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철회하고, 지역사회 동료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 국내소식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철회하고, 지역사회 동료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성명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2025.10.20.)

본문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즉각 철회하고,
당사자 주도의 지역사회 동료지원 체계를 구축하라!
 
보건복지부는 10월 17일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였다. 예고된 개정안에는 동료지원쉼터를 주간형과 종일형으로 구분하는 안과 동료지원인 교육훈련기관에 정신의료기관을 포함하는 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이 개정안에 대하여 참기 어려운 분노를 표하며 즉각적인 개정안의 철회 및 수정을 요구한다.
 
보건복지부는 동료지원쉼터를 포함한 지역사회 동료지원 체계에 대하여 그동안 수 없이 의견을 전달한 당사자들과 당사자단체를 또 한번 투명인간으로 취급해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민 앞에 공약한 ‘정신장애 국가책임제’가 123대 국정과제에서 완전히 실종되었듯이, 이번에는 당사자들의 피와 눈물로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동료지원 조항들이 오히려 시행규칙에서 법 개정 취지를 부정당하고 역행하는 내용으로 규정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동료지원의 본질을 훼손하고 당사자 주도의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철저히 외면한 채 동료지원마저 정신의료시스템에 종속시키려는 보건복지부의 검은 속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법 개정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주간형’ 동료지원쉼터
 
2026년 1월 3일에 시행 예정인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15조의4(동료지원쉼터의 설치·운영)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체단채는 일시적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정신질환자등에 대하여 임시로 보호하면서 동료지원인 상담 등을 제공하는 동료지원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국내외적으로 통용되는 ‘정신건강상 위기’란 생활상의 사건이나 변화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정서적 고통이나 기능상의 변화가 생활에 위협을 초래하는 상황을 말한다. 정신질환 당사자가 일상에서의 단순한 스트레스 그 이상의 고통을 느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즉각적이거나 긴급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간에만 운영되는 동료지원쉼터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상 위기가 ‘주간’에만 발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가? 정신질환이 ‘주간’에만 위기 증상이 발현되도록 통제될 수 있는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주간형 쉼터의 정체성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규정하는 “일시적 정신적 건강 위기”나 “임시보호”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법 규정과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 주간형 동료지원쉼터를 시행규칙에 굳이 넣으려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의심된다. 바로 주간형 동료지원쉼터를 운영함으로써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끈질지게 요구해 온 동료지원센터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동료지원센터와 그 정체성이나 역할 및 기능에서 거의 차별성이 없는 주간형 동료지원쉼터의 존재는 이미 서미화 의원과 남인순 의원 등이 동료지원센터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발의한 법률안들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것이 분명하다.
 
◆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정신과 의사가 양성하는 동료지원인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 내용은 동료지원인 양성 교육훈련기관 지정 조항(제49조의2 제4항)에 동료지원 교육 및 양성 훈련기관으로 '국립 또는 공립의 정신의료기관'을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동료지원은 '치료'가 아닌 '회복 경험'에 기반한 비의료적(Non-Clinical) 방법이다. 이는 통제적이고 위계적인 의료기관의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권력관계에서 당사자와 당사자가 만나는 일이다. 정신과적 의료처치가 작동되는 구조와 환경에서 동료지원인을 교육하고 양성한다는 것은 거의 형용모순에 가까운 것이다.
 
의료인이 주인인 의료기관에서 어떻게 당사자 주도가 가능하겠는가? 이미 우리나라 정신건강 서비스의 대부분이 정신의료체계 안에서 굴러가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당사자가 주도해야 할 동료지원인 양성과정마저 정신의료 체계로 억지로 욱여넣고 있다. 비유컨대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장애인복지법 제56조에 따른 장애인동료상담가의 양성을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아닌 국립재활원이나 국립대병원 재활의학과에서 하겠다는 주장과 똑같다.
 
그동안 당사자단체는 수없이 당사자 기반의 회복을 위한 대안적 접근과 동료지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 내왔으며 보건복지부 또한 이를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으로 모자라 당사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보건복지부는 동료지원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척하고 싶은 것이며, 의료 권력의 바짓가랑이를 놓지 못하는 무사안일의 관행과 관성의 정책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보건복지부에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입법예고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즉시 철회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정안을 다시 마련하여 발표하라.
하나, 주간형 동료지원쉼터를 동료지원센터로 전환하고, 동료지원쉼터와 동료지원센터를 전국 광역시도에 설치·확대하며, 쉼터와 센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라.
하나, 동료지원인 교육훈련기관 지정 요건(제49조의2 제4항)에서 '국립 또는 공립의 정신의료기관'을 즉시 삭제하고, 당사자 주도의 동료지원인 양성교육체계를 구축하라.
하나.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당사자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고, 모든 관련 법령 개정 및 정책 과정에 당사자 및 관련 단체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라.
 
우리는 당사자의 진정한 회복과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때까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연대투쟁을 해나갈 것이다.
 
 
2025년 10월 20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상기 내용은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작성 및 배포한 성명서 원문입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