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를 넘어 경제 전략으로" APEC, 보조기술 통한 포용 성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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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호주 정부 주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위원회 워크숍이 개최됐다. ‘APEC 구조개혁과 장애: 보조기술 접근성 확대를 통한 경제 참여 증진’에 관해 논의된 이번 워크숍은 장애인의 경제적 포용을 APEC 구조개혁의 핵심의제로 다룬 첫 공식 논의의 장이었다. 이번 위크숍은 각국의 대표들이 참석, 보조기술의 필요성, 접근의 장벽, 경제적 가치, 투자 확대 등 네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발표가 이루어졌다.
보조기술, 포용 사회를 위한 출발점
삶을 바꾸는 도구이자 경제참여의 기반
첫 번째 세션에서는 보조기술이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핵심 수단이자 경제 참여의 기반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보조기술의 발전이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하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에서도 보조기술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지원 강화를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장(왼쪽), 뉴질랜드 장애인부 라푼젤 드 레온(Rapunzel De Leon) 수석 정책연구원(오른쪽)
뉴질랜드 장애인부의 라푼젤 드 레온(Rapunzel De Leon) 수석정책연구원은 최근 설치된 ‘장애인부(Whaikaha)’의 신설 배경과 함께 보조기술에 대한 ‘사회 투자적 접근’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언어 보조기기를 통해 마오리 언어의 합성 음성기술을 개발하여 마오리족 내 장애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뉴질랜드 정부는 장애인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연간 110억 뉴질랜드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보조기술이 장애인을 사회의 부담이 아닌 세금을 내고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만드는 핵심적인 수단임을 강조했다.
보조기술 접근에서 경험하는 각국의 장벽
재정적 제약부터 이중차별 문제까지
두 번째 세션에서는 보조기술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직면한 공통적 장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 AT Scale 대표 파스칼 베이레펠트(Pascal Bijleveld)(왼쪽), 필리핀 국립장애인위원회 국장 댄디 빅타(Dandy Victa)(오른쪽)
인도네시아 국가위원회 단테 리그말리아(Dante Rigmalia) 위원장은 자국에서 보조기기 접근성을 가로막는 주요 장벽으로 재정적 제약, 인프라 부족, 지역 불균등, 고가 제품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호주 퍼스트피플 장애인네트워크(First Peoples Disability Network) 데미안 그리피스(Damian Griffis) 대표는 장애 원주민들이 ‘장애’와 ‘원주민’이라는 이중차별 속에서 보조기기를 접하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통신사의 원격지 인터넷 지원 사례를 언급하며 민간 부문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제안했다.
캐나다 재활 및 노동 위원회(Canadian Council on Rehabilitation and Work) 모린 한(Maureen Haan) 회장은 캐나다의 보조기기 지원체계가 부처별로 분산돼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 통일 기준이 부재하여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고, 고용주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을 통한 보조기술 접근성 확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
세 번째 세션은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혁신적인 방법론을 통해 보조기술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기조연설을 맡은 AT Scale 파스칼 베이레펠트(Pascal Bijleveld)대표는 APEC 회원국들이 전 세계 보조기기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공동 조달·기술 이전·현지 생산 확대와 같은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보조기술을 백신이나 의약품처럼 필수 인프라로 간주해야 하며, 사회적 낙인 해소와 재난 대응 체계에 장애인 포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필리핀 국립장애인위원회 댄디 빅타(Dandy Victa)국장은 새로 제정된 ‘공공-민간 파트너십법(RA 12009)’을 소개했다. 과거 최저가 낙찰만 가능했던 조달 제도가 바뀌어, 당사자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조달과 ICT 신제품의 직접 도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투자와 민간협력의 필요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공-민간 협력 강화
마지막 세션에서는 보조기술의 투자 장벽과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민간산업 투자를 위한 효과적인 인센티브는 무엇인지와 접근성 확대를 위해 정부가 시행했거나 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됐다.
세계은행 샬롯 맥레인-늘라포(Charlotte McLain Nhlapo) 장애 글로벌 리더는 “보조기술 투자는 경제적 잠재력이 크지만 정치적 변화에 따라 지원이 축소될 위험이 있다”며, 측정 가능한 지표와 모니터링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세계은행 장애 글로벌 리터 샬롯 맥레인 늘라포(Charlotte McLain Nhlapo)(왼쪽), 법무법인 디엘지 조원희 대표 변호사(오른쪽)
법무법인 디엘지 조원희 대표변호사는 자사의 ‘디테크(D-TECH) 콘테스트’ 사례를 발표하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기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JYP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민간기업과 협력해 혁신적인 기술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애 관련 기술 시장이 좁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장애 시장은 작은 시장이 아닌 큰 시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그랜트(Grant) 제도를 도입하여 초기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 성장과 포용을 잇는 개혁
복지를 넘어 경제성장 전략으로
이번 워크숍을 통해 APEC 회원국들은 보조기술 확대가 단순한 복지를 넘어 장애당사자의 노동시장 참여와 세수 증대,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는 경제 성장 전략임을 확인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당사자 중심의 정책 설계, 품질 관리와 조달 통합, 다부처 협력, 체계적 데이터수집, 사회적 낙인 해소를 향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 사진제공. APEC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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