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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 보내는 공존일기, 그 시작

로힝야난민과의 공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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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힝야 난민캠프는 대부분 언덕에 위치해서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길들이 금방 물에 잠긴다.
 
“아저씨!”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명쾌한 발음. 귀를 의심했다. 점심 후 꽤나 졸린 상태였지만 귀를 쫑긋이 세우고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울퉁불퉁한 흙 길엔 여기저기 웅덩이가 파여져 있고, 그 아슬아슬한 길 위로 이곳 사람들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기도 한 ‘톰톰’이 파도 타듯 달리고 있다. 몇몇은 양손에 무엇인가를 가득 들고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는데 자세히 보니 마늘, 당근 같은 야채와 생선도 보인다. 그들이 향하는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반쯤 완성된 집들이 보인다.
 
맞다. 이곳은 몇 달 전 큰불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터전을 잃었던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휴식공간이자 그들을 보호해 주는 집이지만 나와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그곳을 ‘보호소(shelter)’라고 부른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이곳에서의 일상적인 풍경을 한 번에 깨 버리는 목소리가 들렸으니, 나는 그 반가움의 근원을 찾아야만 했기에 연신 두리번거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아마도 집을 짓는데 사용할 것 같은 큰 대나무를 메고 가던 몇몇의 사람들이 내 옆으로 지나가자 그 뒤로 개구진 표정의 꼬마들이 나를 보며 웃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들은 어디서나 너무 귀엽다. 나도 괜히 장난스러운 표정과 호기심 있는 얼굴을 하고는 한국말로 인사했다. “안녕?” 그들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안녕, 아저씨!”
 
지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캠프가 조성되어 있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캠프다. 2017년 8월 25일 이래로 약 86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그들이 거주하던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를 떠나 방글라데시로 쫓겨와 이곳에서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민족에 대한 탄압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곳에 거주 중인 난민 중 일부는 이미 1990년대 초반에 이주해서 살고 있으니, 현재 캠프에 거주 중인 난민의 수가 약 100만 명이 넘는다는 일부 통계도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김광희 장애통합전문가
 
나는 ‘유엔난민기구(UNHCR)’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1948년 유엔총회에 의해서 설립된 전문기구다. 현재 전 세계 132개국에서 18,000여 명의 직원이 약 8,240만 명 이상의 난민을 위해 활동 중이다. 유엔난민기구의 주요 사업영역은 크게 보호(protection), 보건(health), 교육(education), 생계활동지원(livelihood), 권리옹호(advocacy) 활동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사실상 보호의 대상이 난민이란 특수한 지위(status)의 성격을 가진 것을 감안한다면,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영역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렵다. 유엔난민기구는 그동안의 난민 보호의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과 1981년 두 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의 직함은 장애통합전문가(disability inclusion specialist)이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약 400명 정도인데, 장애와 관련된 타이틀을 가진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업무범위(terms of reference)와 강도는 꽤나 광범위하고 무거운 편이다. 기구가 내게 기대하는 업무목록은 A4용지 몇 장에 걸쳐 나열되어 있고, 나는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있다.
 
로힝야난민캠프에서 장애를 가진 난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김 과장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내 업무를 간단하게 구분하자면 첫째, 사업개발영역으로 내 업무의 40%를 차지한다. 결국 로힝야난민과 지역사회주민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우리 기구의 지원이 보다 장애포용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기구의 활동을 장애관점으로 분석, 평가하고 그 결과를 활용하여 모든 사업들이 장애포용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둘째, 업무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관리영역이다. 우리 기구 또한 다른 기구들처럼 많은 파트너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서 사업을 지원, 관리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HI(Humanity & Inclusion)이다. HI 또한 오랫동안 많은 국가에서 장애관련 전문성을 가진 많은 전문가들이 소속되어 활발하게 활동 중인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과 함께 협력하는 것은 많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HI는 이곳 로힝야 캠프에서도 전체 캠프 34개 중 16개 정도를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는 최근 2022년도 활동에 대한 HI의 사업 및 예산 계획을 최종 점검 완료하였고, 올해는 정기적으로 사업지를 방문하여 사업의 효과성 증진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공공보건팀이나, 정보관리팀, 등록팀과 협력하여 그들의 업무에서 장애를 가진 난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자료수집이나 통계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도 포함한다.
 
로힝야난민캠프에서 장애를 가진 난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하는 Humanity & Inclusion(HI)은 UNHCR의 협력기관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내 업무의 약 20%의 비중은 파트너십 강화이다. 2017년에 비해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의 활동이 많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곳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 국제이주기구(IOM), 세계식량기구(WFP),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인구기금(UNFPA) 등의 유엔기구와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컨선, 컴패션 등 많은 비정부기구들이 활동하고 있다. 나는 유엔난민기구의 장애관련 담당자로서 방글라데시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양한 형태의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그들과 협력한다.
 
로힝야난민캠프 전경
 
글로 써보니 할 만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그래도 일단은 ‘잘’ 해보자 고 결심했다. 이 일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나와 우리 기구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결국 그 과정과 결과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역량개발 및 인식변화, 또한 서비스 이용자인 난민 특히 그 안에 장애를 가진 이들의 더 나은 삶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이 있었기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때 캠프에서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던 아이들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어떤 인연으로 어떤 사람에게 그 말을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들이 그 말을 배웠던 그 시간들이 유익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다면 좋을 것 같다. 글재주도 없고 잡생각도 많은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누군가는 내 글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느끼거나 얻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고, 이렇게 나누어야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대신해서 이 자리에 온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몰론 이 글을 보는 많은 분들에겐 너무나 부족한 글이기에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크나, ‘그냥 한번 지켜봐 주세요’라고 소심하게 손을 내민다. 
 
난민의 문제는 난민이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그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일은 이곳의 일상이다
작성자글과 사진. 김광희/유엔난민기구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사무소 장애통합전문가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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