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은 곧 국가의 존재 의의와 연결”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토론회
국가책임제와 공공 정신의료의 필요성 토론회, 8월 7일 의원회관에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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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토론회 전경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당시 대선 경선후보 자격으로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돌봄 국가책임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돌봄과 의료를 국가의 책임 아래 공공 영역으로 두고, 이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이하 한정연)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의 토론회가 열렸으며,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8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국가책임제와 공공 정신의료 필요성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토론회는 제도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발제자로 참석한 이화영 순천향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7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정신장애 당사자와 가족 등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 관련 의견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 정신건강 국가책책임제 관련 의견조사. 답변자의 유형은 유관기관 종사자, 가족, 당사자, 활동가순으로 집계되었다.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입원 결정 권한을 개인이 아닌 공공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다수가 찬성했다. 제도 변화에 따라 전문 인력 확충과 인권 보호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기되었다. 보호의무자 동의에 의한 입원 절차를 폐지하고 자의·응급·행정입원으로 단순화하는 제도 개편안에 대해 응답자의 48.4%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의견은 20.9%로, 찬성 여론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보호의무자 없는 입원제 운영에 필요한 조건으로는 ▲예산 및 전문 인력 확보(35.2%) ▲정신응급 대응 인력 확충(21.8%) ▲24시간 외래 및 위기 대응팀 운영(16.2%) 등이 주로 언급되었다. 이는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의 인프라와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입원 결정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7.5%가 ‘정신건강심판원’과 같은 독립적인 전문기구의 판단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법원이 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사법입원’ 방식은 13.6%에 그쳤으며, 26.2%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응답했다.
자유 서술식 응답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많은 응답자들이 “법원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사법입원 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사법입원 도입 시 ▲판사의 정신질환 이해 부족(79.6%) ▲절차적 낙인 우려(35.6%) ▲입·퇴원 지원 어려움(47.2%)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 발언하고 있는 이화영 순천향의대 교수
한편, 지역사회 내 치료 지원이나 주거 서비스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 중심 구조가 폐지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치료 중단과 증상 악화(43.1%)’가 꼽혔다. 이어 ▲가족 부담 증가(27.6%) ▲입·퇴원 반복(15.3%) 등도 주요 우려 사항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들이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신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으로는 주거, 일자리, 의료비 부담 완화, 인식 개선 등이 꼽혔다.
이 교수는 발제를 마무리하며 향후 과제로 ▲비자의입원 요건 개정 ▲보호의무자 제도 폐지 ▲정신건강심판원 또는 사법입원 방식의 도입 ▲비자의입원에 대한 공적 판단 체계 마련 ▲이송 과정을 경찰 의무로 규정하고 진찰 의무화 ▲외래치료지원제도 실현 ▲지역 재활시설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후 토론 시간에는 다양한 입장이 공유되었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정신장애 당사자 입장에서 국가책임제와 공공정신의료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된 후 나는 물건 취급을 받았다. 그런 현실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신장애를 사회적 단절에서 비롯된 문제로 바라보며, 전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공공의료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장애는 지역사회 회복이 궁극적 목표라는 점과 대다수의 당사자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을 설명하며 공공 정신의료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공 인프라를 만든다는 것은 곧 국가의 존재 의의와 연결되는 문제다. 민간 체계는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격리·강박이 쉽게 발생하지만, 공공 체계로 전환하면 이러한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허생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부회장은 부모로서의 입장을 전했다. “부모들의 가장 큰 소망은 자녀보다 하루라도 늦게 세상을 떠나는 것입니다. 자녀를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라며 가족의 불안을 전했다. 그는 “당사자 중 상당수가 수급자이기 때문에 진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있다”며, 국가책임제가 이러한 현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발언하는 이정하 대표, 이용표 교수, 허생렬 부회장
전준희 화성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도 국가 책임성 강화에 공감했다. 그는 “정신장애인 동료지원센터를 전국에 설치하고 지원을 강화해, 당사자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단순히 의료 관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회복을 고려할 때 이러한 체계 마련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전 센터장은 현재 사설에 의존하고 있는 이송 체계를 공공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설 이송의 문제점으로 인권 침해 가능성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 어려움을 지적하며, 이를 공공화해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의료기관의 장기입원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원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퇴원 적정성 평가’ 시스템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강화해 당사자가 적절한 시기에 퇴원할 수 있도록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자체가 지역 내 정신장애인의 입원 현황 데이터를 구축하고 관련 의제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는 고립에 대한 취약성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돌봄 시행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표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자립생활 지원과 권익옹호 체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낮활동 바우처, 지원주택, 위기쉼터의 확충이 시급하며, 동료지원단체를 바우처 제공 주체로 포함시켜 제도 활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사전정신의료 및 돌봄의향서, 절차보조제도, 공공후견제도 등 입법 기반이 마련된 권익옹호 제도의 실제 이행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사회 기반 돌봄에 소극적인 이유로 재정 부담 문제를 들며, 입원 의료급여는 지방정부가, 낮활동 바우처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의 재정 개편을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김일열 정신건강정책과 과장은 “급성기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전문 치료 병원을 지정하고 병상을 확충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호의무자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며, “지역 인프라 부족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낮활동 바우처 도입에 대해서는 “오늘 제안된 사항으로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통합돌봄과 관련해서는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은 시범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신장애계의 지속적인 요구 중 하나인 동료지원쉼터 확대와 관련해서는 “예산 확대를 위해 실효성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므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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