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부터 40년, 대를 이은 염전노예 장애인착취… 검찰은 1년 4개월간 '수사 방치’
장애인단체, 검찰수사심의위 소집으로 진상 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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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는 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법인 원곡,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이 다시 반복된 ‘염전노예’ 사건을 규탄하고, 검찰의 부실 수사 책임을 묻기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롭게 밝혀진 염전 내 노동착취 피해 장애인은 1988년 실종된 뒤 신안군 염전으로 유입되어 염전이 폐업된 2024년 10월까지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 피해 장애인 장 모 씨를 지원하고 있는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최정규 소장(변호사)에 따르면 “가해자 일가는 대를 이어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2014년에도 이 피해자의 노동력 착취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의 학대 현장 탈출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소장은 “2023년 신안군 일제 단속을 통해 피해자가 발견되었음에도, 가해자는 단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만 기소되었고 300만원 벌금 및 집행유예 1년 처벌에 그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검찰은 2024년 4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하고, 6월 송치받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4개월 동안 보완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더 이상 검찰을 신뢰할 수 없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촉구한다”고 기자회견의 취지를 강조했다.
법무법인 DLG 공익인권센터 김강원 부센터장은 “저도 2014년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장애인권침해예방센터 팀장으로 신안 사건 현장 조사와 피해지원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들을 분리한 뒤 노숙인시설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설은 가해자가 접근을 차단하지 못해 피해자가 다시 염전으로 끌려간 사례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 부센터장은 “현재는 피해자 쉼터 등이 마련되었지만, 당시에는 전문기관도 없었고 공식적인 기관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그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학대 피해를 경험한 장애인)의 분리조치 근거를 보다 강화하고 구체화한 조항이 포함된 장애인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 중인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건희 사무국장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건희 사무국장은 “2014년 활동가와 변호사들이 신안에 들어가 많은 장애인을 구출했고,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고 피해장애인 지원체계·장애인학대 대응 매뉴얼 등이 만들어졌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피해자는 지난 40여년간 실종 상태였고 염전에서 하루종일 일하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과 지역사회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를 즉각 분리하지 못했고, 검찰은 4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가해자에게 근로기준법 위반만을 적용해 300만 원 구형·집행유예 선고라는 기존 전과자에게 더 낮은 처벌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신안군이 ‘강제노동도 인권침해도 없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거짓”이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고 “피해자는 아직도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며 “국가가 이들의 고통을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도 다시 발생된 염전 내 노동착취 피해장애인의 국가배상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의 박민서 변호사는 “2014년 이후 광주지방·목포지청 등에서 여러 근절 노력을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사건 이후 염전을 탈출한 노동자가 진정했음에도 당시 근로감독관은 장애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근로감독관은 근무 경력 1년 이상임에도 염전 재발 방지 노력을 전혀 알지 못했고, 목포지청의 감독체계는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감독 부실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원곡 임한결 변호사는 검찰 수사의 지연과 축소 범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것은 2024년 5월 12일이며, 지금까지 근로기준법 위반 외에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반려했고, 재송치 이후에도 피해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 등이 2025년 3월 18일에야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기자회견 당일 아침이 돼서야 피해자 조사를 다시 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한 “2차 사건 때는 염전주 일가가 준사기죄 등 모든 적용 가능한 죄명으로 기소되었지만, 이번에는 최초 인지된 피의자 한 명에 대해서만 조사 중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가 염전을 폐쇄하고 피해자를 요양병원에 방치한 정황이 있음에도 검찰은 피해자 보호조치 하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제 검찰이 가진 보완수사권·보안수사권이라도 제대로 행사해달라”며 “대검찰청이 직접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남은 여죄 전부를 수사하고 가해자 일가를 모두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 가족은 “저는 수십 년간 염전에서 강제노역과 감금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던 신안 염전노예 피해자의 가족”이라며 “오빠는 1988년 올림픽 때 성남에서 실종됐고,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오랜 세월 연락이 없어 사망한 줄로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 7월 광주가정법원으로부터 오빠가 살아계시고 광주 요양병원에 있다는 통보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가족은 “오빠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부자가 대를 이어 운영하는 신안 염전에서 약 40년간 강제노역과 임금착취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오빠가 그리운 가족을 만나 남은 생을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족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이를 방관한 관련기관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며 “누구나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되지 않거나 검찰의 대응이 미흡할 경우, 시민사회와 함께 보다 강도 높은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와 수사기관이 세 차례나 같은 잘못을 되풀이한 구조적 인권침해”라고 지적하며 제도 개선과 피해자 보호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은 내일(2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추가 피해 장애인 4명에 대한 즉각적인 분리 및 긴급구제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이어갈 예정이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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