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스트라이크! 지금 들리셨나요?” - 귀로 보는 야구, 대전까지 닿다 > 도민 기자단


“볼! 스트라이크! 지금 들리셨나요?” - 귀로 보는 야구, 대전까지 닿다

도민기자단 / 충청소식

본문

▲2026 KBO 시각장애인 야구팬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 실시 안내 이미지
 
요즘 야구가 다시 뜨겁다. KBO 리그 관중은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야구장은 단순한 경기 관람을 넘어 하나의 나들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직관 인증 사진이 SNS를 채우고, 처음 야구장을 찾는 신규 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야구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해졌고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의 얼굴도 달라졌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야구팬은 어떨까
 
야구장은 소리의 공간이다. 타구가 배트를 때리는 순간의 청명한 울림, 관중의 함성, 해설자의 목소리. 그러나 시각장애인 야구팬에게 그 소리만으로는 경기가 온전히 그려지지 않는다. 공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수비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투구가 어떤 코스를 지나갔는지는 화면이나 현장 해설 없이 가늠하기 어렵다. 야구장에 앉아 있어도 경기는 어딘가 손에 잡히지 않는 채로 흘러간다.
 
이 문제를 조금씩 좁혀온 서비스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각장애인 현장 관람객을 위해 운영 중인 소출력 FM 라디오 방식의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다. 올해 4월 30일부터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잠실·사직·광주에 이어 KBO는 총 4개 구장에서 이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시각장애인 관람객이 경기장 내 ‘KBO 중계 음성 지원 안내데스크’를 방문하면 소출력 FM 라디오 단말기와 이어폰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단말기를 켜면 TV 중계방송 음성이 실시간으로 수신된다. 이어폰을 통해 주변 관중 소음과 분리된 또렷한 음성을 들을 수 있어, 타구 방향, 수비 위치, 투구 내용 등 경기 세부 정보를 현장에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별도 요금은 없다.
 
KBO는 이 서비스를 2023년 잠실·사직·광주 3개 구장에서 처음 시작했고 올해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로 확대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대상으로 상시 운영된다.
 
이 서비스가 갖는 의미는 편의 제공 그 이상이다. 시각장애인이 야구장에 가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나 경기를 함께 보는 것, 정확히는 경기 내용을 다른 관중과 같은 수준으로 파악하며 반응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중계 음성 지원은 그 간극을 메우는 장치다. 단순히 야구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에 참여하는 관람객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스포츠 관람은 정보의 경험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경험이다. 타자가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 그 장면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알아야 주변 사람들과 같은 순간에 같은 흥분을 나눌 수 있다. 중계 음성은 바로 그 ‘같은 순간’을 가능하게 한다. 야구장이라는 공동의 공간에서, 같은 경기를 함께 즐기는 경험 말이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가 운영되는 구장은 4개에 그친다. KBO 리그 홈구장은 총 10개다. 수원, 인천, 창원, 대구, 고척, 울산의 구장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팬들은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어느 팀의 팬이냐에 따라,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관람 편의가 달라지는 것이다.
 
장애인 관람 편의는 특정 구장을 찾아가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KBO가 10개 구단 체제를 운영하는 프로 스포츠 리그라면 모든 구장에서 동일한 수준의 접근성이 보장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소출력 FM 방식은 별도의 대규모 시설 투자 없이도 도입이 가능한 방식인 만큼 확대의 기술적 장벽은 높지 않다.
 
또한 서비스를 알리는 방법도 함께 고민되어야 한다. 이 서비스의 존재를 모르는 시각장애인 야구팬이 야구장에 왔다가 안내데스크를 찾지 못한 채 돌아간다면, 서비스는 있어도 없는 것과 같다. 입장권 구매 단계에서의 사전 안내, 장애인 관련 단체를 통한 홍보, 안내데스크 위치의 명확한 표시 등 도달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서비스 확대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23년 3개 구장으로 시작해 2026년 4개 구장으로 넓어진 변화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제도로서 정착하고 매 시즌 운영 구장이 늘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 서비스는 언젠가 KBO 전 구장의 당연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 야구팬이 좋아하는 팀의 홈구장 어디서든 FM 라디오 단말기를 빌려 경기를 들을 수 있는 날, 그것이 특별한 일보단 그냥 야구장의 일상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작성자글. 충청지역 최은파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