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장애인단체가 장애인권을 지키는 법 > 해외소식


지금, 장애계

스위스 장애인단체가 장애인권을 지키는 법

여기는 스위스

본문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임의 운영 방향이나 동사무소의 예산/결산이 회원이나 주민의 거수투표로 결정되고,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데에 전 국민이 매년 세 번의 선거에 참여합니다. 지방자치구별 선거는 행정구역마다 또 다릅니다. 일 년 내내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도 피력해야만 하는 사회입니다. 선거철에는 다양한 사안별로 양측의 의견을 담은 포스터와 안내지를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각 사안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져봐야 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하고, 타인의 목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에는 이해단체도 한몫합니다. 지역별, 주제별 이해단체가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장애인단체도 예외는 아닙니다. 소아마비, 자폐 스펙트럼, 청각장애, 시각장애, 정신질환, 뇌손상 등 장애 종류에 따른 단체들은 물론, 장애인부모연합, 장애인스포츠단체, 직업훈련 등 목적별로도 다양한 이해 단체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애인단체는 일반적으로 정보 제공과 인식 증진 행사 등을 제공함으로써 해당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지지, 연대의 역할을 합니다. 단체 간의 협력은 여기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례로 장애인부모단체연합인 인씨엠 슈바이쯔(Insieme Schweiz)와 스위스 농부연합의 협력으로 농업장애인재단(Stiftung Landwirtschaft und Behinderte)이 설립되었습니다. 농업장애인재단은 스위스 내 농장과 장애인을 연계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장애인이 농장에서 생활하며 근로하고자 스스로 의지를 표현하는 경우, 장애인 생활 지원과 재활에 사용되는 사회보험료를 재단의 서비스 이용료와 농장 숙박비로 지불하고, 농장에서는 장애인에게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는 조건입니다. 그린케어, 치유농업 등 다양한 단어로 소개되는 유럽 친환경 장애인 재활의 한 형태입니다. 장애인부모단체가 염원했던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장애인 직업훈련 및 재활을 농부연합과 함께 직접 일구어낸 것입니다.
 
이러한 단체 간의 협력은 사회 곳곳의 다양한 분야와 직결됩니다. 직업재활단체, 재활단체, 고용주협회, 노동조합연맹, 장애인올림픽연맹, 청소년단체, 건축가협회 등 다양한 이해단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특정 인구 또는 직업군을 대변하며 각 단체 간 협업이 활발합니다.
 
 
인클루젼 핸디캡 (Inclusion Handicap)
다양한 장애인/비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모여 하나의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인클루젼 핸디캡 (Inclusion Handicap)입니다. 이 단체는 스스로를 1,700만여 명에 달하는 스위스 내 장애인을 대표한다고 말합니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곳곳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연합의 목적입니다.
 
각 단체가 제공하는 클라이언트별 또는 목적별 서비스를 넘어서, 인클루젼 핸디캡에서는 거시적인 도움을 제공합니다. 그중 첫 번째는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입니다. 다양한 국가 정책에 장애인 권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항을 정리하여 웹사이트에 공개합니다. 여기에는 장애수당이나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에 대한 정책 등 장애인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도 있지만, 연금 개혁처럼 국가 전체에 적용되는 정책도 다룹니다. 개혁 방향에 따라 사회구성원 일부는 이익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쪽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정책입니다. 투표 기간마다 새로운 정책이나 정책 변경 사항의 세부 사항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결정해야 하는 성년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이면서, 동시에 장애인을 포용하는 국가 정책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습니다. 인클루젼 핸디캡의 두 번째 중점 사안은 권리에 대한 정보 제공과 권리 상담입니다. 사회보험의 다양한 정책에 기반하여 개별 장애인이 어떤 권리가 있는지, 또는 장애로 인해 겪은 차별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개별 상황에 맞게 제공하는 상담입니다.
 
이 연합의 세 번째 중점 사안은 대중교통입니다. 장애 평등법 (BehiG)에 따라 2023년까지 스위스 내 모든 대중교통이 ‘장벽 없는’ 운송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각 대중교통 사업체 및 지방자치정부에게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설에 대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중교통 종류별, 시설별 개선점을 정리하여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차의 몇 등칸 손잡이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정도로 자세하고 실질적인 제언을 제공합니다. 그 외 정치 참여, 교육, 여가, 건축, 근로, 자립생활 등 다양한 주제에 따른 장애인 및 가족 대상의 정보는 물론, 관련 산업이나 사업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와 상담은 연합 회원 및 협력 단체의 전문직 인력으로 제공되므로, 전국 어디서나 신속하게 제공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동시에 국가 정책 및 대중교통에 대한 지속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지역별 또는 단체별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거시적인 주제에 대해 필요하면 신속하게 전국 장애인 인구의 입장을 하나의 목소리로 제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장애인 권리와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와 요구 사항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 정치인들과의 공조도 수월합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인클루젼 핸디캡의 언론 보도 자료에서는 (2021년 9월 17일) 선거 운동의 내용과 투표 과정에 장애인의 접근이 비장애인처럼 용이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장애인단체연합의 요구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이 요구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에 국회의원 세 명이 참석하고 의견을 같이하여 입법 제언에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정말 중요한 건 사회구성원의 적극적 참여
이렇듯 다양한 인구와 단체의 이견을 조율하고 결집해서 국가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는 데에는 직접 민주주의와 평등주의에 기반한 사회구성원의 참여가 큰 역할을 합니다. 고로 나이나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가 약하여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신분제가 없었고 지형 특성상 지역별, 언어별로 고립된 생활/정치 체제를 가졌던 스위스 역사에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척박한 생활환경에서 소수의 인구가 각자의 의무를 다해야만 했던 지난 역사가 사회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직접민주주의, 단체 간 긴밀한 협업이라는 사회 특징을 낳은 것입니다. 식민지화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에서 사람이 자원이라는 일념으로 재건을 이룩한 대한민국과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작성자황효빈/스위스 사회복지사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 : 함께걸음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태흥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