장애인 당사자와 가까이 살고 있는 지역주민에 의해서였습니다. 천재지변에 의한 재난이든 사회적 재난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지금 즉시 나를 도와줄 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재난 상황에서 비장애인은 어떤 이유로 나와 가까이 살고 있는 장애인을 돕는 걸까요?
 
사회적 자본 구축
재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이유로는 인간관계와 같은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개인 혹은 집단에 이익을 주는 사회적 자본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의 개념은 1960년대 초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도입한 인적 자본과 Bourdieu(1967)가 문화적 자본의 개념을 사용하면서 시작되어, 1980년대 들어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다양한 연구에서 사회적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자본이 잘 확충된 나라일수록 국민 간 신뢰가 높고 이를 보장하는 법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어서 사회에서의 거래비용이 적고, 효율성과 생산성 그리고 국민소득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사회적 자본의 유형은 결속형과 연계형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결속형은 개인의 사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자본을 이야기합니다. 화재 현장에서 자력으로 대피가 불가능한 장애인의 집을 방문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돕는 것이 해당합니다. 장애인의 재난 상황과 관련하여 수행된 다수의 연구에서 비장애인의 경우 이웃, 친구 및 동료 등과 같은 사회 구성원과의 관계, 상호작용, 지역공동체에 대한 신뢰감이 높을 때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의지가 높아진다고 나타났습니다. 결속형 사회적 재난에 의하면 재난 발생 시 가까이 사는 비장애인으로부터 장애인이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회적 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죠. 연계형의 경우 공동의 대의명분을 바탕으로 사회적 계층이 집결하는 느슨한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공적인 의미로써의 사회적 자본으로 재난 상황에 처한 장애인을 민관이 협력하여 구조하고, 장애의 정도와 특성을 고려하여 의사소통 지원, 의료지원, 심리 정서를 지원하며, 안정적인 주거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각 주마다 장애인 정책이 각기 다르게 시행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2015년도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연구한 보고서에 의하면 재난영역에 있어서는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의 민간단체와 협력하여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장애 포괄 재난 예방 노력
미국³⁾에서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루이지애나주에서 많은 장애인에게 피해가 발생하여 포스트 카트리나법(2006)을 제정하여 재난 계획, 재난 구호 과정에서 장애인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재난 예방과 장애인을 위한 부처 간 조정 위원회, 연방기관, 주 정부, 지방정부, 자치정부의 상호활동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연방방재청 산하 재난관리 교육센터가 소방과 재난관리에 관련된 교육을 주관하고 있는데 연방, 주 그리고 지방정부에 종사하는 재난관리 전문가와 일반주민, 자원봉사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재난 예방에 대한 교육을 사회 각 층을 대상으로 하며, 일반 주민과 자원봉사 단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을 고려하여 재난에 대한 예방, 보호(대비), 대응 및 복구 계획을 수립하며, 지역의 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GIS맵핑을 통해 지역 내의 장애인의 특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현장 대응자에게 충분한 정보(커뮤니케이션 방법까지도 고려)를 제공하며, 복구 이후 재난 이전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주거계획까지 포함해서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3) 한국장애인개발원(2015). 장애 포괄적 재난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연구.
 
재난이 발생하면 장애인 당사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정보 전달 방법과 정보를 전달받는 당사자 입장을 고려하여 메시지 이용 수준, 메시지 접근성 등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의료분야에서는 해당 지역의 장애의 유형 등을 고려하여 건강서비스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대피소 내 또는 복구과정에서 개인의 지지자(가족, 동료, 이웃, 친구 등)를 잃은 장애인의 지원을 위하여 개인별 관리,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때 장애인의 동물이나 반려동물들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고려한 휠체어의 준비부터 대량 이송 수단과 소규모 이송 수단, 교통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합니다. 장애인 지원에 있어서 미국은 지방정부의 재난관리 책임을 기본원칙으로 연방정부가 이에 필요한 추가적인 지원을 하고, 재난관리 기관과 장애인 지원기관 및 장애인 그룹, 의료기관 그리고 미디어 사이에 상호 필요한 파트너십 체계를 강화, 공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미국에서는 재난 상황 발생 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다양한 방면에서 촘촘하게 계획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되고 있냐고 이야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장애인에게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역주민과 정부가 나서서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가 두텁게 쌓일 수 있도록 공적인 영역에서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장애인이 사회적 자본을 쌓기 위해서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긍정적인 경험이 중요합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과 함께 하는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이 주어지는지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만남의 장을 마련하여 함께하는 활동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작성자글. 원영미/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수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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