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시설 지적장애인 기도폐쇄 사망사건, 2심서도 시설 책임 인정 > 국내소식


거주시설 지적장애인 기도폐쇄 사망사건, 2심서도 시설 책임 인정

시설·보험사 측 항소심 기각⋯선고 직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기자회견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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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점심식사 중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오늘(17일) 2심 선고가 내려졌다.
 
해당 사건의 1심은 시설의 책임을 인정하며 고인의 노동 능력을 40%로 상정해 일실수입 5,400만 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도록 판결이 내려진 한편, 이번 2심에서도 재판부는 시설 측의 예방 조치 미흡과 부주의를 인정해 시설과 보험사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선고가 내려지자 유족은 승소 사실을 확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음식물로 기도가 막히자 고인이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시설 종사자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고인이 쓰러진 후에야 하임리히법을 실시했으나, 산소 공급이 차단된 고인에게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사용 등 적절한 응급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쓰러진 고인은 바닥에 방치된 채 있었다. 이후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이미 1시간 이상이 지난 후였으며, 끝내 사망했다. 고인은 평소 시설에서 강제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으로 삼킴곤란, 졸림, 근력저하 등을 겪고 있었고, 시설 내부 기록지에도 식사 지원 필요성이 명시되어 있었으나 관련 지원은 전무했다.
 
한편, 2심 선고 직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기자회견이 개최되었다.
 
기자회견에서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시설이 장애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 책임의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점과 장애인의 노동 능력 정도를 여전히 한없이 제한적인 수준으로 상정한 것은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 발언하는 조인영 변호사
 
조 변호사는 시설의 약물 사용에 대해서 “치료나 회복을 위한 처방이 아닌, 통제와 관리의 편의를 위해 약물이 사용되었다”며 “해당 시설은 장애인들이 개별적으로 진료받는 것이 아닌 여러 명을 무더기로 정신병원에 데려가 처방받도록 지시했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을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죽음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여동생은 “행동을 통제하겠다고 약을 복용시켰으면 시설은 더욱 면밀하고 세심한 케어가 필요했을 텐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심폐소생술은 물론 바닥에 그냥 방치해 둔 것을 보며 적절한 조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갑자기 가족을 잃은 슬픔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힘든데, 법원에 올 때마다 다시 그 당시가 떠올라 너무 괴롭다. 오빠가 너무 보고 싶고, 이렇게까지 끌고 온 시설과 보험사에게 화가 난다.”고 전했다.
 
△ 발언하는 조아라 활동가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유족의 힘듦에 공감했다. 조 활동가는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는 시설 수용을 피해로 규정하고, 배·보상 과정을 소송 없이 신속하게 진행할 것을 규정한다. 이는 소송 과정 자체가 트라우마를 일으키고,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설들이 여전히 개별적으로 지원할 수 없어 약물로 통제하며, 구조를 감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응급 상황을 해결할 만큼의 역량이 되지 않는다. 시설에서의 사고는 예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이 사건은 단지 개인의 과실, 개별 시설의 과실로 이 일이 발생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설에 가둬진 장애인들에게 가해졌던 야만들은 매우 심각하고 오래된 구조적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대독. 김영연 함께걸음미디어센터 센터장)은 “장애인 개별의 특성을 더욱 면밀하게 고려해야 했던 시설이 오히려 장애인을 방관한 사건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서 “재판부가 장애인의 노동능력을 인정한 것은 작은 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애초 보험사와 시설의 항소로 인해 또 다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유족을 생각하면 비참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발언하고 있는 김영연 센터장
 
그러면서 “장애인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망이 재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같은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장애인의 생명과 존엄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아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팀장은 “법원이 시설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환영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거주시설의 안전 관리, 미흡한 응급대응, 장애를 이유로 한 한정적인 일실수입 인정 등 남아있는 사회적 과제들이 많다.”며 “연대 단체들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남은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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