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인질극, 왜 병원복을 입혔나요?’ 천만 영화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 국내소식


‘슈퍼마켓 인질극, 왜 병원복을 입혔나요?’ 천만 영화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 확산 우려….

본문

 
 
 
▲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현장 사진 1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등 단체들은 오늘(7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영화 <범죄도시 2> 제작사에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특정 장면의 삭제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5월 18일 극장 개봉한 <범죄도시 2>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역)와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베트남 일대를 장악한 최강 악당 강해상(손석구 역)을 잡기 위해 펼치는 통쾌한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영화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초 1,000만, 역대 극장 관객 수 14위를 목전에 앞두고 있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범죄도시 2>의 흥행 이면에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서려 있다.
 
연구소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천만 흥행 영화 <범죄도시 2>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를 폭력적이고 위험한 캐릭터로 묘사하여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 영화 ‘범죄도시 2’ 속 문제의 장면.
 
 
문제가 되는 장면은 영화 초반부, 동네 슈퍼마켓에서 병원복을 입은 사람이 인질들을 가두고 칼을 휘두르며 경찰과 대치하다 주인공 마석도가 그를 제압하면서 상황을 마무리하는 장면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또라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다‘ 라는 대사가 연이어 쏟아진다. 주인공 마석도가 병원복을 입은 그를 엎어 치기 하는 등 제압하는 과정도 상당히 폭력적이다.
 
지난 6월 14일, 연구소를 포함한 여러 장애인단체는 이를 규탄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공동발의 했다. 마인드포스트 언론 미디어 감시 온부즈만센터는 <범죄도시 2> 제작자 비에이엔터테이먼트에 해당 성명서를 제출하며 △ 영화 상영 중지 △ 제작진의 공개적인 사과 △ 제작진과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 면담을 요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범죄도시 2> 제작사 측은 ‘그러한 의도가 아니었다‘며 ‘이해를 부탁한다’라는 말만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20년(제64호) 경찰통계 연보.
 
 
실제로 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자주 저지를까?
경찰청이 발간한 2020 경찰통계 연보에 따르면, 전체 범죄자 149만 4,421명 중 정신장애인은 9,019명으로 전체 대비 0.6%를 차지한다.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 강력범죄의 경우 전체의 2.2%를 차지하며 매년 2%대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전체 범죄율 대비 미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정신장애인들이 강력범죄를 자주 일으킨다.’,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격월간지 ‘인권(통권 133호)’의 한 설문에서 응답자 64.5%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다’라고 응답했다. 이들 중 60.1%는 TV 매체를 통해 정신질환 관련 정보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도시 2>의 흥행에 장애인단체가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곳에 있다. 사회적 편견에 동참하는 영화계의 사소한 연출이 정신장애 당사자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낙인과 멸시, 사회적 배제와 같은 심각한 삶의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현장 사진 2_정신장애 활동가 진정취지 발언 모습
 
 
 
정신장애 당사자 강00 “내가 정신장애인인데,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또 한 번 범죄자로 낙인찍혔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내 돈 내고 내가 보는데 ’왜 내가 억울할까? ‘이런 생각도 나기도 합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의 사회 인식들이 정신장애인들을 무서운 존재 또는 공포감의 대상으로 여기다 보니 정말 억울해 죽겠습니다.”
 
 
정신장애 당사자 김00 “흥행하고 있는 영화에서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재미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느꼈어요. 조현병이나 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시선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이러한 관점이 녹아든 영화는 관람객에게 자연스레 그러한 가치관을 인지하게끔 하지 않을까 두려워요.”
 
 
정신장애 당사자 한00 “큰 행복을 위해 작은 불행은 감수해야 한다거나 큰 웃음을 위해 작은 피해자는 괜찮다는 방식의 쉽게 쉽게 넘어가는 작품은 졸작이다. 건강정신의학과를 매달 두 번씩 가고 약을 매일 두 번씩 먹으며 관리하고 관리받는 나에게 매우 기분 나쁘고 불쾌한 영화이며 사람의 이미지를 생명을 죽이는 나쁜 쪽으로 몰고 가는, 불안하게 만드는 졸작, 나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옴부즈만센터_범죄도시 2에 대한 당사자·가족 의견 발췌)
 
 
 
 
▲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현장 사진 3_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유인선 간사 발언 모습
 
 
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유인선 간사는 “범죄도시를 관람한 관객 중 한 명으로서 성명서에 대한 제작사의 안일한 대처가 안타깝다”라며 발언문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난해 영화 <F20>이 조현병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신장애 당사자와 관련 기관의 노력으로 지상파 송출이 보류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범죄도시 2>가 개봉하여, 영화의 전개에 큰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첫 등장을 멋있게 연출하기 위해 정신장애 당사자를 폭력적으로 때려잡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점을 문제 삼았다.
 
연구소 및 참여 단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적했다. 첫 번째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다. 정신장애인이 ‘칼부림’과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은 정신장애인을 폭력적이고 위험한 범죄자라 표현하는 한편 ’미친놈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라는 대사는 정신장애인은 예측할 수 없고 과격하며 난폭한 인물로 인식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정신병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영화 속 대사에서 ‘정신병원을 탈출했다’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 ‘탈출’은 어떤 상황이나 구속 따위가 빠져나온다는 의미로, 통상적으로 범죄자가 도망치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달아나는 경우 사용하는 단어이다.
 
주최 측은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이며, 탈출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내과나 외과 등 병원에서 의사의 허락 없이 나왔다고 해서 ‘탈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정신장애인은 병원에 가둬놔야 한다’라는 표현은 영화가 지닌 인권 의식을 보여주는 지점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 <범죄도시 2> 규탄 기자회견 현장 사진 4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 3항에서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제8조 2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살상, 폭행, 협박, 학대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폭력성·잔혹성·혐오성 등이 심각한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연구소 및 참여 단체들은 "흥행 영화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음에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며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범죄도시 2> 제작사에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당 장면의 삭제, 앞으로의 대응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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