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없이 지난 1년' w진병원 격리·강박 사망사건 1주기 추모제에서 애도의 물결
유가족, '슬프지만, 책임을 물을 때까지 싸울 것'
본문
△ 추모제에서 신석철 소장이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7일,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 30대 여성이 입원 17일 만에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1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가 주관,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악동료지원쉼터를 비롯한 총 15개 연대단체가 공동주최하여 열렸으며, 이에 뜻을 모았다.
고인이 입원했던 부천 W진병원은 여전히 법적 처벌 없이 운영되고 있다. 병원장인 양재웅 의사도 의료행위와 방송 출연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도 하지 않았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병원의 조치로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수 있냐”며 원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추모제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서미화 의원, 김윤 의원, 전진숙 의원이 부조기와 추모 발언을,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부조기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추모 발언에서 김윤 의원(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대표 대독)은 “환자를 병원에 가두고, 외면하는 현재 사회에서 국가는 책임하고 있다”며 “환자가 회복된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표현했다. 또한 전진숙 의원(위은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대독)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제도 개선과 법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겠다”며 연대 의지를 표했다. 서미화 의원(강경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대독) 역시 “격리‧강박의 법적 기준과 책임 규정을 명확히 하고자 법률을 개정하려 한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까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지지를 이었다.
이후 추모제 참석한 이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센터장이 헌화하고 있다.
추모제에서 유가족은 연대단체와 참석한 이들에게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한 분 한 분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입을 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딸을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유족은, 여전히 딸에게 말을 걸듯 마음속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아픔을 전했다. 그러나 “슬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때까지 사력을 다할 것이고, 죽음이 헛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죽음을 기억해 주시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주시라”며 부탁했다.
△ 발언하는 고인의 어머니
이어서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들은 애도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채찬영 (사)정신장애인가족협회 서울지부 사무국장은 “힘들게 싸워오셨을 유가족에 그 슬픔이 가늠조차 어렵다”며 “가족단체가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을 겪는 이가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지역사회에 없다. 오랫동안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바뀌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대하며 싸워나가자”고 강조했다.
△ 발언하는 채찬영 사무국장(왼쪽), 김효진 센터장(오른쪽)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센터장은 “이 사건은, 개인의 잘못이나, 우연한 발생의 뜻을 담고 있는 ‘사고’가 아니라, ‘인권 침해 사건’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면 그런 식의 격리‧강박 시행은 불가능하다. 병원의 종사자들이 편하도록 시행하는 이 격리‧강박은 그들의 인권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면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고 기억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발언하는 이정하 대표(왼쪽), 김치훈 소장(오른쪽)
김치훈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과 이정하 (사)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도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김치훈 소장은 “정신병원 내 격리‧강박이 계속된다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존엄이 감금되고, 인권의 사각지대가 되고, 치료라는 이름으로 당사자의 고통이 묵인되는 현실을 바꿔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정하 대표는 “정신장애인 단체와 당사자, 유족들이 ‘제대로 된 정신건강 시스템을 만들자’고 요구하니 정신병원을 비롯한 병원협회는 조직적으로 저항하고 항의하고 있다”며 지탄했다. 이에 “사람 중심‧권리 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이 하루빨리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한편, 지난 3월, 기존 부천원미경찰서에서 경기남부경찰청(형사기동대)으로 사건이 이첩된 후, 계속해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신석철 소장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1년이 지났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것에 큰 유감을 표한다.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된 이후 w진병원 압수수색 시행 등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와 양재웅 원장에 책임을 물을 때까지 함께 싸울 것”이라 말했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