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닫은 것은 청년이지만,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도민기자단 / 경상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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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열린 고립청년 정책 토론회, 관계 회복의 해법을 묻다


▲고립청년 정책 토론회 (사진: 송국클럽하우스 제공)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 토론회는 우리 사회가 고립·은둔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흔히 떠올리는 ‘방 안에 머무는 청년’이라는 단순한 이미지 뒤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관계의 단절, 낙인 경험, 그리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목소리는 분명했다. 고립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연결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4월 16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회의실에서는 ‘고립청년의 일상회복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송국클럽하우스와 해운대구정신건강복지센터가 공동주최하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후원했다. 현장에는 관계기관 종사자와 연구자, 가족, 당사자 등 80여 명이 참석해 고립·은둔 청년 문제의 현실과 지원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토론회의 시작은 송국클럽하우스가 운영해 온 ‘만나 봐요, 집 밖의 숲’ 사업 성과 발표였다. 메타버스 플랫폼과 가정방문,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연계한 이 사업은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을 발굴하고 관계 회복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년 동안 총 48명의 청년이 사업을 통해 연결됐으며, 메타버스 프로그램에는 누적 600명 이상이 참여했다. 특히 민간 현장에서 먼저 시작된 사업에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협력 체계로 참여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사례로 소개됐다.
이날 가장 큰 울림을 남긴 것은 당사자들의 이야기였다. 사업 참여자인 손현식 씨는 자신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반복된 실패 경험과 사회의 차가운 평가 속에서 점차 밖으로 나갈 용기를 잃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밖으로 나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다시 무너질까 두려운 것”이라고 말하며, 고립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담담하게 전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히키코모리 지원 활동을 이어 온 사회적협동조합 내비두의 오오쿠사 미노루 국제협력팀장은 은둔 현상을 단순 행동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몰두하거나 생활패턴이 무너진 모습은 원인이 아니라 관계 단절 이후 나타나는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존재할 자리가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고립된다”며, 청년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안무서운회사 유승규 대표는 국내 지원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전국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센터가 매우 부족하며, 기존 사업 역시 일회성 참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공 사례 중심의 정책 홍보가 여전히 방 안에 머물고 있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회와 완전히 단절된 청년들의 경험 자체가 정책 논의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지역 기반 네트워크 모델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옥진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사회적 고립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해결 역시 의료·복지·지역사회·당사자가 함께 연결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이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로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와 고립 경험을 함께 겪은 강노율 씨의 발표 역시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진단 이후 달라진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낙인을 이야기하며, 고립은 나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회복 과정에서는 단번에 사회로 복귀하라는 요구보다 짧은 시간부터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와 전문가의 동행 같은 중간 단계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디어 보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세미 활동가는 언론이 고립 청년을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미지로 소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두운 방 안에 웅크린 사진이나 일부 범죄 사례를 반복적으로 연결하는 보도는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고 당사자들을 더욱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고립 청년을 단순한 사회문제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각자의 삶과 맥락을 가진 시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단순히 ‘방 밖으로 나오게 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청년들이 왜 스스로 문을 닫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문을 만들고 기다려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송국클럽하우스는 이날 공동체 회복 공간 확대, 민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초단시간 근로 기반의 안전한 일자리 모델 마련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고립 청년 문제는 더 이상 개인 한 사람의 의지로만 설명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 나온 목소리들은 누군가를 억지로 끌어내기보다, 실패해도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관계와 환경을 만드는 일이 먼저라는 점을 보여줬다. 문을 닫은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나 조급함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래 머물러 줄 사회의 존재일지도 모른다.
작성자글. 경상지역 배소혜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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