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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당사자 단체 “의료 중심 정신건강정책, 이제는 권리기반으로 전환해야”

TCI-Global·국내당사자단체 공동성명'동료지원 기반, 지역사회 중심 정책 대전환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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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정신장애인단체 TCI-Global 공동성명 기자회견 모습 ⓒ김예지 의원실
 
“우리는 더 이상 보호나 치료의 이름으로 분리되고 통제되는 존재가 아니다.”
 
국제·국내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이 의료 중심의 정신건강정책을 사람 중심·권리 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 심리사회적장애인 인권단체 TCI-Global(Transforming Communities for Inclusion)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한국동료지원인협회, 한국장애포럼(KDF),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무법인 디엘지, 그리고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와 국회에 정책 대전환을 촉구했다.
 
먼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이번 공동성명은 당사자들이 직접 작성한 요구서이자,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국제사회의 약속”이라며 “약물·의료 중심의 강압적 시스템을 넘어, 사람중심·권리기반·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 역시 심리사회적 장애인을 위한 오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서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발언한 법무법인 디엘지 염형국 공익인권센터장은 실제 사례를 통해 강제입원·강박 제도의 인권침해 실태를 지적했다.
 
그는 “2013년 11월, 갱년기 우울증이 있던 한 중년 여성이 자녀 두 명의 동의만으로 강제로 입원되었다. 이 여성은 단지 치료가 필요했을 뿐인데, 보호의 이름으로 입원된 이후 가족과 갈라졌고, 철천지원수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2016년 9월, 헌법재판소는 보호의무자 입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면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입원의 필요성과 기준이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고, 부모와 자식 간 이해충돌을 예방할 장치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염 센터장은 최근 사례도 소개했다. “2024년 5월 27일, 경기도 부천의 병원에서 어린 여성이 입원 17일 만에 침대에 손발이 묶인 채 사망했다. 입원 당시 다이어트 약 중독으로 배변 조절이 되지 않았음에도 병원은 조치하지 않고 무작정 격리·강박했다. 야간엔 의료인은 없었고 간호조무사 1인이 판단해 격리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강제수용과 격리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보호의무자 입원제도는 폐지되어야 하고, 행정입원으로 일원화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쉼터와 재활시설이 확충되어야 하며, 동료지원인 양성과 당사자 자조조직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은조로게 사무엘 대표 ⓒ김예지 의원실
 
이어 케냐 출신의 TCI-Global 이사이자 Championing for Inclusive Communities in Kenya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은조로게 사무엘(Njoroge Samuel) 대표는 “오늘 우리는 한국의 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 운동과 함께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비전, 즉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 제19조의 정신에 따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과 사회적 포함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을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또 사무엘 대표는 “오랫동안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아 왔으며, 그 결과로 필요한 지원 서비스와 기회로부터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태도적·구조적·제도적 장벽을 해소한다면, 심리사회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적절한 지원과 합리적 편의제공을 통해 충만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 TCI는 회원들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발리 선언(Bali Declaration)’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배제적인 정책 및 법제도, 그리고 사회적 배제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지적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한국의 심리사회적 장애인 운동과 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상임대표가 낭독을 통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독특한 현실세계 및 정신적 상태를 경험하는 당사자로 구성된 심리사회적 장애인단체로서 2018년 8월 2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TCI-아시아·태평양 발리 선언문과 입장을 같이하며, 국제 인권협약의 이행을 촉구하고 국내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즉각적인 권리 보장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신 상임대표는 “우리는 1995년 정신보건법부터 현재까지 심리사회적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조직적·광범위한 권리침해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음을 밝힌다. 이러한 행위는 학교, 시설, 정신병원, 지역사회 등 전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선언했다.
 
또 그는 “의료적 모델에 기반한 전통적 대응이 실패하였음을 밝힌다. 이러한 대응은 당사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박탈하며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키고 강제적 방식을 정당화해왔다. 그 결과 최근 발생한 심각하고 체계적인 정신병원의 인권침해뿐 아니라 높은 자살률과 재입원률, 소득·편견·차별 등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자율성과 존엄을 조직적으로 무너뜨리고 지역사회 삶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대표는 이어서 “우리 대부분의 정책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특히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제 인권 규약을 국내법이 위반하고 있고, 권위 있는 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며 의료적 모델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보호나 치료의 이름으로 분리되고 통제되는 존재가 아니며,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인간이다. 사람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정책과 국가책임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는 정부와 국회에 다음과 같은 권리를 즉각적으로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자유와 평등권을 보장하라,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 삶을 보장하라, ▲지원과 연대의 권리를 보장하라, ▲회복과 배상의 권리를 보장하라, ▲교차성와 다양성을 존중하라, ▲감시와 참여의 권리를 보장하라
 
한편, TCI-Global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기반해 심리사회적 장애인의 인권과 지역사회 포용을 촉진하는 국제 NGO로,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 단체에서 세 명의 활동가들을 초청하여 11월 4부터 6일까지 서울에서 ‘심리사회적 장애 당사자 역량강화를 위한 Country Mission 워크숍’을 진행했다.
 
각국의 인권 실천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의 정책 현황을 검토한 워크숍을 마친 후 연장선상에서, 6일 오후에는 ‘당사자 의견 경청을 위한 정신건강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이룸센터 2층 교육실 2에서 진행되었다.
 
본 워크숍과 간담회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TCI-Global, 한국장애포럼이 주최하고 법무법인 디엘지가 후원한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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