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홈리스, "당사자가 기지 발휘하는 게 아니라면 퇴원은 불가능한 수준" > 국내소식


정신병원 강제입원 홈리스, "당사자가 기지 발휘하는 게 아니라면 퇴원은 불가능한 수준"

지난 해 발생한 두 차례 홈리스 강제입원, 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진행

본문

 
지난 9월 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19개 단체가 서울역 홈리스1)를 대상으로 강제로 행정입원을 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자·타해 위험이 없고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경찰의 개입에 의해 충복 소재의 정신병원에 행정입원이 되었다. 이 둘은 수차례 병원에 자의입원 의사와 퇴원 의사를 전했음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A씨는 퇴원하는 다른 환자에게 ‘퇴원하면 시민단체에 이 서류 전달을 부탁한다’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가까스로 사회에 전했고 이에 끝내 퇴원할 수 있었다. A씨는 입원 당시 인신구제청구서 제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퇴원을 도모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대해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 피해자가 기지를 발휘해 인편으로 외부에 인신구제청구서 제출에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 발언하는 박영아 변호사
 
박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감독기관은 여전히 서류만을 근거로 한 형식적 심사를 하니 이러한 구금과 다를 바 없는 입원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피해자의 권리 구제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제입원에 따른 장기간의 구금으로 인한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이러한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 행정입원, 지방자치단체, 피해자를 입원시킨 의료재단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한편, B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B씨는 행정입원 절차를 통해 강제로 입원했으며, 당시 행정입원의 경우 퇴원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병원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자 병원은 이 언쟁을 이유로 B씨를 일주일간 독방에 두어 격리하기도 했다.

 

B씨에 따르면, 입원 과정에서 권리 고지나 조사원 대면 신청서 등 절차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입원 3개월 무렵에는 병원이 서류 내용을 가린 채 서명만 요구했는데, B씨는 입원연장 서류임을 짐작하면서도 독방에 가두어질 두려움 때문에 거부하지 않고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퇴원 절차, 권리 고지 등 법에 규정된 절차는 병원에서 전부 무시되었다.”며 “시, 구청, 복지부, 병원 등 정신병원 행정입원을 둘러싼 주체들이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이어서 조 변호사는 “병원 내 휴대전화 사용은 입원과 동시에 전면 금지되었고, 당사자의 퇴원요청과 인권위 진정서, 인신구제청구서 또한 병원에 의해 모두 묵살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리스는 보호의무자가 없다는 취약성 때문에 입원 사실에 대해 알기 어려워 더욱 취약하다. (…) 병원은 그 취약성을 이용한 차별행위를 저지른 것과 다름 없다”며 홈리스가 가지는 취약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편 B씨는 단식 투쟁을 하여 입원 14개월 만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박원경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정신장애 당사자로서 해당 사건을 바라봤다. 박 활동가는 “당사자가 자의입원을 원했으나 병원의 강요로 행정입원이 된 것은 단순히 행정상 오류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당사자의 의견과 권리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노려 정신병원 병상이 채워지고 있다. 이제는 강제적인 수용이 아닌 안정적인 주거 지원, 의료 및 복지 서비스,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힘써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발언하는 (왼쪽부터)박원경 활동가, 주장욱 활동가, 이돈현 활동가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10년 전 인권위 권고에서도 ‘각 정신병원은 노숙인을 유인하여 입원시키는 행위, 환자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행위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오늘도 집이 없어서, 관계나 연고가 없어서 여전히 홈리스는 쉽게 강제입원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활동가는 “더욱 심각한 것은 그사이 공권력과 병원이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여기에 지자체의 무관심만 조금만 더해지면 무기한 입원도 가능한 현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역 광장의 이용 통제를 가능케 한 조례 제정을 지적하며, “홈리스를 향한 표적이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홈리스행동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홈리스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1년간 공공장소에서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당한 홈리스는 51%로, 이들 중 94.3%가 법률상 절차를 어긴 검문이었다.
 
이어서 이돈현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활동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국가의 대우를 보며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의심했다.”고 강하게 개탄했다. 이 활동가도 “이 사건은 당사자의 기지 발현이 실패했으면 영영 병원에서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특히나 병원이 입원한 당사자의 마지막 보루인 인신구제청구서마저 제출을 막았다는 것에 격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위법한 행정입원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을 것을 사회에 강력히 촉구하고자 한다“며 당사자의 의사와 권리, 국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이에 김 소장은 ”더이상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무참히 유린되는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홈리스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 종료 후 인권위 진정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절차가 진행되었다.
 
--------------------------------------------------
1)홈리스란 거처가 부재한 상태로 살아가는 이를 말하며, 거리, 쪽방, 비닐하우스 등의 장소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